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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IM Leader Interview

임영석 식물원282 대표

숲의 완보, 꽃의 산보, 술의 양보...임영석 식물원 282 대표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 전찬우 기자 jcw@ditoday.com
사진. 포토그래퍼 주디

기사입력 2019-01-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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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 식물원 282 대표

월간Di: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월간 di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30여 년간 광고회사에 몸담다 퇴사 이후 개인 비즈니스를  했었고, 와이프가 10년 째 운영하고 있는 플라워 카페를 3년 전부터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퇴사 이후에 정원이나 화초를 가꾸면 좋겠다 막연하게나마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 살고 있네요. 광고회사에서는 광고주를 위해 아이디어를 썼다면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가 해야하다 보니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조금씩 손님도 늘고 단골도 생겨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월간Di: 식물원 282는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 주세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브런치 카페 겸 다이닝 바입니다. 이전에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무실로 사용되던 공간인데, 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장사할 만한 곳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죠. 거창한 의미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쉽게 자연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곳도 식물원이라는 공간 개념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이름을 짓게 됐고, 여기에 우리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겠다 싶어 생각을 하다 이파리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숫자 282라고 표기하면서 식물원 282라는 이름을 얻게 됐습니다.
 
월간Di: 명함에 적힌 ‘Drunken Botanist’라는 소개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술 취한 식물학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Drunken Botanist’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술은 식물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술과 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책인데요, 낮에는 정원사로 또 밤에는 술을 파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저와도 결이 비슷하다 생각해 표현을 가져와봤습니다. 워낙에 술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인생 후반의 직업으로서 보다 전문성이 있어야겠다 싶어 몇년 전 국가 조주사 자격증 시험을 봐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월간Di: 오랫동안 광고회사에서 근무하신 만큼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는데요, 직접 기획했던 대표 캠페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일을 오래했다 보니 어느 하나만 특별히 꼽기가 쉽지 않지만,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이 알고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건 홍콩 배우 주윤발이 등장한 밀키스 광고가 되겠네요. 당시에는 외국 모델을 고용할 수 없었는데 과감하게 진행해 획기적으로 이슈 메이킹 했었습니다. 음료 시장에서 후발 브랜드가 선점 브랜드를 따라잡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광고 온에어 직후 당시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던 경쟁사 1위 제품을 따돌리고 밀키스가 크게 역전하기도 했죠. 그 이후 경쟁사들에서 장국영, 왕조현 등을 모델로 고용하기도 하는 등 외국 모델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신호탄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월간Di: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캠페인이란 무엇인가요?

회사에서 퇴사하기 3, 4년 전 무렵부터 항상 생각했고, 지금도 삶의 지침으로 삼으려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입니다. 광고주 요구에 일방적으로 맞추고,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결과물이 나올 때 항상 갈등을 해왔던 것 같은데, 때로는 회사원으로서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건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었죠
그렇다면 아주 작다 하더라도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맥락에서, 사회에 조금이나마 메시지를 던지는 캠페인이야말로 좋은 캠페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판매로 잘 이어져 기업 이윤이 늘었다고 해서 좋은 캠페인은 아니겠죠. 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삶에서 역시 하루를 지내더라도 오랫동안 못 본 친구에게 전화 한 통 하거나, 어머니께 안부 전화 한 통 하는 것이 바쁜척하고 지내는 하루 보다 훨씬 의미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자 하는 거고요. 식물에 물을 주면서도 ‘내가 집 정원에 물을 주는 거라면 우리 식구만 보겠지만, 이건 손님들이 매일 와서 보는거다.’라고 생각하니 하루도 빠질 수 없게 되더라고요.  

월간Di: 그렇다면 좋은 캠페인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이야기하는 광고주, 광고 대행사 두 주체만 놓고 본다면 그 두 역할을 각자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중요하겠죠. 좋은 캠페인이 나와서 보면 광고주가 광고 대행사를 일정 이상 신뢰하고 영향력을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했을 때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뽑아 낼 수 있고요
또한,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광고 분야를 담당하는 기간이 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빠르게 변하죠. 예를 들어 두 세달 동안 어느 광고를 담당했다가 조직 개편이 되서 담당 분야가 바뀌면, 또 다른 광고주들과 처음부터 새롭게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점은 다소 비효율적입니다. 아주 세부적인 분야로 나눌 수는 없더라도 특히 Ae는 본인의 이해도가 높고 관심이 높은 분야를 꾸준히 다루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월간Di: 바쁘셔서 최근에는 광고를 볼 시간도 없지 않으실까 싶은데, 그래도 요즘 광고를 나름대로 평가 한다면

글쎄요, 우선 요즘 광고를 보다보면 이해를 못하는 게 꽤 됩니다. 재미있고 임팩트 있는 건 좋지만, 그것이 꼭 어려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죠. 저는 지금도 광고는 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많지만 광고를 했던 저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은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더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월간Di: 지난 30여 년 광고인으로 지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신입사원 시절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입사 초에는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 일하며 회사 동료들과 어울렸는데, 그러다보니 학교 다니냐고 타박 주는 선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웠던 것을 접목해 일하며 의욕 충만했던 그 시기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입사 6개월 차에 광고 6개를 맡아 일을 할 정도로 정말 정신없이 보내기도 했고요

월간Di: 만약 지금 다시 광고 대행사로 돌아가서 경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운영하시겠어요

회사 경영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지만 퇴사하기 몇년 전 본부장 시절에 직원들하고 했던 일이 있습니다. 꼭 한 마디로 규정해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각자 목표나 포부를 작성해 보관하고 나중에 보기로 했는데, 조금은 오글거리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당시에 제가 작성했던 것은 존경받는 상사였습니다. 물론 그룹 하우스 에이전시에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만약 회사 경영을 한다면 이런 약속이 가능한 회사, 상사로서도 조직으로서도 존경 받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간Di: 광고 기획자 출신으로서 식물원 282 운영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것들이 있나요?

아주 많은데요, 광고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커뮤니케이션 한 게 아무래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머리도 희고 또래보다 뭔가 괴짜같아 보이는지 먼저 다가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손님이 꽤 되더라고요. 또 광고라는 직업 특성상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해 조금씩은 알다보니 대화하기에 훨씬 수월한 것 같습니다
흔히 청담동에 위치한 바라고 하면 굉장히 포멀하고 격식 차린 곳이 대부분인데 전 그 반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 부터도 그것이 불편하고, 저처럼 나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면 오는 손님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싶기도 해서요. 예의는 갖추되 편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월간Di: 식물원 282와 관련해 어떤 마케팅 활동을 하고 계실지도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경리단길이나 가로수길 같은 곳이야 굳이 간판이 없어도 오픈 한두 달이 지나면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지만, 여긴 그렇지 않다보니 마케팅이 필요하긴 합니다. 거창하게 신경써서 하는 것은 없고 체험단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 정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 찍을 공간이 많아서인지 개별적으로 본인 채널에 공유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사진공유가 활발하게 되고 있습니다. 또 그래서 저녁 시간에는 대부분 외부에서 오시는 손님들이 많고요. 물론 식물원282 공식 계정도 운영하면서 신메뉴나 꽃 사진, 주요 공지 등을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효과는 손님들이 주문할 때 느낄 수 있는데요, 특징이 있다면 음식을 고를 때 메뉴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들이 주문할 때 스마트폰을 본다는 건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있는 거라 하더군요

월간Di: 광고인 출신이 은퇴 후 자영업을 한다면 어떤 분야가 좋을까요? 혹은 후배 광고인이 비슷한 업종을 준비한다고 하면 뭐라고 조언해 주실 건가요

누구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또 누구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이야기 하는데 사실 크게 다르다고 보진 않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하면 만약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싫어하는 일을 해서 실패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마음대로 잘 안 풀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더 좋아질거라 믿고 노력하면서 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광고만 오래 했던 저 역시 퇴사 전에는 누군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하면 쉽지 않을테니 잘 생각해 보라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냥 한번 해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인생이 직장 생활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뭐가 됐든 새로운 일을 생각해야죠
비슷한 맥락에서 만일 후배 광고인이 저와 같은 업종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한다면, 일단 저처럼 술을 좋아하거나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게 기본이라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또 실제로 뛰어든다고 하면 자기만의 분명한 컬러가 있어야 하겠죠. 식물이 많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처럼 경험이 있고 전문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이상 길게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식물원 282만의 컬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간Di: 확실히 다이닝 바와 다양한 식물이 결합된 공간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없는 식물원 282의 아이덴티티인 것 같습니다. 플라워 비즈니스는 이전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나요?

와이프가 대학로에서 처음 꽃집을 열어 시작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꽃 소비에 한정적인 분위기가 있죠. 개인 경조사나 진급, 결혼기념일 등의 특정 이벤트가 있어야 꽃을 소비하는 분위기니까요. 일본이나 유럽 국가의 경우 우리 나라보다 화훼 시장이 2~5배 까지 큰데, 단순히 인구가 많아 규모가 큰 것이 아니라, 1인당 꽃 소비 자체가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물원 282에서는 ‘테이블 플라워’라는 개념을 가지고 일상에서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탁상화를 상품화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 가격의 작은 꽃을 사서 사무실 회의 테이블이나 식탁에 두고 1주일 동안 즐기는 거죠.
 
월간Di: 어느덧 인터뷰가 막바지 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순히 술과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간을 통해 술과 음식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곳으로 식물원 282를 찾아주기를 바랍니다. 흔히들 학생들끼리, 아저씨들끼리, 여성들끼리 가기 좋은 곳은 많은데, 모든 가족과 함께 갈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식물원 282는 술도 다양하고 어느 한 군데 치우친 곳이 없습니다. 너무 모던하지도 올드하지도 않기 때문에 가족이 와서 아버지는 위스키를, 어머니는 와인을, 자식은 맥주를 마셔도 자연스러운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으니, 그런 곳 중 한 곳이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 와이프와 딸, 또 살아계셨다면 아버지를 모시고 와 기분 좋게 식사하며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으니까요. 단순히 술만 많이 먹는 곳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또 연인과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또 여러 사람들이 뜻깊은 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운영하려 합니다. 요즘은 스몰 웨딩이나, 하우스 파티 등 다양한 모임이 있는데요, 식물원 282에서도 이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크고 좋은 호텔에서 하는 것도 좋겠 지만 보다 정겹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은데요, 비용 부담 없이 결혼식이나 파티, 발표회, 미니 연주회 등을 하는, 재미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월간Di: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 젊은 광고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저도 예전엔 생각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요, 무엇이 됐든 고민만 할거라면 일단 저질러보는 게 좋다는 이야기 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이것저것 잘 저지르는 만큼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일단 시도했던 것이 훨씬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 과감하게 해본다면 그 안에서 또 배우게 되는 것도 있고 말이죠
50
, 60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20대나 30대라면 무얼 못하겠어요. 물론 광고회사도 좋은 직장이지만, 여러 상황이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떠날 수 있고,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인생에 직장이 전부가 아닐뿐더러, 예전처럼 첫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며 한 우물을 파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광고 얘기로 마무리하자면, 갈수록 비디오 온디맨드(Video-On-Demand)가 트렌드화 됨에 따라, 광고 역시 이를 반영해 소비자가 광고를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제작자 입장에서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돼 로스가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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