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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brand column @ Monthly DI

기억할 만한 날들

기억할 만한 날들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지 만 30년이 되었다. 1988 9 17일부터 10 2일까지 열렸던 서울올림픽은 우리 현대사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 생활은 서울올림픽 이전과 이후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잠실이 올림픽 타운이 되었고, 한강이 공원화했다. 지하철 2, 3, 4호선이 건설되는 등 도시 공간이 집중 개발되었다. 본격적인 마이카(My car) 시대가 시작되었고 가전제품 보급률이 급상승했다. 아파트가 최고의 주택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었다. 야간통행금지는 해제되고 길거리 조명은 밝아졌다.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난 후 1989년부터 전면적인 여행 자유화가 시행되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1989년부터 CF 모델로 외국 배우를 기용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외화 분출을 억제하고 고유문화를 지킨다는 뜻으로 지속해온 외국 배우의 모델 금지가 풀린 것이다. 첫 모델은 롯데 칠성의 밀키스 CF에 등장한 주윤발이었다.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카피로 크게 성공한 케이스다. 경쟁사인 오리온은 장국영을 투유 초콜릿 모델로 기용하고 해태도 음료 광고에 왕조현을 기용했다.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인 소피 마르소는 럭키 드봉 화장품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1987년에는 광고시장이 일부 개방되어서 외국계 대행사의 국내 진출이 시작되었다. 1990년에는 광고업 시장이 전면 개방되었다.



90
년대에는 해외 촬영 붐이 일었다. 90년대 초반 대홍기획은 칠성사이다 CF를 백두산에 가서 촬영했다. 당시 모델은 소설가 김주영으로 중국을 통한 백두산에서의 촬영으로 큰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 여행과 촬영 과정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패션 광고들은 주로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로 많이 갔는데 계절이 반대인 점이 강점이었다. 가을·겨울 신상품 CF나 카탈로그 촬영을 하려면 국내에서는 실내 스튜디오 촬영 밖에는 안 되는데 호주나 뉴질랜드에 6월이나 7월에 가면 겨울철이라 계절감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었다. 또한, 일반 모델의 경우 해외 모델 캐스팅이 편리한 점도 작용했다.

1988
년과 관련된 우리 대중문화와 소비 시장의 단면을 보면 우선 오리온의 포카칩 1988 7월에 탄생했다. 이후 30년 동안 17억 봉지, 누적 매출액 1 4천억 원을 기록하는 인기 상품으로 존재해 왔다. 맥도날드 햄버거도 1988년에 처음 우리나라에 진출해서 지난 3월이 진출 30년이 되는 때였다. 강남 압구정동에 제1호점이 생겼을 때 맥도날드는 엄청난 핫플레이스였다. 여성잡지인 우먼센스도 1988년에 창간되었는데 30주년을 맞아 창간호의 표지모델로 등장했던 모델 ‘윤정’을 다시 표지모델로 등장시켜서 30주년을 기념하였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개방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공산국가와도 교류가 시작됐고, 국내외 개인 교류가 늘어났다.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많아졌고 무역이 늘어났다. 서울올림픽의 표어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였는데 시대 변화를 잘 함축한 표어였다. 이런 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을 맞아서 서울시역사박물관은 <88올림픽과 서울>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7 28일부터 10 14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1. 1988, 올림픽과 서울>, <2. 88 올림픽과 서울의 공간변화>, <3. 올림픽과 80년대 서울문화> 크게 세 주제로 구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광복절을 맞아서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열사 기념관’, ‘중국 하얼빈 안중근의사 의거지’,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 윤봉길 의사 기념관’, ‘미국 LA 대한인국민회총회관’ 등 사적지 네 곳을 소개했다. 국민들에게 독립운동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다.

한편 내년은 기미년 3.1 만세운동(이하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의 뿌리가 3.1 만세운동에 닿아 있는 만큼, 3.1 만세운동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기념 주화를 만들거나 우표를 발행하는 등의 일들이 쉽게 예상된다. 정부 주도 행사가 있을 것도 분명하다. 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의 기념 건축 등 행사가 많을 것이다. 언론에서 관련 콘텐츠를 많이 만들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1988 서울올림픽이든 1919 3.1 만세운동이든, 뜻깊은 날을 더욱 기리고 빛나게 하는 것은 민간 주도의 활동이다. 민간에서 기업이나 개인들도 이런 기억할 만한 날들을 되살려내는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광고·홍보 기획자들이나 크리에이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이런 역사 속 중요 이벤트를 자연스럽게 다시 우리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크리에이터와 기획자들의 관심과 기여를 기대해 본다.

<월간 디지털 인사이트> 2018. 9월호 브랜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