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s IM Leader Interview2016. 11. 6. 18:49

본질을 읽는 책방, 최인아 × 정치헌 최인아책방 대표

서울 선릉의 한 책방. 이 책방엔 여느 서점에나 있는 책의 카테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책방 주인과 그 주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의 리스트가 눈에 들어온다.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광고쟁이 ‘최인아’가 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와 함께 차린 ‘최인아책방’의 이야기다.

진행. 한기훈 ‘한기훈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정리. 김지훈 편집장 kimji@websmedia.co.kr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최인아책방을 오픈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일기획’이라는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의 전 부사장, 그리고 오랜 기간 디지털 업계서 그만의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두 사람이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최인아 보통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직업이나 출신을 얘기하기 마련인데, 저는 대뜸 이메일 주소를 말하곤 한다. 주소는 ‘imnotstay’. ‘나는 머물지 않겠다’는 엉터리 영어 표현인데, 이 말이 지금껏 내 인생이 제자리에 머물지 않게끔 끌어줬다고 생각한다. 늘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고, 지금 책방도 그렇게 열게 됐다.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부사장으로 일했던 최인아라고 한다. 반갑다.

정치헌 나도 반갑다(웃음). 제일기획에서 AE로 커리어를 시작해, 17년 전쯤 디지털에 대한 열망으로 ‘디트라이브’라는 회사를 차려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는 정치헌이다. 정작 제일기획을 다닐 때는 대선배인 최인아 전 부사장과 달리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작년 겨울쯤 만나 우연히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마음이 맞아 책방을 함께 열게 됐다.

그렇게 열게 된 책방. 일반 책방과 무엇이 다른가. 개인적으로는 최인아, 정치헌 대표가 추천하는 책이나 업계 선배들이 추천하는 책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어, 고민 없이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참 좋았는데.
정치헌
 정확하다. 책방 주인의 지인들이 추천한 책을 진열한다는 점, 추천 도서에 관한 간단하지만 울림 있는 코멘트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책방의 차별점이다.

최인아 더불어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최인아책방에 가면 좋은 책이 있다’고 인정을 받는 거다. 다른 무엇보다 책방을 찾아주고 들러 주시는 분들이 만족해야 좋은 책방 아니겠나. 잘 모르는 작품을 만난다 해도 ‘이 책방에 있으니 좋은 책이겠지’ 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참 좋겠다. 일각에선 일본의 ‘쯔따야 서점’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더라. 멋진 시니어들이 온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완연히 책이 중심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쯔따야와 다르다. 쯔따야는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중심이고 책이 거드는 역할을 하지만, 최인아책방은 온전히 책을 중심으로 문화가 펼쳐지는 구조다. 책이 주인공이다.

사실 요즘은 책을 읽지 않는 시대로 자꾸만 가고 있는데, 책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최인아
 디지털 시대가 되어가며 대체로 긴 글 읽기를 꺼리고, 압축된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흡수하려는 습관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일을 어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찾아보고 알아 보려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고, 그 시도 중에 얻게 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요즘은 ‘큐레이션’이라는 허울 좋은 말로 포장된 서비스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어떠한 정보를 볼 때,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읽는 가운데 특정한 부분을 마주치는 것과 단편적인 정보 한 편만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책이 가진 매력은 하나의 정보나 이슈를 둘러싼 온전한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빙산의 일각만으로 빙산 전체의 모습을 그려볼 수 없듯이, 진짜 깊이 있는 정보는 그만한 시간을 투자했을 때만 얻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종이 책 시장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 않나. 책방 주인으로서 앞으로의 종이 책 시장을 어떻게 보나.
최인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태블릿PC를 들고 있을 때와 책을 들고 있을 때의 느낌은 참 다르다. 이 느낌이 디지털이 더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책장을 넘기는 손맛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겐 참 좋은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대에도 이러한 감성이 남아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 사실 주변에서 책방을 연다고 할 때 말린 사람들도 많다(웃음). 뭐, 책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니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 생각하고 있다.

공간도 상당히 독특하다. 개인 서재 같은 느낌도 들고.
최인아 
그렇다. 만들 때 두 가지 콘셉트를 생각했는데 하나가 ‘서재’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집에 서재를 두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이곳을 서재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살롱’. 책이 있는 이 공간에서 마치 살롱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연과 같이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고 있다.

강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첫 번째 강연이 열자 마자 하루 만에 신청 마감되는 등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했는가.
정치헌
 처음에는 홍보가 잘 안 되리라 생각하고 포스터도 많이 찍어 놨는데, 미처 붙이기도 전에 마감이 됐더라.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최인아 예상 외로 광고인 이외의 참석자들이 많았다. 아이디어나 창의성 발현에 관심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와 주신 것 같다. 앞으로 콘서트나 연주회 같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할 예정인데, 책과 강연, 콘서트 등이 한 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책방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책방을 운영하며 페이스북도 상당히 활발하게 운영하는 것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나.
최인아 페이스북은 늪 같다. 할수록 빠져든다. 책방에 하루 종일 있다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밤 열 한 시쯤 되는데, 요즘 이곳저곳 책방이 많이 알려지다 보니 질문들이 많이 와 있다. 메신저로 일일이 답을 드리고 소식이나 근황을 올리면 새벽 두 시가 훌쩍 넘는다. 팬 분들도 책방 주인과 직접 대화하니 만족해 하고 나도 소통에서 재미가 느껴지니 손에서 놓기가 참 힘든 것 같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책방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들어볼 시간이다. 두 광고쟁이가 어떤 계기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인가?
최인아 
제일기획에서 나오며 다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고민의 형태는 여러 갈래였으나, 단순한 광고대행업이나 비즈니스보다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디지털 분야에 관심이 있어 디지털에 일가견이 있는 정 대표를 만나 어떤 일을 함께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연히 공통 관심사가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 그럼 책과 관련된 일을 해볼까?”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종이보다 화면이, 활자보다 디지털 텍스트에 익숙한 시대에 다시 책을 꺼내 보자고 이야기하는 일이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럼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변 사람들이 수익이나 매출 같은 현실적인 걱정을 하지 않았는지 묻곤 하는데, 사실 그 날 이후 아무런 의심 없이 달려왔다. ‘잘 될까’가 아니라 ‘어떤 책방을 만들까’만 즐겁게 고민해 온 것 같다.

정치헌 내가 처음 디지털이라는 업(業)에 뛰어들 때가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늘 업의 경계에 관해 생각했다. 이런 말도 있지 않나. “포경업이란 고래를 잡아 기름을 얻는 일이 아니라, 불을 밝히는 일”이라고. 결국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이 중요한 것 아닐까. 당시 TV광고 일을 하던 내가 ‘TV라는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이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었다면 디지털을 하지 않았을 거다. 광고의 본질은 아이디어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대화를 돕는 것이다. TV와 디지털은 채널일 뿐 결국 본질은 생각과 대화, 소통에 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책방도 같다. 책방도 생각을 확장시켜 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 의 대화가 일어나는 장소인 것이다.

결국 광고와 책방이 같은 일이라고 봐도 되는 것인가.
최인아
 그렇다. 여러 매체에서 우리 책방을 다뤘는데, 인터뷰 때마다 기자에게 왜 우리 책방에 관심이 생기셨나 물어봤다. 대답은 대부분 ‘광고 하던 사람들이 책방을 연 게 독특해서’. 그런데 우리는 사실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정해 놓은 업의 기준으로 보면 광고와 책방은 완전히 다른 업이지만, 그 일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는 본질을 들여다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광고란 결국 ‘생각’의 비즈니스다. 생각을 통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 그 본질이 있다. 동시에 지금 시대는 생각이 중요한 시대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과 생각을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훈련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그 훈련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즉, 생각의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 온 광고인들이 가장 깊은 사유의 공간을 만든 거다.



업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광고업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 광고업계, 어떻게 보나?
최인아 
광고 산업도 어찌 보면 종이 책과 같이 하향세로 보는 시선이 많지 않나. 후배들만 봐도 광고 회사보단 광고주 회사로 옮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우수한 인력들도 빠져 나가고. 그래서 나는 지금의 광고업계서 선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역할이란 바로 일하는 의미를 찾아주는 것이다. 광고쟁이란 광고 잘 만든다고 끝이 아니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업과 사회가 처한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가는 존재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 이 본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향세를 타게 된 것이 디지털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는데, 광고와 디지털의 관계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인아 사실 일각에서 ‘광고는 죽었다’는 세스 고딘의 표현을 참 많이 쓰는데, 난 오히려 ‘광고가 넓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채널이 많아졌으니 시각에 따라 오히려 운동장이 넓어진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전통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를 운영하고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고, 이야기하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 얼마나 큰 기회의 확장인가.

그렇다면 광고만이 가진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 혹은 광고만이 가진 매력?
최인아
 우리 사회에 여러 업종이 있지만 ‘생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지닌 집단이 그리 많지 않다. 새삼 회사를 그만두고 보니, 생각에 관한 한 가장 꾸준하고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이들이 광고인들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광고야말로 지식 산업의 가장 대표적인 주자라고 생각한다.

정치헌 100% 동의한다. 몇 년 전 칸 국제광고제가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지 않았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광고’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 붙은 모든 분야가 광고인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말한 업의 본질과 비슷한데, 결국 디지털과 광고의 관계도 이러한 본질적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지식 기반 산업이 득세하는 요즘, 광고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더욱 커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최인아 맞는 말이다. 그 좋은 예가 ‘칸 키메라(Cannes Chimera)’다. 이는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빌앤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칸 라이언즈와 2012년 함께 주최한 행사로,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저개발국가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공모작 심사는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수상자들이 맡으며, 심사위원들과 예선 통과자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행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참가자들이 낸 신선한 아이디어를 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이 깎고 다듬어주는 형식이다. 아이디어에 기반해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이 광고인,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라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라고 본다.

어느덧 막바지 질문을 드릴 때가 왔다. 책방 주인으로서, 광고인 후배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
최인아 우리에게 ‘깐수일’로 유명한 정수일 교수가 쓴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아랍계 필리핀인 ‘무함마드 깐수’로 위장한 북한공작원이었던 정수일 교수가 1996년 체포된 후 2000년 옥을 나오기까지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펼쳐낸 책이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려움 앞에서의 면역이 많이 약해져 버린 요즘이지만, 삶에서 무언가 ‘성취’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 시간을 온전히, 그리고 담담히 마주하는 방법을 일깨워 줄 책이다. 꼭 읽어보면 좋겠다.

정치헌 나는 『논어』다. 항상 책상 옆에 두고 읽는 책이고, 꼬박 3년을 읽은 책이다. 난 이 한 권에 세상이 다 있다고 본다. 말하는 법, 생각하는 법, 말을 듣는 법,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법 등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방식과 해법이 녹아 있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우리 후배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특별히 디지털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한 권 더 추천하자면, 『오가닉 미디어』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고 있는 책이다. 디지털 앞에서 우리 모두 어찌 보면 허둥대고 있지 않나. 그 질문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갈해줄 수 있을 책이라고 본다. 이렇듯, 책 안에 광고가 있고, 세상이 있다. 꼭 우리 후배들뿐만 아니라 책방을 들러주시는 모든 사람들이, 책을 통해 생각을 확장하고 삶이 풍부해지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6. 8. 19. 17:26

 광고가 세상을 바꾼다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매체에는 좋은 이야기가 필요하고, 좋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3년간 디아이 매거진의 ‘LEADERS’ 코너를 통해 좋은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만을 골라 전해준 사람이 있다.

그간 독자들을 감동시킨 ‘LEADERS’ 인터뷰이들의 진중하고도 묵직한 이야기는 모두 이 분의 공이다.

3년간 ‘LEADERS’ 코너를, 33년간 대한민국 광고업계를 이끌어 온 한기훈 대표의 이야기다. 오랜 시간 광고인의 길을 걸어온 그의 발자취에는, 그간 ‘LEADERS’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매 한 가지로광고가 세상을 바꾼다는 꼿꼿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 김지훈 편집장 kimji@websmedia.co.kr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LEADERS’ 코너가 진행되는 약 3년간 매번 인터뷰어로 나서다가 디아이 매거진 200호를 맞아 직접 인터뷰이로 나서 주셨다. 감회가 어떤가.

사실 잡지는 내게 꿈 같은 매체다. 대학 시절 미국에서잡지왕으로 불리는, <라이프>, <포춘> 등을 창간한 헨리 루스(Henry Robinson Luce)에 관해 졸업논문을 썼을 만큼 평소 잡지에 관심이 많았다. 2010년 디아이 매거진의 전신인 월간 웹과 <IM>에 잡지 광고를 집행하면서 웹스미디어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류호현 웹스미디어 대표와 교류를 이어나가다 2013년 첫 인터뷰를 진행했다.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나.

너무 멋진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만 찾아 인터뷰를 하다보니 한 사람만 꼽기는 힘들 것 같다. 광고계에 종사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은 의외로 김영길 을밀대 사장이다. 40년 전통의 유명 냉면집을 운영하는 그가 국내 굴지의 광고 회사 출신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랐던 것 같다.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인터뷰할 계획이다. 광고마케팅 분야 역시 계속 새로워지니, 그 이야기를 담는 우리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거다.



3
년간 한기훈 대표의 인터뷰를 꾸준히 지켜봐준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반평생을 광고인으로 살아온 것 같다. 1983년 대홍기획 공채 1기로 광고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 33년 됐다. 커리어를 돌아볼 때, 광고라는 이름의 세계에서 구대륙과 신대륙을 모두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두 대륙이 한 데 뭉쳐 또 다른 항해를 시작하는 장면을 보는 중이고. 오랜 기간 광고인으로 살아온 경험, 그리고 그를 통해 쌓아온 생각이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지금 운영하는한기훈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이전에, 어떤 커리어를 쌓아왔는지 궁금하다.

글로벌 광고 회사인 DDB와 대홍기획이 파트너십을 맺으면서리앤디디비(LeeDDB)’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 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2000년부터 10년 가까이 임원으로 활동하며, 후반에 대표이사직도 수행했다. 2009년 즈음해서는, 영국계 광고 그룹인이지스미디어'의 한국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이지스미디어는 미디어와 디지털에 특화된 광고 그룹이다. 캐러트코리아, 아이소바 등 다양한 회사가 그룹에 속해 있기도 하다. 여기서 앞서 말한 광고계의 신대륙을 만나게 된 것이다.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디지털 세상에 새로운 기회가 있음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가 2012년 초 회사를 그만두고 1년간 휴식기를 가지며 푹 쉬었고, 지금이 됐다. 지금은 ‘B&A컨설팅'이라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 ‘모 픽처스라는 영상 전문 제작사를 공동 창업해 운영하고 있고, 차의과학대학에서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와 글로벌 회사, 전통 매체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하며 광고인으로서 이상적인 커리어를 쌓은 만큼, 지금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광고업계에 그리고자 하는 큰 그림이 있을 것 같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이다. 고착화된 갑을 관계와 같은 잘못된 관행들이 국내 업계에 상당히 깊고 넓게 자리잡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는 그 어떤 사이보다 끈끈한 파트너 관계여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 또 하나는, 옳지 않은 일을 하는 디지털 및 광고 회사들이 많다. 테크닉을 이용해 검색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던지, 광고주가 돈을 주고 산 블로그 콘텐츠를 마치 소비자가 직접 작성한 콘텐츠인양 올린다던지. 이러한 일들이 너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이를 따르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완성할 계획인가.

나와 공동창업자가 함께 운영하 고 있는 회사, 더불어 나와 관계가 있는 많은 회사와 다양한 형태로 교류하며 앞서 말한 그림들을 그려 나가려 한다. 특정한 프로젝트에 있어 협업도 매우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이기에 더욱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종의 얼라이언스 체제를 구축해 정보 교환, 교육 등에 있어 시너지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이제 밑그림이 완성돼가는 중이고, 조급해 하지 않고 담담히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시너지를 기대해보겠다. , 그럼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살펴보기 위해 한기훈 대표가 걸어온 길을 잠시 되돌아가보자. 1983년도에 광고업계에 첫 발을 들이셨으니, 아마도 국내에광고대행'이라는 개념이 생긴 초창기가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 내가 입사할 당시는 그야말로 초창기다. 대홍기획이 이제막 생겨난 시점이었으니까. 당시 내가 광고대행사에 들어갔다고 하니까 한 선배가 그러더라. ‘아이고, 네가 어쩌다 그렇게 됐니’. ‘광고'라는 일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좋지 않았다. 그런데 1988년 즈음, 입사 후 4~5년 정도 지나니 상황이 확 달라졌다. 보통 좋은 인재가 몰리는 곳을 보면 해당 업계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는데, 대홍기획 4기 채용을 진행할 때 정말로날고 기는인재들이 엄청나게 몰려왔다. 이후부터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광고대행사, 즉 광고 산업의 분위기가 좋았다.



산업의 분위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광고대행사를 택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시 국가적 위기 상황이 계속됐고, 산업·경제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내 직업의 미래는커녕,
내가 죽기 전에 자동차 한 대는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 사실 전공이 신문방송학이고, 언론사에 기자로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언론사 시험은 그야말로언론고시'란 말이 어울렸다. 다섯 명 뽑는데 3만 명이 넘게 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신문방송학 전공자는 직무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낙심 후 광고라는 직무를 택했다. 어찌보면 광고를 직업으로 택한 건 완전히 우연이었는데, 그 우연이 내 삶 자체가 돼 버렸으니 신기하기도 하다.



기자와 광고쟁이, 전혀 다른 분야지만 일정 부분 겹치는 영역도 있는 것 같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신문기자가 돼서 세상의 잘못된 부분들을 바꾸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광고를 하다보니, 광고로도 다른 의미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자는 세상의 잘못된 이면을 꼬집고 비판하는 한편, 광고는 예쁘고 긍정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광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광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지금도 몸소 실현하고 계신 것을 보면, 아마도 한기훈 대표가 광고를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광고를 직업으로 택한 이후 위기감이 든 적은 없었나.

왜 없겠나. 앞서 말한 것처럼 광고 산업 분위기가 한창 좋던 시절, 광고대행사로 엄청난 인재들이 몰려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친구들도 있고, 정말 놀라운 인재들이 회사로 물 밀듯이 들어오더라. 자연스럽게내가 밀리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때가 1996년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MBA를 결심하고 사직서를 냈다. 회사 측에 내가 그만두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했다. 그때 참 고마운 사람과 상황을 만났다. 당시 합작 법인인 리앤디디비의 모회사였던 DDB의 아시아 담당 사장이다. 그는 내게 MBA를 마치고 나서도 광고 회사를 계속 다닐 계획이라면 그만둘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바로 미국에 있는 법인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연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1997년에 약 4개월간 미국의 광고업계를 생생하게 보고 듣고 왔다. 이 모든 것을 승인하고 격려해주셨던 당시 대홍기획 대표이사였던
강정문 대표에게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를 준 것인가.

미국 광고 회사의 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두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 거다. 회사 직급이 어떻게 나눠지는지부터 왜 광고 회사에 변호사가 존재하는지, 연봉 책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꼬치꼬치 물어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말도 안되는 기회다. 여기서 보고 수집한 자료를 통해 대홍기획 사내 교육자료를 상당히 많이 만들었다. 한국에서 일하는 사내 임직원들의 궁금증도 이 기회로 굉장히 많이 해소됐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가장 많은 걸 보고 배운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느꼈던 국내 대행사와 미국 대행사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정말 많은 것이 다르지만, 아무래도 임직원들의 태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만났던 DDB 시카고의 여사장은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하더라. 궁금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일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보고 싶은데, 회사에선 내가 가진 네트워크와 나의 업무 능력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 3일만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을 위해 쓰기로 회사와 이야기했다". 한국에선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이러한 태도는 미운 털이 박히기 십상인데, 미국은 확실히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일주일에 몇 일, 몇 시간을 근무했는가보다, 어떤 일과 어떠한 성과를 냈는지가 중요하다. 실질이 형식보다 중요한 것을 실감했다.



자연스럽게 한국 광고업계의 특징에 관해 더 이야기를 나눠보자. 현재 광고업계와 과거 광고업계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앞서 구대륙과 신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신대륙에서는 가장 우선적으로는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본다. 구글이 디지털 시대의 광고를 아트, 카피, 코드로 정의했듯, 테크를 모르고는 광고를 모두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거다.
그게 실질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는 광고인들에게 어느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지 물어보면, 과거 잘 나가던 광고 회사들의 이름이 아니라 AKQA, R/GA, Droga5와 같은 기술적인 역량도 뛰어난 회사들의 이름이 나온다.
물론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존 광고 회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앞으로 조금씩 인식이 바뀌어 갈 것으로 본다.
아마도 빠른 시일 내로.



변화가 있다면 장단점도 있을 것 같다.

장점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광고대행사 창업이 상당히 어려웠는데 지금은 창업의 기회가 상당히 많아졌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환경이 다양해지고 개선되다 보니, 대형 광고대행사가 아니더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 이는 광고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큰 기회다. 하나 더, 과거와 비교해 디지털이나 새로운 마케팅 개념이 추가되며 광고가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으로 성장했다. 이 역시 광고인들에게는 희소식. 하지만 분명한 단점도 있다. ‘옳고 그름에 관한 논의가 상실됐다는 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좇는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특히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 왜 디지털 이야기를 하느냐면, 최종적으로 프로젝트에 관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클라이언트가 디지털이라는 영역을 모르는 데서 비롯한 문제기 때문이다. 즉 관리자들의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니 자연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더해,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광고주를 획득하기 위한 대행사들의 싸움이 더욱 거세지는 것도 문제다. 대행사들의 경쟁이 심화할수록 클라이언트의 입김이 강해지고, 대행사들의 이익과 입지는 더욱 약화된다. 이는 고스란히 대행사 직원들의 근무 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좋은 인재들의 유입을 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게 지금 광고업계의 현실이라고 본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은 없을까.

대행사 스스로 자존심을 세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일정한 가격 이하로는 팔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있듯, 적절한 보상 없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업계 리더들이 이끌어줘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광고업계를 이끌어 온 광고인으로서 업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달라.

광고에 디지털 개념이 더해지며 기회가 상당히 많아졌다. 이러한 기회를 쉬이 대하지 말고, 광고 영역이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꿈나무들이 업계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 미국의마이애미 애드스쿨과 같은 광고 실무를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 큰 소망이다. 앞서 말한 얼라이언스 구축이나 강의 활동, 그리고 1년에 두 번씩 개인적으로 진행하는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스쿨과정 등도 이러한 꿈나무 교육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자신만의 비즈니스와 꿈을 실현할 수 있는야생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삶의 목표가대기업 취직이 되어버린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바꿔 나가고 싶다.

 

  
고착화된
갑을 관계와 같은 잘못된 관행들이 국내 업계에 상당히 깊고 넓게 자리잡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는 그 어떤 사이보다 끈끈한 파트너 관계여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고 싶다.

광고를 하다보니, 광고로도 다른 의미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자는 세상의 잘못된 이면을 꼬집고 비판하는 한편, 광고는 예쁘고 긍정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최종적으로는 자신만의 비즈니스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야생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삶의 목표가 대기업 취직이 되어버린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바꿔 나가고 싶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6. 7. 6. 14:53

이 시대의 브랜딩은 무엇인가, 박상훈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비즈니스 업계에서브랜딩의 중요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공급 과잉 현상에 부딪힌 각 산업계는 이제 제품 기능과 같은 물리적인 차별화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게 됐고극히 정성적이고 감성적인 차별화 방법인 브랜딩을 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브랜딩에 대한 시대적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펴야 할 때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브랜딩이란 무엇인지박상훈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만나 일담을 나눴다.

 

진행. 한기훈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김지훈 기자 kimji@websmedia.co.kr





한기훈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대표

박상훈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박상훈 대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디아이 매거진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30년간브랜딩과 관련한 많은 일을 해왔다. 오랜 기간 일한 만큼 많은 브랜드를 거치며 마케팅 실무를 담당했고, 인터브랜드와 같은 브랜드 컨설팅 전문 회사를 이끌어본 경험도 있다. 과거에는다이나믹 코리아'와 같은 국가 브랜딩 프로젝트도 했고, 근래에는클라우드(Kloud)’, ‘순하리 처음처럼등의 제품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혁신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2011년 설립 이후 지금껏 운영해 온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도 마찬가지다.



브랜딩' 하면 여전히 단어 뜻을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브랜딩 회사'는 어떤 회사를 말하나.

상품이 소비자에게 궁극적으로 전해지기까지 생산, 유통, 브랜딩의 과정을 거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거다. ‘브랜딩이란 생산과 유통 과정을 거친 수많은 제품이 그만의 이름과 이미지를 갖게 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가치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브랜딩 회사는 그러한 과정을 생산 및 유통 회사들과 함께 전문성 있게 완수하는 회사다. 특별히 우리 회사는 ‘Meaningful Sensation’, 의미 있는 놀라움을 만들어보고자 뭉친 사람들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의미 있고,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가치와 사례를 발굴하자는 의미다. ‘브랜딩을 현대적인 의미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실행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의 브랜딩은 의미상으로 무엇이 다른가?

과거 브랜딩은 단순했다. 먼저 콘셉트를 잡고, 콘셉트를 베이스로 이름과 디자인을 만든다. 그게 끝이다. 이건 그냥요소를 만드는 것이지, 실질적인 의미의브랜딩이 아니다. 이를 레스토랑과 비유하자면, 아무 설명 없이 예쁜 음식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려면 음식만 예쁘면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예쁜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고, 카메라로 예쁘게 찍어 온라인에 올리고, 예쁜 포스터를 제작해 예쁜 인테리어로 장식한 벽 한쪽에 붙이고, 필요하다면 예쁜 영상도 만드는 등의활동이 필요한데, 그간 이러한 활동을 브랜딩 회사는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진정한 브랜딩은 브랜드의 전반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다듬어 주는 작업이다.


 

브랜딩 관련 리포트도 발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브랜딩 시장의 트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여러 트렌드가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만 꼽고 싶다. 첫째는 거대 리테일러에보통 브랜드들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 리테일러, 즉 유통 사업자들이 PB 상품을 직접 판매하며 자생력이 증대했다는 것이다. , 이제 특정 카테고리에서 1, 2위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갖지 못한 기업들은 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화두를 경영하는 시대라는 것. 선택의 대안이 너무 많아 소비자들은 선택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특정한 화두에 대한 브랜드만의 독특한 관점과 철학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게으른 브랜드는 쉽게 잊혀진다'는 거다. 이제냄비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퍼지고 잊혀진다. 이에 브랜드 관점에서 ‘Fun & New’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신선함이나 친근함을 강조하는 캐릭터, 일러스트 등을 활용한 콘텐츠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스톤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stonebrand)에 오면 더 다양한 이슈를 살펴볼 수 있을 거다. 홍보 아니다(웃음).



각 트렌드가 현시대가 원하는 핵심을 잘 요약한 것 같다. 그렇다면브랜딩의 실질적인 프로세스는 어떤가?

첫째는 앞서 말한로드맵작업이다. 소비자의 니즈나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돼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들을 만드는 것이다. 로드맵이 완성됐다면, 그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콘텐츠를 제작한다. 콘텐츠를 시각적, 언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이를 커뮤니케이션할 방식을 설정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은 3P, Product(제품 및 서비스), People(임직원 및 소비자), Place(사람이 머무는 모든 곳 )의 원칙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스톤이 실행한 실제 브랜딩 사례를 들어보고 싶다.

최근 진행한 맥스웰하우스 브랜딩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과거 맥스웰하우스 브랜드는 시장 넘버원 브랜드였기에 상당히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브랜드와 함께 커피 시장에 수많은 경쟁자가 들어오며 존재감이 과거 같지 않았던 상태였다. 과거와 달리 저가 시장에서 판매되며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 역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다시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리브랜딩 디자인을 준비했다. 맥스웰하우스의 이니셜 ‘M’을 심플한 심볼마크로 개발하고 패키지 색상과도 산뜻하게 매칭해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사실 맥스웰은 지난 1986년 내가 동서식품 마케팅팀에서 근무할 당시 론칭한 브랜드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품질 하나는 확실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맥스웰하우스만의 커피다움이라는 콘셉트 아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브랜딩 이후 2015/2016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고 매출도 상승했다. 의미와 함께 놀라움을 함께 전달하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주시 브랜드도 상당히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브랜딩 회사 입장에서 도시 브랜드 프로젝트는 쉽지 않은 과제다. 사고 팔 수 있는 유형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니까. 공주시는 무령왕릉, 공산성 등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유한 도시임에도,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와 도시 브랜딩 구축이 체계적으로 되지 못한 상태였다. 스톤은 이러한 공주시의 CI행복한 미래로 가는 문(Gate)’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다시 디자인했다. 이 문은 백제의 진취적인 왕인 무령왕의 왕릉 입구와 공산성 성곽 입구의 형상을 모티브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문을 통해 뻗어나오는 빛으로 나뉘어진 16개의 조각(벽돌)은 공주시를 이루는 16개의 읍, , 동을 의미한다. 또한, 단순히 상징물 제작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와 대외적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활동까지 함께 진행했다. 공주시 사례 역시 2014/2015 레드닷에서 어워드를 수상했고, ‘왜 공주시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였다고 본다.



박상훈 대표의 저서 『장소의 재탄생, 홍대 앞에서 런던까지』를 보면 도시 브랜딩이 국가 전체의 브랜드 파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 등장한다. 지자체나 시에서도 브랜딩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나 보다.

내가 그 책을 쓴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미래 시장을 대비하는 유일한 요소가 바로장소 브랜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시, 지역, 나아가 국가까지도 이장소 브랜딩의 영역이 될 수 있다. 장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파워를 키우면 해당 장소의 번영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좋은 브랜딩이 좋은 상품성을 확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사실 한국에선 그러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아이 러브 뉴욕이나런던 이즈 체인징과 같은 해외 사례를 보면, 카피에서부터 명확하고왜 이 장소에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내 장소 브랜딩은 아쉬운 면이 많다.



한국의 장소 브랜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말씀드린 대로 아쉬운 점이 많다. 아이덴티티 요소를 만든다는 것은 무언가 분명한 콘셉트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브랜딩을 보면, 메시지 없이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해보자. 소비자는 브랜드가 질문을 던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답을 찾아줘야 하는 대상이다. 내가 파는 상품이 무엇이고, 이 장소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을 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소 브랜딩은 그런 의미에서 명확한 답과 정의가 없다. ‘함께 생각해보자’,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는 지금의 브랜딩은 의미는 좋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혼란만 야기했다. 장소 브랜딩은 비전과 미래를 제시하는 일인 만큼, 장소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고려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메시지를 만드는 작업이 돼야 한다. 그것이 브랜딩이고 슬로건인데, 이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다.



라는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정확히 짚었다. 그저좋은 도시’, ‘행복한 도시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콘셉트와 메시지는 그런 것을 뛰어넘어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종류의 브랜딩이든 핵심은에서 출발하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에 답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디지털 시대가 되며 브랜딩과 마케팅의 모든 영역이 쪼개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강한 회사가 있고, TV나 전통 매체에 강한 회사가 있다. 각자의 전문성이 있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어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들이 다같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임했을 때 책임을 지는 이들도 필요하고. 이를 과거에는 광고대행사가 총괄했지만, 디지털이 발전하며 광고대행사들의 역할이 미디어 핸들링 위주로 바뀌다 보니 중심이 없어졌다. 클라이언트가 해주면 좋지만,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측면에서 클라이언트는 전문성이 떨어지니 그들에게 기대는 것도 힘들다. 이젠 브랜딩 회사가 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한 브랜딩 콘셉트와 함께,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수반한 상태로 프로젝트를 집행해야 한다.



국내 브랜딩 시장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국내 브랜딩 시장 환경은 어떤가?

장소 브랜딩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국내 브랜드 중, 앞서 말한명확한 브랜딩 콘셉트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인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는 아직 많지 않다.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곳도 많고. 코카-콜라 같은 기업을 보면, 명확한 콘셉트가 있다. 그리고 그 콘셉트를 중심으로 10여 편 이상의 매체별 광고, 소셜 콘텐츠,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매체 특성과 부합하면서도 콘셉트에 정확히 맞는 콘텐츠가 쏟아진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좋아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러나 국내는 클라이언트나 에이전시나 아직 이러한 하나의 체계로 움직이는 회사가 많지 않은 것 같다.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을까?

소위업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디지털은 이미지 사이즈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뀌었다. 4대 매체 시대에는 미디어가 한정돼 있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콘텐츠의 발신자와 수신자가 명확했다. 발신자가 보내면, 수신자는 받는 거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는 옴니채널로 흩어지며 모든 사람이 콘텐츠를 발신하고 수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기에 기존 발신자의 위치에 있었던 이들의 역할이 바뀌는 거다. 발신자들은이야깃거리만 던져주고 실제 콘텐츠를 채우고 만들어가는 이들은 수신자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변화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발신자들의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예전처럼 접근하면 돈만 날린다.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미래 브랜딩 시장에서 한국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여러 문제와 위기가 있지만, 지금 당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전 세계에서 한국은한 나라다. 문화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많고, 디지털 시장에서 좋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얼마 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컨퍼런스에 다녀왔는데, 한국이 두 번째 개최지라고 하더라. 콘데나스트라면 , <보그>, <콘데나스트 트레블러> 140여 개의 세계적인 잡지를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콘데나스트 럭셔리 컨퍼런스는 럭셔리 산업의 메카로 손꼽히는 지역에서 열려온 행사다. 특히 <보그>의 인터내셔널 에디터인수지 멘키스가 직접 서울을 선택했기에, 한국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금 한국은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브랜딩 업계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또한, 지금 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지금 시기를 가벼이 대하지 않고, 꾸준히 산업을 키워 나가면 좋겠다.



,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앞서 브랜딩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철학을 쭉 말하셨는데, 그러한 브랜딩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직원을 채용할 때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끈기. 모든 성공의 핵심은 일을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끈기에 있더라. 둘째는호기심'. 우리 업의 특성상상상력'이 중요한데, 호기심이 있어야 상상력이 발현되더라. 마지막은지성'창조성'이다. 구체적으로 일을 진행할 때는 지성과 창조성이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우리 직원들은 이러한 특성이 모두 있다고 보면 된다(웃음). 이러한 끈기와 호기심, 지성과 창조성을 중심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로드맵이 완성됐다면, 그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콘텐츠를 제작한다.

콘텐츠를 시각적, 언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도시’, ‘행복한 도시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콘셉트와 메시지는 그런 것을 뛰어넘어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종류의 브랜딩이든 핵심은에서 출발하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브랜딩 업계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또한, 지금 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지금 시기를 가벼이 대하지 않고, 꾸준히 산업을 키워 나가면 좋겠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6. 6. 5. 15:48

다시 사람으로, 정철 카피라이터

광고쟁이의 낭만을 말하기에 광고판은 치열하다남을 이겨야 내가 사는 업계 특성 때문일 수도작은 시장을 두고 수많은 경쟁자가 싸우는 국내 시장 구조 때문일 수도 있다그렇기에 광고쟁이는 오늘도 바쁘다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카피 한 줄이미지 하나에 골몰한다하지만 그러다 보니 잊고 사는 게 있다. ‘사람이다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줄을 써야 하는 것이 광고쟁이고 카피라이터인데수많은 경쟁에 지친 그들은 언젠가부터 ‘사람을 잊고 산다여기여전히 사람을 잊지 않고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광고쟁이정철 카피라이터가 있다시종 너털웃음을 짓는사람 냄새 한껏 풍기는 그에게서왜 결국 ‘사람이 답인지 들어봤다.

 

진행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김지훈 기자 kimji@websmedia.co.kr


                               (좌로부터, 김지훈 기자, 정철 카피, 한기훈)




특별히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널리 이름을 알리고 싶다 등의 거창한 뜻은 없다.

누군가 내가 쓴 책을 전부 다 읽고 덮었을 때가슴 속에 ‘사람이라는 두 글자가 남았으면 좋겠다.






----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  정철 카피라이터



본인을 소개할 때 ‘절반은 카피라이터절반은 작가라는 문구를 자주 쓰더라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대학 졸업하고 처음 가진 직업이 카피라이터다카피라이터가 결국 남의 얘기 대신해주는 것 아닌가남 얘기만 20년 넘게 하다 보니 ‘내 이야기가 마렵더라내 생각을 세상에 던졌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다그래서 책을 써보기로 했고, 2009년 『내 머리 사용법』이라는 첫 책을 내놨다근데 이게 생각보다 잘 팔리더라(웃음). 책이 잘 팔리니 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반응이 있으니 재미도 있더라덕분에 지금은 내가 카피라이터인지작가인지강사인지도 모르게 됐다(웃음).



카피강연시간을 투자하는 비중이 어떻게 되나?

책 쓰는 시간이 가장 길다카피는 그때그때 일이 들어오면 쓰고 강의는 한 달에 많으면 열 번 정도 진행한다
하지만 책은 보통 1년 내내 쓰니까아무래도 투자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있다최근 발행한 『카피책』도 반응이 좋던데?

독자 반응을 꼼꼼히 챙겨보는 편인데반응이 나쁘지 않더라사실 많이 파는 것보다 카피라이터 지망생들이 오랜 기간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책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기대보다 반응이 더 좋아서 놀랐다기분 좋다.

 


정철’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단어가 ‘정치 광고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

사실 문재인 전 후보와는 19대 총선부터 인연이 있었는데문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며 캠프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카피라이터로서 광고를 계약하고 일을 진행하는 일반적인 활동이 아니라, 1년간 캠프에 합류해 전반적인 홍보 활동을 지원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먼저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당시 내 생각은 ‘50년 넘게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는데, 1년만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아내도 내 생각을 알았는지 흔쾌히 허락했고그때부터 다른 모든 활동을 접어두고 문 후보 캠프 홍보 활동에 올인했다.




당시 ‘사람이 먼저다’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대중이 문 후보에게 기대하는 바를 함축하고 싶었다과거 인권 변호사 활동을 했던 이력발전이나 개발보다는 복지를 중심으로 내건 공약과 정책이 모두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문 후보의 철학과 맞닿아 있더라그게 ‘사람이 먼저다’ 카피가 등장한 계기였다.




요즘에도 계속 정치 광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던데가장 최근에는 표창원 후보(현재 당선인등 더불어민주당의 신규 총선 후보들을 ‘신제품에 비유해 사용설명서를 제작한 것이 소셜에서 큰 이슈가 됐다.

문재인 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영입 활동 일부를 함께했다당시 표창원 후보 등 여러 당원을 만났는데,문득 광고쟁이들이 신제품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각 후보의 특징을 잡아 각자에게 맞는 색깔을 우려내는 것이 중요했다그래서 떠오르는 특징들을 요약해 신제품처럼 사용설명서와 주의사항 등을 정리했다표창원 후보는 사이다양향자 후보는 우산으로 비유했는데이게 소셜에서 반응이 좋았다메타포를 잡아 제품을 홍보하는 일종의 광고 프로세스를 적용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치 광고 활동을 하는 이유도 궁금해진다.

특별히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 ‘널리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등의 거창한 뜻은 없다청와대에 간다거나 정치로 진출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개인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그가 키워드로 내세웠던 ‘사람 사는 세상에 가슴으로 공감했다어찌보면 나는 ‘사람 사는 세상과는 정반대로 살아왔는데그 말을 만난 후  ‘사람을 내 인생의 키워드로 삼기로 했고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글과 말로 돕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누군가 내가 쓴 책을 전부 다 읽고 덮었을 때가슴 속에 ‘사람이라는 두 글자가 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광고를 꿈꾸는 이들을 만나면 광고 관련 책강연 들을 시간에 연애 한 번 더 해보라 권한다
연애를 통해 알게 되는 세세한 감정좋은 영화 한 편이 주는 떨림멋진 곳을 여행하며 쌓은 추억들이 나중에 쓰게 될 좋은 카피의 소스가 된다고.

누군가 미래에 관해 물으면 나는 항상 ‘막산다 답하곤 한다

계획이나 그림을 갖고 있지 않다최대한 오늘을 즐기자는 생각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지도 않다딱 하나 소망은 1년에 책을 한 권씩 쓰자는 거다

죽기 전까지 책을 계속 쓰고 싶다.








특별히 ‘사람이라는 단어에 공감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광고업계가 사실 치열한 곳이잖나서로 물고 뜯고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고수많은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그 한가운데 있다 보니당시 내 인생의 단어는 ‘승리였다다른 대행사와의 제안 전쟁에서 승리하고성공적으로 광고를 론칭하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사람이란 단어는 내 인생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표어와 그 깊은 뜻을 알고 나서는 승리가 아닌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다누군가 제안에서 승리해 기뻐하고 노래 부를 때다른 한 곳에서는 밤새 준비한 제안서를 챙기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과거엔 그게 보이지 않았다언젠가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성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그 인간성을 중심으로 광고를 기획한 사례가 있다면.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꼭 받는데시력 검사 도중 시력표를 보고 문득 생각난 아이디어가 있다당시가 세월호 사고 1주기 즈음이었다시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글자가 희미해지며 잘 보이지 않는 시력표처럼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 사고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그래서 ‘4/16 세월호잊지 않을게라는 말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흐려지는 이미지를 시력표 위에 표현했다진실은 침몰하지 않지만관심이 침몰하고 있는 건 아닌지 표현하고 싶었다.

 

 

그럼 광고 이야기를 더 해보자최근 들어 가장 재미있게 지켜본 광고가 있는가?

내가 뽑는 최고의 카피는 결혼정보회사 ‘듀오 ‘결혼해 듀오이 다섯 글자 안에 회사의 브랜드명과 색깔이 함께 녹아있고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들어가 있고말의 확장성도 굉장히 뛰어나고재미까지 있다정말 잘했다내가 한 건 아니다(웃음).

 


정철 카피 본인이 쓴 것 중에 최고로 꼽는 사례가 있다면.

과거에 내가 살던 아파트가 채광이 참 좋았다그런데 어느 날인가 아파트 앞에 대형 스포츠 시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미관상으로도 안 좋고채광 좋던 아파트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니 아파트 주민들은 당연히 반대했다대책 회의가 열렸고나는 카피라이터라는 이유로 불려가 현수막에 들어갈 문구를 정해야 했다보통 이런 상황에는 ‘스포츠 시설이 웬 말이냐’ 등의 문구를 쓰지만난 여기에 앞서 말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를 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햇빛을 받고 뛰어놀 수 있게 한 뼘만 비켜 지어주세요’. 이후 실제 해당 스포츠 시설은 채광을 방해하지 않도록 비켜 지어졌다싸움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부추기는 글을 쓰니더 화제가 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거라고 본다브랜드 광고는 아니었지만여전히 내가 쓴 카피 중에 가장 기분 좋았던 사례다.

 


이제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해보자정철 카피라이터가 브랜드 광고를 기획하던 시절과 현재 광고 시장은 무엇이 다른가.

일단 매체가 변했다과거엔 4대 매체 광고가 곧 광고였고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하지만 지금은 4대 매체의 존재감이 굉장히 떨어졌다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미디어가 변하니매체도 따라서 변한 거다브랜드나 대행사도 그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카피라이팅 과정의 변화는 없나.

카피를 설계하는 과정이나 크리에이티브 기획 과정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크리에이티브란 결국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이다매체가 변하면 광고를 실어 나르는 채널이나 플랫폼에 따른 세세한 변화는 있지만결국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

 


카피라이터들이 디지털이나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중요하다가장 트렌드에서 앞서야 하는 이들이 광고인이니까기술도 중요하고데이터도 중요하다하지만 ‘광고라는 게 결국 사람들이 많이 보는 매체에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던지고 사람들이 내 제품을 사게끔 하는 것 아니겠나
광고인카피라이터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렇게 근본적인 철학이라고 본다.

 


그럼 카피라이터는 어떤 공부를 하는가.

나는 광고를 꿈꾸는 이들을 만나면 광고 관련 책강연 들을 시간에 연애 한 번 더 해보라 권한다연애를 통해 알게 되는 세세한 감정,좋은 영화 한 편이 주는 떨림멋진 곳을 여행하며 쌓은 추억들이 나중에 쓰게 될 좋은 카피의 소스가 된다고실제 광고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 그런 세세한 감정들은 바빠서 좀처럼 느낄 새가 없다젊은 시절에 쌓아 놓지 않으면카피라이터는 따로 공부하기가 참 힘들다.

 


젊은 층 카피라이터와 함께 일할 기회는 자주 있는 편인가이곳저곳 부르는 곳이 많을 것 같은데.

요즘 시장에서는 나를 ‘원로 카피라이터로 칭하더라(웃음). 몇 년 전까지는 국내 존재하는 대부분 광고대행사와 함께 작업했지만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그래서 광고 제안을 해본 지 한참 됐다. ‘나이를 먹으면 감각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아마도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같이 일하기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는 것 같고(웃음). 사실 아직 나는 젊을 때 비해 감각이 무뎌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광고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선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정철 카피가 느끼기엔 어떤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열기는 조금 식었을지언정 오히려 광고 분야를 꿈꾸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더욱 다양해졌다고 본다광고 영역을 마케팅 전반으로 확대해서 바라보는 시선도 늘고 있고바람직한 변화라고 본다.

 

 

광고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하지 마라(웃음). 실제 요즘 광고 업계가 그렇다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되기 힘든 게 아니라 뽑는 곳이 없어서 되기가 힘들다실제로 연차가 어느 정도 있는 경력 사원들을 위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새내기 사원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키우며 이끌어 줄 여유를 가진 회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반은 농담이지만정말로 선뜻 도전을 권하기가 힘든 분야이기는 하다.

 

 

현실적이면서도 뼈 있는 조언이다정철 카피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해보자
수많은 브랜드 광고를 함께했을 텐데만약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브랜드와 함께해보고 싶나.

사실 대행사보다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면서 대부분 브랜드와 협업을 해봤다아무래도 프리랜서는 더 많은 브랜드 카테고리와 일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아직 못해본 곳이 패션뷰티 관련 브랜드다광고주들이 내 스타일을 알아서 그런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무도 연락을 안 주더라술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 걸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웃음).

 

 

왠지 이해가 된다(웃음). 지금은 정철 카피 자신이 ‘원로’ 이야기도 듣고 많은 젊은 카피라이터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정철 카피가 영감을 얻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반은 카피라이터반은 작가로 살며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내 글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은 얼마 전 작고한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그가 쓴 책들을 보고 ‘글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놀란 적이 많다주옥같은 책이 많지만 내가 꼽는 책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다기발하면서도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작법을 보여주는 책이다그리고 한 명 더 있다조금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시인의 마을이란 노래로 유명한 가수 정태춘이다그의 가사를 보고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한다가사를 그렇게 잘 쓸 수가 없다이 두 사람의 작품은 디아이 매거진 독자들도 꼭 한 번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10년 뒤 정철 카피는 뭘 하고 있을까.

누군가 미래에 관해 물으면 나는 항상 ‘막산다고 답하곤 한다계획이나 그림을 갖고 있지 않다최대한 오늘을 즐기자는 생각이다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지도 않다딱 하나 소망은 1년에 책을 한 권씩 쓰자는 거다죽기 전까지 책을 계속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정철 카피의 책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고 있을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사실 독자에게 하는 말이자나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요즘 내 인생을 정확히 대변해주는 말이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소위 말하는 ‘꼰대’, ‘아재가 되지 않으려고 진심으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웃음). 나도 모르게 조금씩 꼰대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광고디지털 분야를 이끌어갈 독자 여러분은 절대 꼰대가 돼서는 안 된다잠깐 정신을 놓으면 누구나 꼰대가 된다나이가 문제는 아니다. 20대에도 꼰대는 얼마든지 있다. ‘내가 혹시 꼰대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면서 살라고 말하고 싶다그래야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2016.06.08 17:46 [ ADDR : EDIT/ DEL : REPLY ]

kh's IM Leader Interview2016. 5. 7. 13:08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보다, 김영철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디지털이 그리는 미래 시장의 주인공은 ‘콘텐츠를 많이 보유한 플레이어다
콘텐츠를 유통하고콘텐츠를 중심으로 소통하기가 너무도 쉬워진 디지털 시대과연한국은 미래 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유명 CF 감독으로 콘텐츠 제작 업계 최전방에서 이름을 날리던 김영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부원장을 만나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를 그려봤다

 

진행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김지훈 기자 kimji@websmedia.co.kr





요즘 신경 쓰는 부분은 지역별로 콘텐츠를 활성화하는 방안
스타트업 및 콘텐츠 관련 산업계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등 
산업 전반을 
키우는 일이다인력 양성마케팅 활동 지원
투자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해당 산업계를 지원 사격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  김영철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부임하기 전광고 산업에 종사했던 거로 안다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업계에선 내 이름이 CF 감독으로 많이 알려졌다과거 LG 애드( HS Ad의 전신)에서 CM 플래너로 활동하다가정확히 10년 차 되던 해에 CF 감독으로 데뷔했다. ‘광고라는 분야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 제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한국콘텐츠진흥원에 오기 전까지 계속 감독 활동을 했다.



대표작을 소개한다면?

박카스와 함께 ‘지킬 것은 지킨다’ 캠페인 시리즈를 9년 가까이 진행했다한 브랜드와 CF 감독이 오랫동안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박카스 감독으로 지명도를 많이 쌓았다해당 광고로 박카스 브랜드를 젊은 층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뿌듯하다이 때문에 따뜻한 영상미에 강한 감독으로 업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9
년이라니 대단하다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CF’라는 분야가 빛이 많이 바래지기도 한 것 같다.

그렇다. CF라고 하면 대부분 TV와 같은 전통 매체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마련이니까나도 업계 최전방에서 매체 환경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고빠르게 변화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기존에 운영하던 TV 광고 중심의 회사를 디지털 시대 흐름에 맞는 형태로 탈바꿈하고자 했다이후부터는 디지털 매체를 위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힘을 쏟았다광고계에선 상당히 빠른 시도였다고 평가받았다이러한 디지털 콘텐츠 관련 경험을 융합해 좋은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낸 것 같다그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오기까지 큰 역할을 했고.

 

그럼 김 부원장이 현재 몸담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한 소개도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준정부기관이다문화체육관광부가 다루는 문화체육관광 분야 중 ‘문화’ 분야에 우리 기관이 속한다고 보면 된다콘텐츠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방송게임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패션 등이러한 콘텐츠 전반의 영역을 구현하고소비하고사업화하는 모든 과정에 있는 구성원들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하고 육성한다최근에는 산업과 산업을 융복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언급한 분야 중 의외인 것도 있다. ‘패션도 콘텐츠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나?

사실 패션은 특수성이 있다패션도 콘텐츠 산업화할 수 있는 영역이 꽤 있으니 말이다드라마나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기존 콘텐츠와 연결된 수 있는 고리들이 많다이에 패션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뉴욕에서 열리는 ‘컨셉코리아’, 국내에서 진행하는 ‘패션코드라는 행사가 그 예다신진 디자이너들이 국내 또는 해외에서 쇼케이스를 가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해당 행사에 해외 투자자나 바이어를 초대해서 비즈니스 매칭을 해주는 등 다방면으로 활로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융복합에 초점을 두고 K-POP 분야와 엮는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실제 올해 진행할 패션코드는 ‘뮤콘이라는 K-POP관련 행사와 함께 전개할 계획이다.



좋은 시도라고 본다패션이 있다면 음식이나 여행관광 같은 분야도 함께 엮일 수 있을 듯한데.

음식은 한식재단여행관광 쪽은 해당 분야 협회와 기관이 또 있다영화나 광고도 마찬가지사실 그러한 분야들도 콘텐츠와 엮일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이 많이 있기에장래에는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는 경우는 없나?

주로 제작 활동을 지원한다고 볼 수 있다최근 인기인 KBS ‘태양의 후예’도 마중물로 기획 단계까지 지원한 작품이다하지만 이는 과거부터 쭉 해왔던 일이고요즘 신경 쓰는 부분은 지역별로 콘텐츠를 활성화하는 방안스타트업 및 콘텐츠 관련 산업계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등 산업 전반을 키우는 일이다인력 양성마케팅 활동 지원투자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해당 산업계를 지원 사격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보다는 '진흥원'이라는 이름처럼 산업 자체에 대한 진흥에 힘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일각에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는 시선도 있더라.

우리는 중소제작사들을 대상으로 주로 활동하고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는 방송사를 대상으로 한다물론 긴밀하게 연관이 돼 있다.예컨대 우리가 하는 일 중 하나가 중소제작사(주로 프로덕션사)들이 제작하고자 하는 신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이나 시나리오에 대해 제작지원을 결정하고실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방송사에 전달하는 역할이다이후 실제 방송이 되는 과정은 전파진흥원과 방송사가 담당하게 된다일부 비슷한 업무 영역도 있지만역할과 필요 분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역할과 업무 수행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 같다부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주력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장르 사업 부문을 맡아서 유관 업체들을 지원하고산업 자체를 진흥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예를 들면 대형 소속사를 찾지 못한 실력 있는 신예 뮤지션들을 미국과 같은 큰 음반 시장에서 데뷔할 수 있도록 쇼케이스 활동을 지원한다든지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육성해 유명 패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든지최근에는 문화창조벤처단지를 만들고 해당 사업에 참여할 93개 기업을 선정해 관련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알았던 걸까최근 몇 년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좋은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세계 시장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실제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어떤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굉장하다. K-뷰티, K-푸드, K-POP  ‘K’ 이름을 단 콘텐츠 브랜드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콘텐츠 간 융합을 통해 상당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해외 유명 페스티벌이나 미디어에서 한국의 콘텐츠를 다루는 것은 이제 하나의 일상이 됐을 정도다단순히 엔터테인먼트적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가져가는 브랜드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기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최근 가장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최근에는 K-웹툰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웹툰은 2차 콘텐츠 생산에 굉장히 유리한 콘텐츠이기에 특별히 눈 여겨 보고 있는 분야다예를 들면 웹툰에 등장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게임을 만든다든지웹툰 시나리오를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한다든지혹은 반대로 게임의 소재를 활용해 웹툰을 만들 수도 있다기존 영상이나 만화책으로 보던 애니메이션 산업이 디지털과 융합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웹툰 이외에 라인프렌즈와 같은 캐릭터 사업이 해외에서 탄탄한 성과를 쌓고 있는 것도 나중에 큰 힘이 될 것 같다이러한 추세를 보면 국내 콘텐츠 산업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게임 산업도 2차 콘텐츠로 확장하기에 좋은 구조를 띠고 있지 않나게임 분야는 상황이 어떤가?

게임의 경우 여전히 게임에 대한 국내 시장의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인지 기반이 그리 좋지는 않은 상황이다과몰입에 대한 우려그에 따른 셧다운제와 같은 여러 규제도 함께 맞물려 있어 활기를 많이 잃은 상태다진흥원에서는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콘텐츠 비즈니스 수출 규모의 절반가량이 게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게임 산업은 무조건 살리고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앞으로는 VR(가상현실)을 게임 콘텐츠와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계획이 있다앞서 말한 웹툰게임 분야는 콘텐츠 산업 간 융복합 측면에서 굉장한 강점이 있기에해당 산업들을 부양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국내 콘텐츠 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언급했는데한국 콘텐츠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콘텐츠의 가장 큰 강점은 기획 및 제작 역량이다순발력 있는 크리에이티브나 아이디어가 굉장히 자주 나온다이는 특별한 연구나 숙련의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감각과 직관의 영역이라고 본다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이러한 순발력을 찾아보기 힘들다그래서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배워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특히 중국에서는 한국의 유명한 콘텐츠 제작자나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한편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정서적 차이 때문에 여전히 벽이 존재하더라이러한 부분도 한국 콘텐츠의 강점을 활용해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본다.

 

한국 콘텐츠의 가장 큰 강점은 기획 및 제작 역량이다
순발력 있는 크리에이티브나 아이디어가 굉장히 자주 나온다
이는 특별한 연구나 숙련의 과정을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직관의 영역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기존에는 
그저 
즐거운 오락거리를 제공해주는 데 그쳤다면
이젠 하나의 산업이자 국가적인 수익 모델로서도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콘텐츠로 불리는 다양한 문화 산업군 내에서는 진흥원의 역할이 강조되고확대될 수밖에.


 






그럼 해외시장은 어떤가해외에서는 콘텐츠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다보스포럼'에서는 요즘 시대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했다. 1(증기기관), 2(대량생산), 3(IT/컴퓨터)에 이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새로운 산업의 물결을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더불어서이미 세계는 콘텐츠 시장에 활발하게 대응하고 있다이미 1997년 영국은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라는 이름으로 음악미술디자인패션 등의 산업 분야를 ‘창조 산업'이라 규정하고 경제부흥을 유도했다일본도 2003년부터 ‘쿨 재팬(Cool Japan)’ 이라는 콘텐츠 관련 지적 재산 추진 개혁을 통해 상당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중국도 우리보다 빠른2009년부터 ‘문화 사업 진흥 계획'을 통해 콘텐츠 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시기다. 2015년 시작한 ‘문화창조융합벨트'가 그 첫발이라고 보고 있다문화창조융합벨트 역시 문화 산업의 융성을 돕고 다양한 기술과 복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역할이 국가 차원에서 강조될 수 있겠다.

진흥원의 역할은 문화를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기존에는 그저 즐거운 오락거리를 제공해주는 데 그쳤다면이젠 하나의 산업이자 국가적인 수익 모델로서도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그러니 당연히 ‘콘텐츠’로 불리는 다양한 문화 산업군 내에서는 진흥원의 역할이 강조되고확대될 수밖에.

 

 

그 방법 중 하나가 ‘글로벌일 수도 있겠다현재 콘텐츠진흥원에는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서 홍보 또는 마케팅할 수 있는 기반이 있나?

물론이다글로벌은 산업 전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다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영국 런던중국 베이징일본 도쿄에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 조만간 중국 충칭 지역브라질 등지에서도 곧 론칭할 계획이다특히 중국 충칭 지역은 중국 내에서 각종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한 곳이지만아직 문화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은 곳이다그렇기에 이를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 위해 노력 중이다세계 각국에 이 같은 기반을 잘 쌓아두면콘텐츠와 연결된 다양한 산업 카테고리가 더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흥원이 나서 그렇게 해외 콘텐츠 시장 활로를 개척해둔다면국내 브랜드를 위한 제반 마련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그렇다민간 기업들이 해외 시장 활로를 개척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므로진흥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있다반대로 해외 시장에 미리 진출한 브랜드와 콘텐츠진흥원이 함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브랜드와 콘텐츠 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라고 본다이런 면에서 생각해보면결국 국내 콘텐츠 시장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야 글로벌에서도 통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 기반을 잘 갖추기 위한 방법론은 무엇이 있을까?

좋은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CKL(Culture Korea Lab)’ ‘문화창조아카데미. CKL은 대학생이나 이제 막 콘텐츠 관련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고여기서 조금 더 프로 수준으로 성장하면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앞서CKL에서는 이론적인 학습과 실습을 위주로 했다면아카데미에서는 조금 더 전문화된 콘텐츠를 실무적으로 제작하는 과정을 갖는다.박칼린정재승 등 유명 콘텐츠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콘텐츠가 미래 산업의 한 줄기라볼 때미래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가 차지할 영역은 상당히 커질 것이다이는 앞서 말한 한국인만의 감각이 한몫한다고 본다또한새로운 기술이나 콘텐츠에 관해 좋은 테스트 베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도 좋은 흐름이다한국에서 뜨면 세계에서도 뜬다는 일종의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그렇기에 확장성이 높은 시장이고콘텐츠의 수준 또한 높으니 충분히 좋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계속다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6. 3. 27. 16:45

그 브랜드가 가진 진정성 조용노 파타고니아 코리아 대표이사

조용노 파타고니아 코리아 대표이사한국 패션 및 아웃도어 업계에서 그의 이름 세 글자는 흥행보증수표다
손만 댔다 하면 성공하니까
컨버스뉴발란스스프리스잔스포츠 등 그의 손을 거쳐 한국 시장에 이름을 알린 글로벌 브랜드만 수십 개다.
 
2013그의 손을 빌리기 위해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손을 내밀었지만그가 선택한 곳은 ‘파타고니아(Patagonia)’였다
손을 내민 적도 없다그가 직접 제 발로 찾아갔다
이유인즉슨,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이다과연 그가 본 진정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그에게 직접 들어보자.

 

진행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김지훈 기자 kimji@websmedia.co.kr





Jo Yong No
그 브랜드가 가진 진정성 
조용노 파타고니아 코리아 대표이사



 

DI LEADERS는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가 
뉴스와 이야기가 있는 리더를 만나 디아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패션 업계에서 조용노 대표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지만, ‘DI’를 보는 디지털 산업 종사자들은 조 대표의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간단히 자신을 소개해줄 수 있을까.

30년 넘게 등산을 해온 아웃도어 매니아로서 2013년부터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용노다.과거부터 뉴발란스스프리스 등 글로벌 스포츠 및 아웃도어 브랜드를 경영하며 꾸준히 노하우와 비전을 다져왔다
특히 아웃도어는 볼수록 참 매력이 큰 분야다.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스토리에 반해 파트너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조용노 대표를 반하게 한 파타고니아의 스토리는 무엇인가.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유명 등반가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1973년 창립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다
최초 등반 장비를 제작하는 ‘쉬나드 이큅먼트의 자회사로 출발했지만이후 고집에 가까운 품질 유지와 철저한 환경 철학으로 지금의 파타고니아가 됐다품질 면에서는 1993년부터 100% 유기농 순면 제품만을 제작하며 크게 인정받았고환경 측면에서는 1996년부터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스냅티라는 제품을 매년 제작하며 화제를 낳은 바 있다특히 ‘환경에 대해서는 어떤 브랜드보다 적극적이다앞서 브랜드를 소개하며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말 앞에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도 그 이유다. 2014년부터는 강제 사육된 동물의 털은 쓰지 않는트레이서블 다운을 선보이며 동물의 권리도 보호하려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브랜드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파타고니아는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며 우리가 하는 의류 생산 활동이 지구 환경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그렇기에 당연히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을 제공하는 지구에 거꾸로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우리는 ‘1% for the planet’이란 이름으로 캠페인화했고, ‘Earth Tax’란 이름으로 제도화했다. 1985년부터 시작해매출액의 1%를 환경 단체를 지원하는 데 기부하는 사회 활동이다수익이 아닌 매출액의 1%를 지원한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작년까지 기부한 총액은 약 7천만 달러(한화 약 840억 원)굳이 ‘사회적 책임’ 또는 ‘착한 마케팅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응당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 브랜드 효과를 위한 인위적인 마케팅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타고니아가 행하는 마케팅 활동을 보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반적인 브랜드와 행보가 다르다일례로 한국에서 파타고니아가 유명해지는 데 큰 몫을 한 ‘Don’t buy this jacket’ 광고가 있다이 광고는 어떻게 탄생했으며기업의 영리 목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그 광고가 그다지 치밀한 계획 끝에 나온 결과물은 아니었다(웃음). 
재킷을 사지 말라고 강조한 것은 아니고, ‘꼭 필요할 때만 제품을 사라고 주문한 것이다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살 경우역시 환경이 망가지기 때문이다그리고 원래부터가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많이 파는 것엔 관심이 없다그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필요한 만큼만 파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사업적 목표다이러한 브랜드 스토리가 광고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

브랜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용노 대표가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궁금해진다파타고니아의 기업 철학과 상충하는 부분은 없는가.

제품의 품질에 기반을 두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철학을 꾸준히 알리면 공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비즈니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변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그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이 기기나 문명의 발달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여기서 가치란 결국 ‘품질 ‘신뢰이며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할 것이다특히 요즘 ‘주류라고 말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는 그러한 가치와 관련된 정보의 생산 및 확산의 주체로서 소비자들의 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 진정성 없는 브랜드는 어떤 형태로든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본다이는 파타고니아와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의 생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럼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국내 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아웃도어 산업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다만다른 나라들처럼 파타고니아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데?

사실 파타고니아가 한국에 들어온 지는 20년이 넘었지만그간 매장 수가 많지 않아 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당장의 판매율 성장보다 품질과 환경을 생각하는 나름의 철학을 지켜가면서 착실히 사업을 전개해왔다성장도 계속 이뤄지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특별히 취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 있나?

글로벌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더 널리 공감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환경에 대한 공감대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전략이다매체를 통해 광고를 집행하기보다는 주로 고객들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어우러지는 이벤트와 이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공식적인 매체 광고비는 전혀 없다비용을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중요한 것은 우리의 철학을 어떻게 전하고,소비자에게 어떻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다내 역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대단한 철학과 고집이 느껴진다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있을까?

소비자와 직접 살이 맞닿을 기회를 마련하려 노력한다새해 첫날 강원도 양양에서 ‘뉴 이어 서핑 이벤트를 진행했다이는 ‘쓰레기 없는 바다(Trash Free Seas)’를 모토로 동해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환경 캠페인의 일환이다주민들과 함께 서핑 및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양양 죽도 해변에서 새해 해돋이와 함께 겨울 바다 서핑을 즐겼고환경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바다에 띄웠다다같이 스포츠 활동을 즐기면서 환경 보호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한 의미 있는 캠페인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국내 시장 현황도 알고 싶다현재 국내 매장들은 직영점과 대리점으로 구성돼 있나.

파타고니아는 강남점을 비롯한 직영점 4전국 주요 도시에 대리점 11백화점 11개를 포함해 총 2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아웃도어 시장이 위축되며 오프라인 매장문을 닫는 브랜드도 많은데파타고니아는 오히려 백화점 등의 입점 요청이 늘었다. 3월에는 추가로 주요 상권에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등산서핑스키스노우보드낚시트레일 러닝 등 기능별로 수많은 제품이 있지 않나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무엇인가.

등산과 서핑이 상위에 포진해 있다특히 젊은 층 소비자들이 서핑 제품에 관심이 많다막간을 이용해 우리 서핑복 자랑 좀 하자면파타고니아 서핑복은 석유 소재의 ‘네오프렌(Neoprene)’을 대체한 식물성 소재인 ‘율렉스’ 소재로 만들어 상당한 품질을 자랑한다올해 유럽 스포츠 아웃도어 용품 박람회 ‘이스포에서 친환경 제품상을 받은 바 있다회사 차원에서 서핑 제품에 대한 인기를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다강원도 양양에 서핑 전문 매장을 2014년에 별도로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해당 매장 역시 젊은 서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에서의 구매율도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특히 유통 업계에선 온라인 소비자를 꼭 잡아야만 하고온라인 매출의 비중과 성장 속도는 어떤 편인가.

현재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온라인 매출 현황을 보면 비중도 작고 성장 속도도 느린 편이다우리도 온라인 소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자체 온라인 스토어를 키우거나 여타 스토어를 통해 판매 접점과 채널을 늘리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시장의 경우온라인 매출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온라인 구매가 더욱 활성화된 한국 시장에서도 곧 온라인 비중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따로 하고 있나.

2015 11월에 브랜드 웹사이트를 리뉴얼 오픈했다미국 본사 사이트와 같은 형태로 오픈해 디자인, UI·UX의 통일감을 높였다이미지 위주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직관성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모바일 대응도 제대로 했다현재는 관련 콘텐츠를 정비하는 중이다
웹사이트의 완성도를 높이고 소셜 미디어 채널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이후 바이럴 마케팅이나 검색 광고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파타고니아의 핵심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그리고 그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계속 말하지만 파타고니아의 핵심 고객은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파타고니아에 관심을 갖고 평생 고객이 되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와 가치를 같이하는 사람들이고아웃도어에 관심이 있든패션에 관심이 있든 결국 소비자들이 파타고니아를 선택하는 이유는 우리의 철학과 제품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철학을 온전히 담아내면서도 신뢰를 높인 사례가 있다바로 Wornwear 이벤트다남들이 입던 옷을 세탁 및 수선해 옷을 되팔아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이를 통해 옷 생산으로 인한 환경 훼손을 줄이자는 것이 이벤트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과연 남들이 입던 옷을 파는데 사람들이 사러 올까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지만, 3일 만에 900벌 가까운 파타고니아 중고 옷이 모두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한편 요즘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단기간에 크게 성장했고그만큼 독특한 시장이었던 걸로 보이는데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왜 주춤하는지시장 전체의 특징과 연관지어 설명해줄 수 있을까.
 

한국에선 소위 말하는 ‘등산복을 중심으로 한 ‘알파인 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시장 볼륨이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알파인 시장이 줄어들면서 아웃도어 시장 전체가 숨을 고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표면적으로 보면 주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세계 시장의 흐름을 보면 아웃도어 시장은 캠핑백패킹서핑 등 다양한 활동 분야로 세분화전문화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또한산이나 바다를 떠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에 있다일상 속에서 아웃도어 의상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국내 역시 지금 당장은 잠시 활기를 잃은 듯해도 곧 성장동력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아웃도어 시장 역시 변화하는 시장 흐름을 잘 파악하고 준비해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국내 아웃도어 마케팅을 보면 안타까운 면도 있다천편일률적으로 톱 모델을 활용한 전 방위적 광고를 실행하지 않나새로운 마케팅적 접근이나남들이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려는 고민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이러한 광고·마케팅 행태를 어떻게 보는가?

파타고니아 자체가 없는 수요를 광고로 자극해 소비를 끌어내는 인위적인 마케팅 방식을 추구하지 않는다그런 마케팅은 고스란히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환경을 생각해도 불필요한 제품이 생산·소비되는 것이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실제 소비는 젊은 층이 아닌 50대 이상 소비자에게서 더욱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너도나도 젊은 층이 선호하는 톱 모델을 경쟁적으로 활용하는데그런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인위적으로 수요만 자극하는 마케팅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파타고니아는 그런 면에서 브랜드 앰베서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로 어떤 이들을 브랜드 앰베서더로 기용하는가.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앰베서더는 테크닉뿐만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가 파타고니아와 맞아야 한다계약에 의해 거금을 후원받아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홍보대사로 나서는 것은 역시 의미가 없다클라이밍서핑 등 각 스포츠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이면서도환경에 대한 마인드도 확실한 사람을 기용한다대표적인 사람이 ‘라몬 나바로(Ramon Navarro)’세계적인 서퍼인 그는 자신이 태어난 칠레의 푼타 데 로보스라는 작은 마을의 무리한 개발을 막고 각종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며 환경운동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이런 사람들이 브랜드를 대표해야 우리 철학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브랜드도 사람도 결국 철학과 진정성이 중요한 것 아닐까 싶다마지막으로 조용노 대표가 그리는 미래와 비전을 밝혀달라.

결국 ‘마케팅이라는 과정 자체가 철학을 전달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파타고니아의 대표직을 수행하며 나부터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마음속에 가득 채웠다. ‘품질 ‘환경을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올곧은 마음이 소비자에게 통하길 바랄 뿐이다지금처럼 꾸준히천천히 달리겠다계속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 비용을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철학을 어떻게 전하고소비자에게 어떻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다
내 역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중략)  소비자와 직접 살이 맞닿을 기회를 마련하려 노력한다.

** 결국 ‘마케팅이라는 과정 자체가 철학을 전달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파타고니아의 대표직을 수행하며 나부터 파타고니아의 철학을 마음속에 가득 채웠다
품질 ‘환경을 생각하는 파타고니아의 올곧은 마음이 소비자에게 통하길 바랄 뿐이다
지금처럼 꾸준히천천히 달리겠다계속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 제품의 품질에 기반을 두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의 철학을 꾸준히 알리면 공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비즈니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변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그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이 기기나 문명의 발달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1004친구

    파타고니아....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바른 기업정신에 저도 함께 할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영광입니다... 늙어 할머니 될때까지도 입을수 있게 남아주시리라 믿습니다.

    2016.09.21 22:06 [ ADDR : EDIT/ DEL : REPLY ]

kh's IM Leader Interview2016. 2. 22. 12:37

사람을 키우는 회사, 공성원 유니버설 맥켄 코리아 대표이사

파나소닉, 나쇼날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운 일본 기업인 姑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은 
일평생을 좋은 기업이 아닌 좋은 사람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세계 대공황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섰을 때, 그는 ‘아무도, 절대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전사에 천명했고, 
결국 직원들의 신뢰와 함께 회사는 살아난다. 이렇듯, 좋은 경영인은 사람을 다루고 키우는 일에 능하다. 
글로벌 광고 회사 유니버설 맥켄 코리아를 이끄는 공성원 대표 역시 그런 경영인을 꿈꾼다. 
고노스케 회장의 철학처럼 ‘사람을 키우는 회사’를 만들고자 나아가는, 공성원 대표와의 일담을 들어보자.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김지훈 기자 kimji@websmedia.co.kr





■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 공성원 유니버설 맥켄 코리아 대표이사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유니버설 맥켄 코리아(이하 UM코리아)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공성원이다. 나보다 회사를 궁금해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유니버설 맥켄’은 글로벌 광고그룹인 맥켄에릭슨의 매체 부서로 시작한 미디어 대행사다. 
미디어 대행사인 만큼 미디어 플래닝과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전반을 다루고 있다.

 

 

유니버설 맥켄이 한국에 들어온 초창기부터 함께한 것으로 알고 있다. 
1991년 9월 한국에 온 그 순간부터 함께했다. 본래 나는 MBC애드컴의 전신인 ‘한국연합광고’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유니버설 맥켄이 한국에 진출하며 내게 합류를 제안했다.  당시 국내 몇 안 되는 광고대행사 중 하나였던 한국연합광고는 
경제 부흥기를 맞아 한창 고공비행을 하고 있었고,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유니버설 맥켄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난 광고인으로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나와 나란히 앉아 옆자리를 지키던 선배들이 결국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탄탄했던 회사를 뒤로하고 모험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미디어 환경은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꿈을 안고 나왔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할까. 
당시 미디어 환경을 설명하자면, 광고주들의 수요는 많았지만 광고를 틀 수 있는 미디어 자체가 너무 부족했다. 
SBS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외국계 미디어 대행사였던 유니버설 맥켄이 자생하기에는 사실상 굉장히 힘든 구조였다. 
하지만 그룹 본사 광고주였던 코카-콜라가 한국 광고대행을 우리 쪽에 맡기면서 상황이 좋아졌다. 
네슬레, 유니레버, 나이키 등 글로벌 광고주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겼고,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와 제휴를 통해 
미디어 시청률 분석을 통해 광고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도 가동했다. 
선진화된 시스템이 들어오자 광고주들은 우리를 찾았고, 업계에선 우리가 일하는 방법을 궁금해했다.

 

 

미디어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대행사인 만큼, 다양한 미디어 전략이 있었을 것 같다. 
UM코리아가 최근 진행한 캠페인 중 대표로 꼽는 사례가 있을까.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모든 접점이 결국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과거 진행한 캠페인 중 코카-콜라와 함께한 사례가 있다. 
코카-콜라의 상징이자 그 자체로 미디어 역할을 하는 코카-콜라 보틀 라벨에 닉네임과 메시지를 넣어 소비자들이 서로 속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Share a Coke’ 캠페인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디지털 광고대행사 레볼루션 커뮤니케이션즈와 협업한 이 캠페인은 커다란 바이럴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시장은 미디어보다는 기획이나 제작에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있지 않나. 
미디어 대행사로서 힘든 부분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답답한 부분이 있다.  많은 국내 광고주가 ‘마케팅’을 곧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생각해보자. 
100억 원의 광고 예산이 있다. 이 중 기획이나 제작에 드는 비용은 많아도 20억 원 정도다. 그럼 나머지는 결국 매체 집행 비용이다. 
여기서 ‘매체 기획’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거나, 올바른 인식이 없다면 기획에 대한 고민이 적을 수밖에 없다. 
고민이 적으니 결과물도 좋지 않다.  즉,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분야에 대해 가장 고민이 적은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기획·제작 단의 고민도 그리 많지는 않다. 요즘 광고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흔한 예를 들어보자. 
요즘 뜨는 ‘응답하라 1988’의 혜리가 찍은 광고는 무려 20개다. 대부분 브랜드가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 찍는다. 
왜냐하면 ‘이슈’니까. 매체는 대충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미디어에 집중해서 집행한다.  이런 매체는 경쟁률도 높고 비용도 많이 든다. 
자, 혜리를 모델로 야심 차게 준비한 우리 제품 광고가 드디어 나왔다. 지나갔다. 15초 후, ‘응답하라’의 또 다른 스타 류준열이 나온다. 
또 15초 후 혜리가 모델인 다른 제품 광고가 나온다. 자, 우리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집계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아마 대부분 ‘와, 응답하라 배우들 잘 나가네’ 정도일 것이다. 메시지 대부분이 희석되고 휘발한 것이다. 
이렇게 적은 고민은 한심한 결과로 이어진다. 정교한 측정이 가능한 디지털 채널로 중심이 옮겨가며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의 국내 미디어 시장은 어떻게 보나. 
개선의 여지는 있지만 모든 면에서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다. 특히 양적인 성장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모든 소비재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특별히 떠오를 만한 시장 카테고리도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최근 모바일 비즈니스 관련 광고주들이 시장에 많이 나왔는데? 
그렇다. 배달 앱이나 모바일 게임, 핀테크 등 모바일 관련 서비스는 분명히 뜨는 광고주다. 특히 요즘은 모바일 게임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사실상 모든 이의 손에 게임기가 생긴 것 아닌가. 자신이 게이머인지도 모르는 게이머들이 늘었다고 하더라. 
작년부터 ‘넷마블’과 미디어 플래닝을 진행하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전반을 놓고 보면 아직 부족하다. 모바일 비즈니스 외 카테고리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를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역시 글로벌이다. 해외 시장을 대비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가 없다. 투자자들도 내수 시장만 신경 쓰는 기업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도 사실 상황은 복잡하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은 거품을 걷어내는 중이고, 
미국이나 일본 시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대행사 입장에서는 꾸준히 시장 흐름을 보고 글로벌 광고주와 지역 광고주 비중이나 타깃 시장을 잘 구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UM코리아의 광고주 비중은 어떤가. 
작년 기준 국내 7, 글로벌 3이다. 아마 글로벌 비중이 높았다면 계속 이 자리에 있기는 힘들 거다(웃음). 
외국계 회사는 모든 걸 숫자로 얘기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낮은 대행사는 살아남기 힘들다.

 

 

자, 그렇다면 UM코리아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온드 미디어, 페이드 미디어 등 미디어는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지만, 앞서도 말했듯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미디어를 중심으로 모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기업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상에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부분을 마케팅 관점에서 풀어주는 것이 우리 서비스의 핵심이다. 
미디어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정은 얼개가 매우 복잡하다. 
미디어나 제품 카테고리별로 방법론과 과정이 모두 다르기에. 광고주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주고 실행하는 것이 우리 일이다.

 

 

회사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사내에 어떤 직종이 있으며, 일을 할 때 원칙이 있는가.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따로, 미디어 플래닝 따로 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있어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일지 찾는 것이 
UM코리아의 일이다. 기본적으로 ‘일을 위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인 종합광고대행사라면 모든 프로세스가 분업화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한 직원이 스스로 사고해서 미디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업무에 대처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메인 직무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플래너, 전략 플래너, 바이어 등으로 직종을 나누고 있지만, 전 직원이 회사의 모든 일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미디어 플래닝 뿐만 아니라 통합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미디어 대행사’라는 말보다 ‘통합 마케팅 대행사’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그렇다. 다만, 내가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의 형태나 크기가 아니라 ‘자세’다. 
대행사 직원이 광고주 미팅 자리에서 ‘저는 TV 담당이라 디지털은 잘 몰라요’ 하는 게 말이 되나.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이 많아지는 만큼 마케터도 알아야 할 채널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광고주 미팅을 갈 때 플래너만 가는 것이 아니라 전 팀원이 다같이 간다. 
내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전사 직원 다같이 회의한다. 그렇기에 광고주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신입사원도 무슨 내용인지 
다 알고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프로세스를 구축한 대행사는 우리가 유일하다. 때문에 수식어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성원 유니버설 맥켄 코리아 대표이사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내가 강조하는 것은 서비스의 형태나 크기가 아니라 ‘자세’다. 
대행사 직원이 광고주 미팅 자리에서 ‘저는 TV 담당이라 디지털은 잘 몰라요’ 하는 게 말이 되나.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이 많아지는 만큼 마케터도 알아야 할 채널이 많아지는 것이다.

실수와 단점을 꼬집는 것은 리더가 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얘기다. 단점은 본인도 안다. 장점을 말해야 한다. 
계속해서 칭찬하고 장점을 말하다 보면 단점은 어느새 없어진다. 
살기 힘든 세상인 만큼 여러 가지 동기부여도 필요하고, 끊임없이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리더십이라고 본다.


 

전 직원을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겠다. 따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나. 
물론이다. 사실 국내에서 미디어 플래닝과 관련한 교육을 하는 곳이 없다. 
개인적으로 광고 관련 전공 교수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카피라이터나 아트 디렉터는 알아도 
미디어 플래닝은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 
미디어 플래닝은 광고, 아니 전체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자 가장 큰 비용이 집행되는 프로세스인데 어떻게 아무도 모르는지 되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육 역시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기획과 제작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분야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실망스러운 나머지 나라도 출강하겠다고 했다(웃음).

 

산업 자체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따라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매체사들도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기에,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는 게 중요하다. 이는 매체사나 교육계뿐만 아니라 실무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실무자끼리도 계속해서 교류하고 이야기할 창구와 기회가 필요하다. 
이론만 볼 것이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너무 과하면 사람을 자꾸 빼간다(웃음).

 

그런 경우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가(웃음). 
본인이 잘 돼서 회사를 나가는 것은 오케이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회사 문을 나서면, 보내주는 입장에서도 든든하다. 
하지만, 정말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고 말하기까지는 분명히 시간이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5~7년은 걸린다. 
그렇게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인재가 나가서도 일을 잘하고, 업계에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인재상이 궁금하다. 
당장 취업에 목말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일하지 않고, 조금 더 원대한 꿈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본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런 거 없었다(웃음).
살다 보니 그런 기백이나 용기가 필요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사는 언제든 열려 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 
아, ‘영어’는 있다. 나도 영어에 한이 맺힌 사람인데(웃음), 글로벌 광고주나 해외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국내 광고주를 만나면 
모든 페이퍼가 영어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영어는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스펙’은 보지 않나. 
사람들이 말하는 스펙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학벌로 알고 있는데, 명문대학 나왔다고 절대 일 잘하는 것 아니다. 
광고 일은 열정과 끼가 있어야 한다. 광고, 콘텐츠, 경쟁사 상품, 트렌드, 시청률, 인기배우 등 보고 들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다른 광고회사들 가보면 마치 제조 공장처럼 책상만 일자로 펼쳐놓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나 마케팅은 절대 그런 영역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열정과 끼가 충만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인재상이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난 대행사 일이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은 하나다. 바로 ‘해결’이다. 
누구나 일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를 비난하거나 꾸짖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실수를 수습하고 해결하는 것이 윗사람의 역할이다.
돌려 말하면, 실수와 단점을 꼬집는 것은 리더가 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얘기다. 단점은 본인도 안다. 장점을 말해야 한다. 
계속해서 칭찬하고 장점을 말하다 보면 단점은 어느새 없어진다. 
살기 힘든 세상인 만큼 여러 가지 동기부여도 필요하고, 끊임없이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게 리더십이라고 본다.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지금 우리 회사에 있는 내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내 최종 꿈이다.

인터뷰 후에 공성원 공창원 형제분과 같이.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6. 1. 21. 17:29

미디어렙의 내일을 그리다 이성학 메조미디어 대표이사

지금의 광고·마케팅 업계를 보면, 미디어렙, 종합광고대행사, 프로덕션 등 수많은 산업 구성원이 너도나도 ‘통합 마케팅’을 외치며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일을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우리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케이블 TV 광고 영업사원을 거쳐 미디어렙사의 대표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무장한 이성학 메조미디어 대표이사는 오직 메조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그가 그리는 미디어렙의 내일, 지금 바로 만나보자.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월간 IM 편집국 im@websmedia.co.kr







2015년 2월 메조미디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뭐, 정신이 없다(웃음). 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열심히 한 만큼 찾아오는 보람과 보상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사실상 매체 간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오늘의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메조미디어가 미디어렙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메조미디어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닌 미디어렙사다. 간단히 회사소개를 부탁한다.

‘디지털 마케팅 렙사’다. 설립은 1999년 4월에 했고, 2012년 CJ E&M과의 통합 이후 국내 미디어렙 시장을 넓히고자 노력했다. 업계 최초로 애드 네트워크를 출시했고, 소셜 분석 회사 ‘티버즈’를 인수하며 소셜미디어 시장에서도 버즈를 분석해 이슈와 문제를 파악하는 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현재는 CJ E&M의 콘텐츠와의 시너지를 중심으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나아가고 있다.


이성학 대표의 배경도 궁금해진다. 과거 케이블 TV 광고 영업을 했다고 들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웃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동양그룹의 기획실 예산 파트에서 일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공중파 방송이 아닌 위성방송 개념의 케이블 TV가 생긴다는 이슈가 있었다. 동양그룹도 ‘바둑TV’와 관계돼 케이블 TV 방송사업자로 나서게 됐고, 내가 그 프로젝트에 설립 요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갔다. 1995년 케이블 TV 출범과 함께 바둑TV도 성공적으로 개국했다. 다시 동양그룹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바둑TV에서 ‘가긴 어딜 가냐’며 붙잡았다(웃음).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사태가 터졌고, 120명이 근무하던 바둑TV는 70명이 근무하는 회사가 됐다. 사회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회사에서 가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됐고, 당시 내가 속해있던 관리 파트에서 일하는 게 싫어졌다. 그래서 1999년에 ‘광고 영업’이라는 직무에 도전했다. 그때 처음 케이블 TV 광고 영업에 뛰어든 것이다.


케이블 TV에 채널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케이블 TV 광고 산업은 어땠나.

케이블 TV는 스물일곱 개 채널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채널은 많았지만 채널당 광고 매출은 정말 미미했다. IMF 당시 1998년부터 케이블 TV 초창기 방송사업자로 참여했던 대우, 삼성 등 대기업들이 손을 떼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리온그룹(당시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온미디어’라는 케이블 TV 방송사업자 그룹을 설립한다. [편집자 주. 온미디어는 2000년 6월 동양그룹 소속이었던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가 발족한 후, 2001년 9월부터는 동양그룹에서 분리된 오리온그룹이 운영했다] 바둑 TV를 비롯해 OCN, 투니버스 세 개 채널이 초기 멤버였는데, 이후 온스타일, 슈퍼액션 등을 개국하며 몸집을 키워갔다. 케이블 TV 광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 시기다.


한참 그렇게 몸집을 불려가던 온미디어도 2009년 CJ그룹에 매각하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그렇다. 2009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로 기억한다. 오리온그룹이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한다. [편집자 주. 2009년 CJ오쇼핑이 온미디어 인수를 결정한 후, 2010년 온미디어가 CJ그룹 계열사에 추가됐다. 2011년 3월에는 CJ그룹 여섯 개 미디어 계열사가 CJ E&M의 방송사업부문으로 인수·합병됐다. 출처. 위키백과] 온미디어와 CJ그룹이 보유한 미디어 채널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당시 외부에서는 ‘과연 CJ 미디어와 온미디어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시너지를 내는 데 성공한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2012년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더불어 온라인, 모바일 산업이 확장하며 TV 광고 시장 자체가 활기를 잃은 것.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시 CJ E&M은 TV를 중심으로 상품을 만들고 기획, 판매하는 일에 강했는데,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디지털로 옮겨가니 큰 위기감을 느꼈다. 디지털 채널에 대응하기 위해 결국 디지털 미디어 렙사 ‘메조미디어’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게 됐다.




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열심히 한 만큼 찾아오는 보람과 보상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사실상 매체 간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오늘의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메조미디어가 미디어렙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다.


미디어렙사와 케이블 TV 광고 영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매체 간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케이블 TV와 같이 우리가 소유한 매체를 두고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광고주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할 때 아무래도 제약이 많다. 시스템 도입이나 과감한 실험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 또한, 미디어렙사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구조 아닌가. 시장 내 입지나 위치에 대한 고민도 많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치열한 광고 업계에서 ‘메조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오직 우리만 할 수 있는 틈새를 찾아야 했다. 미디어렙사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특화된 상품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 매체 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는 상품 등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 이제는 매체 간 경계가 모호해지다 보니,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이든 전통 매체든 광고주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솔루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그러한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보는가.

아직 우리만의 완벽한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숫자로 봤을 때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수주액이 2014년 1,800억 원대에서 2015년 2천억 원 규모로 10% 정도 성장했다.


국내 디지털 미디어렙 업계에서 2천억 원은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다. 검색과 디스플레이, 모바일 광고를 제외한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이 약 2조 원 규모이니, 10%의 시장을 점유한 셈이다.

그렇다. 하지만 우리만의 솔루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를 보면 당연히 고민하고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다. 2016년에는 그런 솔루션을 마련해 양적, 질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내고 싶다.


메조미디어의 2016년 목표는 무엇인가.

2016년에는 클라이언트의 수요를 파악하고 앞서 말한 의미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과 세계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2014년 미국 ‘더트레이드데스크’라는 글로벌 디지털 매체 구매 시스템 개발사와 제휴해 전 세계 대상의 디지털 광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16년에는 이 같은 글로벌 협업을 더욱 다양화하고 동남아시아, 중국, 미국, 나아가 남미 등 더 큰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다.


메조미디어가 관여하는 사업 영역이 상당히 넓다. 영역별로 비중을 어떻게 두고 있는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곳은 디지털 미디어렙 부문이다. 세계 시장에 대응하려면 결국 디지털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은 곧 ‘디지털’이라고 보고 있다. 사업 영역 간 경계를 정확히 구분하기도 어렵다. 미디어 자체에 경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12월에 홍콩에서 열린 ‘2015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이하 MAMA)’를 보자. MAMA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는데, 만약 여기서 TV 광고 상품만 판매했다고 생각해보자. MAMA가 방송되는 약 다섯 시간 동안 과연 그 많은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었을까. MAMA의 광고 상품은 대부분 디지털 상품이었다. 방송 한 달 전부터 소셜미디어나 웹사이트를 통해 참여 아티스트 인터뷰, 누리꾼 투표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쌓았고, 그 콘텐츠에서 파생하는 또 다른 콘텐츠를 통해 광고 수익을 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브랜드의 참여도 이끌 수 있었고 말이다. 이렇듯 디지털은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오프라인 행사나 전통 매체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미디어솔루션 부문이 현재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고 보지만, 실질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는 디지털 부문이 더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MAMA가 온·오프라인을 엮으면서도 글로벌 브랜드의 참여를 끌어낸 좋은 사례인 것 같다. 혹시 다른 사례는 없나.

‘케이콘(KCON)’이 있다. 2012년부터 개최한 국제 규모 행사로, ‘한류’를 주제로 뷰티, 패션, 푸드, IT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엮어 한국 기업 및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아부다비 등 다양한 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에도 매력적인 행사다. 더불어 개최 지역 브랜드와도 광고나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다. 해당 지역 방송에서도 중계하기에 TV 광고와 엮어서 통합 상품을 구성할 수도 있다. 이처럼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IMC 연계가 가능하다.


이렇듯 디지털은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오프라인 행사나 전통 매체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미디어솔루션 부문이 현재는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고 보지만, 실질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는 디지털 부문이 더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케이콘 사례를 들으니 세계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내는 것 같다. 메조미디어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이 어떤지 짚어줄 수 있나.

최근 중국 유력 디지털 대행사 ‘하이싱크(Hythink)’와 한중 합작 콘텐츠 공동제작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앞으로 한국에서 중국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하고 싶은 사업자가 있거나 중국에서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광고주가 있으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오프라인 행사와 브랜드 콘텐츠를 함께 엮을 수 있고, 세계 시장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오직 메조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사례를 하나 더 들자면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와 함께 진행한 캠페인이 있다. 재규어가 신차 ‘재규어 XE’ 출시 행사를 CJ E&M의 방송 콘텐츠와 접목한 것이다.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엠넷 <댄싱9>의 우승팀이 퍼포먼스를 벌이며 행사 분위기를 돋웠고, 출시 행사장 전체를 마치 공연장처럼 관객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당연히 관객들은 열광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행사 내용을 올렸다. 오프라인의 바이럴 요소가 온라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불어 <슈퍼스타K7>에서 재규어XE를 우승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고, 프로그램 내에서도 화려한 그래픽으로 재규어 차량이 자주 등장했다. 광고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 콘텐츠, 방송 광고, 오프라인 행사, 온라인 콘텐츠가 한 데 엮인 IMC 캠페인으로 진행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 메조미디어의 역할이 바로 이러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도 메조미디어의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앞서 언급한 케이콘, MAMA 당시 중소기업청과 협약해 약 50여 곳의 중소기업이 행사장에서 부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콘텐츠를 통해 동반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본다. 메조미디어가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싶은 중소기업에게는 BTL 프로모션을 소셜미디어, OTT 플랫폼 등을 활용해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을 이루기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을까.

‘전략’이라는 것이 결국 내부 구성원들에게 이해가 돼야 하지 않나. 내가 생각하는 전략은 정확히 두 가지다. 첫째, 광고주의 상품과 브랜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것. 둘째, 이해한 가운데서 ‘새로움’을 창조할 것. 즉, 광고주가 지금 당장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상품을 만들려면 광고주를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그 상품은 시장에서 처음 선보여야 하는 것이고 분명한 효과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단순히 매체를 사서 광고주의 메시지를 띄우는 구조가 아니라 매체를 다듬고 엮어서 요리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내가 강조하는 전략이자 마인드셋이다.


그렇다면 팀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이 대표의 철학은 무엇인가.

놀든지, 일을 열심히 하든지 뭐든 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반응이 온다. 인생은 뿌린 만큼 거두는 거다. 그래서 성과는 못 내더라도 일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분명히 나중에 성과가 찾아올 거라고 강조한다. 땀을 흘리면 반드시 보상이 온다는 것을 항상 얘기하고 있다.


광고·마케팅 업계에 입문하기 원하는 꿈나무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특별히 원하는 인재의 모습이 있나.

‘주인 의식’도 아니고 ‘주인’이 필요한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실행’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회사도 그에 맞는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한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이 대표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내 무기는 ‘솔직함’이다. 만나는 사람에게 언제나 솔직하려 했고, 이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줬다. 신뢰가 생기니 기회도 생기더라. 대행사 일도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의 브랜드가 내 브랜드인양 일하면 해답은 나온다. 진정성은 무조건 전해진다.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가 성장하면 나도 성장하고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광고, 미디어 분야 모두 마찬가지다.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해 놓으면 사람들이 그 브랜드만 찾지 않나.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오직 메조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지금도, 이 진정성이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가 성장하면 나도 성장하고 내가 다니는 회사도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광고, 미디어 분야 모두 마찬가지다. 탄탄한 브랜드를 구축해 놓으면 사람들이 그 브랜드만 찾지 않나.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5. 12. 24. 11:20

맥캘란, 그 깊은 맛의 비밀 김주호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번에 한 번만 증류할 수 있는 단식 증류기를 사용해 관리가 어렵고 얻어내는 양이 적지만, 그만큼 맛과 향이 풍부해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고급 제품으로 분류되는 위스키다. 이를 보면, 기업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도 위스키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관리가 어렵고 보상도 적지만 온전히 과정을 다 겪어낸 후에야만 풍부한 맛과 향이 우러나온다. 김주호 애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는 이처럼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처럼 깊은 맛이 우러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월간 IM 편집국 im@websmedia.co.kr






● IM LEADERS는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가 ‘뉴스와 이야기가 있는 리더’를 만나 IM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김주호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
 

‘IM LEADERS’ 코너를 진행하며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다뤄왔지만, 주류 브랜드를 다루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에드링턴 코리아, 어떤 회사인가.
에드링턴은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주류 제조 및 판매 회사다. 오랜 전통을 가진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캘란 위스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맥캘란 외에도 하이랜드 파크, 레미 마틴, 짐빔 등 다양한 주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글로벌 주류 기업이다. 


김주호 대표 자신을 소개한다면.
1995년 에드링턴 코리아(당시 맥시엄 코리아)에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했다. 당시 맥시엄 코리아는 에드링턴 그룹과 짐빔, 레미 마틴 등 많은 브랜드가 합작해 운영하고 있었다. 브랜드는 많고 사람은 없어서 약 4~5년간 혼자서 회사의 모든 마케팅 활동을 도맡아 했다. PR, 광고,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일들이 지금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에드링턴의 대표 브랜드인 맥캘란 위스키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위스키 시장에도 다양한 경쟁자가 있을 텐데, 맥캘란 위스키를 ‘세계 최고의 위스키’라 불러도 될까(웃음).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품질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신뢰도는 감히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일례로 맥캘란의 한정판 제품인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와 ‘M 디캔터 임페리얼’은 세계 최고가 위스키 기네스북 타이틀을 두 번이나 경신한 바 있다(각 약 5억, 7억 원). 더불어 2014년에는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힌 스페인의 ‘엘 세예르 데 칸 로카’와 푸드 페어링 [편집자 주. 음료와 음식의 궁합을 맞추는 작업]을 통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맥캘란의 맛과 향, 색감에 대해 좋은 평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들어도 충분한 제품인 것 같다.


듣다 보니 ‘싱글 몰트 위스키’가 뭔지 궁금하다.
위스키는 다양한 기준으로 나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료에 따라서는 총 다섯 가지로 나뉜다. 보리 싹을 틔운 ‘맥아’로 만든 ‘몰트 위스키’, 보리나 옥수수 등 곡류를 섞어 만든 ‘그레인 위스키’,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블렌디드 위스키’, 전체 원료 중 옥수수가 80% 이상 포함돼 있고 한 번 사용한 참나무통을 재사용해 만든 ‘콘 위스키’, 51% 이상의 호밀을 원료로, 숙성할 때 내부를 태운 새 오크(Oak) 통을 사용하는 ‘라이 위스키’까지. 싱글 몰트 위스키란 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하나의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말한다. 생산량이 한정돼 있고 맛과 향도 그 증류소만의 기후나 방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마다, 브랜드마다 개성이 다르다. 가장 고급 이미지가 강한 위스키다.


맥캘란 위스키를 오랜 기간 지켜본 입장에서, 국내에서는 디마케팅★을 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브랜드’로 조용히 퍼져 나가게 한 것 같은데. 맥캘란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디마케팅’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한국에 맥캘란이 수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맥캘란’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한 시기는 5~6년 정도다. 이는 매체나 언론을 통한 광고·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디마케팅이 맞다. 하지만 맥캘란 브랜드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꾸준히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소비자 접점을 통해 맥캘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했다. TV나 신문,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는 아니지만, ‘브랜드 엠베서더’를 활용해 맥캘란을 직접 접할 기회를 늘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구전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행해 왔다. 더불어 ‘위스키’라는 상품 카테고리 자체를 확대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산업 자체 규모가 커져야 위스키 브랜드가 다같이 상생하는 이상적인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디마케팅’이 아니다.


★ 디마케팅(Demarketing)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임으로써 적절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기법.


세계적으로 보면 조니 워커 ‘Keep walking’ 캠페인과 같은 성공한 위스키 광고 캠페인 사례가 다수 있다. 김주호 대표는 광고 캠페인으로 위스키 브랜드의 매출을 높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긴 호흡의 캠페인을 통한 브랜딩 전략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본다. 조니 워커와 함께 앱솔루트 보드카 역시 강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꾸준하게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며 그만의 멋진 브랜드를 구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류 브랜드가 이처럼 광고 캠페인을 통해 성장하기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우선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가 많고, 국내 소비자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바이럴을 일으키는 전략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맥캘란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맥캘란은 일반적인 위스키 브랜드가 실행하는 단순 푸드 페어링 시음 행사와 구분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로자 도브 아로마 테이스팅(Roja Dove Aroma Tasting)’ 프로그램이다. 이는 맥캘란이 독자적으로 고안해 낸 시음 행사로, 사실 ‘시음’보다는 ‘시향’에 초점을 둔 행사다. 유럽의 향수 전문가 로자 도브(Roja Dove)가 개발한 아로마 키트를 통해 맥캘란위스키의 열두 가지 향을 그대로 재현해 여성들에게 위스키의 다양한 향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시음 행사를 진행할 때 ‘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작한 행사로, 향기에 민감한 여성 고객들에게 호응이 높아 최근에는 여성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집중해서 진행하고 있다. 향을 맡게 함으로써 고도주 위스키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여성 소비자들이 조금 더 위스키를 깊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 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때 맥캘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소비자 관점에서 술은 간단하다. 마시고, 이해하고, 기분이 좋고, 취하는 것. 그뿐이다. 소비자는 이렇게 간단한데 브랜드는 너무 어렵게 접근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병이나 패키지와 같이 포장에 신경 쓰는 브랜드가 많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맥캘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위스키’ 그 자체다. ‘위스키’라는 상품 자체에 집중하는 것만이 마케팅의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은 상품이다. 상품의 본질적인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디지털이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나.
물론 한다. 지금 소비자들이 머무는 곳이 소셜미디어 아닌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맥캘란이 이 같은 디지털•소셜미디어에 투자하는 이유는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생소한 주류 카테고리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다. 그간 한국에서 위스키는 ‘접대’나 ‘폭탄주’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유럽에서 위스키는 식사 전 가벼운 입가심이나 음식과의 궁합을 맞춰 즐기며 마시는 술이다. 일상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함에 있어 소셜미디어는 좋은 플랫폼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맥캘란만의 전략이 있을까. 맥캘란은 ‘인생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술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 다양한 콘셉트를 중심으로 영화, 미술, 음악, 음식 등 콘텐츠를 소통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맥캘란과 라이프스타일 요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주 사용층이 20~30대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젊은 소비자들을 유입하는 한편, 잠재 소비자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해당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지금 가장 활성화된 미디어는 페이스북이다.



그런가 하면 맥캘란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예술 분야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해 왔다. 목적과 효과를 밝혀줄 수 있나.

제품과 예술이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브랜드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불어넣는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단순히 상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를 파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지한다. 특히 위스키 상품 카테고리에 있어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맥캘란이 진행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크리스탈 공예 명가인 ‘라리끄’와 함께 2년에 한 번씩 한정판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Master of photography’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역시 2년에 한 번 세계적인 사진가들과 함께 예술 작품을 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위스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기 위함이다.



자, 그럼 위스키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세계 위스키 시장 현황은 어떤가.

국가마다 다르지만, 위스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고급화’다. 세계적으로 고급 위스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연관이 있다. 미국 시장이 최근 경기가 살아나며, 미국의 신흥 부호들이 위스키를 많이 찾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어떤가.
아시아 시장 역시 성장세에 있지만, 미국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고급화가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위스키를 주로 접대나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전체 시장 판매의 80% 이상이 프리미엄 제품이다. 그렇다 보니 ‘고급’에 대한 기준 자체가 높게 형성된다. 예를 들어 미국, 유럽에 가면 12년산 위스키는 ‘귀한 술’ 대접을 받는데, 한국에선 보급형 제품이다. 다만, 최근 한국은 접대 문화가 줄어들면서 위스키 시장이 과거에 비해 다소 축소됐다. 과거에는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과 같은 접대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주로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바(Bar)나 현대적인 분위기의 주점에서 유통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젊은 층 소비자를 위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영향력은 어떤가.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국의 고도주가 있고, 위스키보다 코냑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위스키 회사들의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어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 정책을 펼치면서 고급술 시장이 많이 축소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곳도 몇 군데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나라들이며 김주호 대표는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과 대만이 금지돼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주요 원인이 해외 업체들과의 세금 문제, 19세 이하 청소년 음주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회 문제의 영역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주류 시장에 대해 제대로 들어본 것 같다.



자, 그렇다면 그런 주류 시장에서 에드링턴이 내세우는 비전은 무엇인가.
그룹 본사에서 기본적으로 ‘Giving more’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연간 이익의 10%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위해 쓰도록 하고 있다. 본사가 아닌 지사에서도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다만, 이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렇기에 따로 홍보 활동을 벌이지 않는다. 회사가 거둔 이익을 진정성 있게 세상과 나누려는 태도를 기쁘게 여기고 있다.



김주호 대표의 비전도 들려달라.
얼마 전 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나. 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지금 역할은 ‘선발투수’ 정도가 아닐까.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줄 때 최소한 패전 상태로 내주지는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완투까지는 바라지 않고, 경기를 선도하는 상태로 에드링턴 코리아의 다음 주자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리겠다. 지켜봐 달라.










맥캘란 브랜드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꾸준히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소비자 접점을 통해 맥캘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노력해 왔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맥캘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위스키’ 그 자체다. 
‘위스키’라는 상품 자체에 집중하는 것만이 마케팅의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은 상품이다. 
상품의 본질적인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내 지금 역할은 ‘선발투수’ 정도가 아닐까.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줄 때 최소한 패전 상태로 내주지는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완투까지는 바라지 않고, 경기를 선도하는 상태로 에드링턴 코리아의 다음 주자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리겠다.


인터뷰 후 사진 한 컷. 왼쪽 부터 에드링턴 코리아 김태호 부장, 월간 IM 김지훈 기자, 한기훈, 김주호 대표, 이재은 포토그래퍼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

kh's IM Leader Interview2015. 11. 26. 16:47
홍보 업계 '나우올제'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이사

‘더 나은 내일’을 뜻하는 ‘나우올제’. 나우올제를 꿈꾸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로 실현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홍보 업계에선 더더욱. 하지만 이제 겨우 3년 된 홍보 회사를 운영하는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의 눈에는 나우올제에 대한 왠지 모를 확신이 서려있었다. 그의 눈을 보며 그가 그리는 나우올제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홍보 업계 나우올제, 류왕보 대표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월간 IM 편집국 im@websmedia.co.kr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이사



류왕보 대표는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회사는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본인 소개와 함께 베티카를 소개해달라.
베티카는 이제 3년 정도 된 젊은 회사다. 공공 홍보, 정책 홍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사업 경력은 짧지만 함께 회사를 끌어가는 임영진 공동대표와 나는 모두 마케팅, 홍보, 전략 분야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아왔다. 나는 기업 홍보팀 등을 거치며 주로 클라이언트 쪽에서 일해오다가, 베티카를 통해 처음으로 에이전시 경험을 쌓게 됐다.


프로젝트를 살펴보니 베티카는 주로 농업과 관련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사실 농업만 하는 건 아니다(웃음). 베티카의 첫 프로젝트가 농식품 관련 프로젝트였고, 해당 프로젝트의 결과가 상당히 좋았다. 결과가 좋으니 계속 농업 분야의 일이 생기더라. 임영진 공동대표가 농업 홍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덕분도 있고. 기본적으로 우리는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운 생태나 먹거리와 관련된 정책 활동을 주로 홍보하려는 계획인데, 그 중심에 농업이 있다고 생각한다. 꼭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 기관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듀폰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브랜드가 농업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홍보의 대상으로 봤을 때 농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활동을 넘어서, 삶, 쉼, 일이 공존하는, 인간의 삶이 담긴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콘텐츠가 녹아들 수 있고, 다양한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 홍보 회사로서 이러한 분야를 다룰 수 있어 굉장한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류왕보 대표가 과거 ‘농업은 6차 산업’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무슨 의미인가?

대부분 농업을 ‘생산’ 기반의 1차 산업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2차 산업인 ‘가공’, 3차 산업인 ‘서비스/유통/관광’의 개념을 모두 더해 하나의 복합 산업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농업은 단순히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군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성장동력이 되는 기반 산업이다. ‘6차’는 1~3까지 모두 곱한 값을 말한다. 더해도 6이 나오고 곱해도 6이 나오는데, 곱한 값으로 말하는 이유는 하나라도 빠지면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웃음).


농업을 알리기 위한 자체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베티카가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중 ‘나우올제’라는 캠페인이 있다. 순우리말로 ‘더 나은 내일’을 표현한 말이다. ‘나우올제’는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 교육을 실행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소통 채널이다.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 않나.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러한 말들이 나오는 건데, 농업이 그 미래에 대한 대안이자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캠페인이다.


농업에 대한 비전이 확실한 것 같다. 농업의 미래가 정말로 밝다고 보는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사람들은 ‘과학 영화’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농업 영화’로 봤다. 인류에게 농업이 사라졌을 때, 농사를 지을 땅을 찾아서 온 지구를 헤매는 영화라고 생각되더라. 최신 영화인 <마션>에서도 주인공 맷 데이먼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재앙의 상황에 맨 처음 하는 일이 땅을 고르고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인류에게 농업은 그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이뤄질 수 있게 해주고 수많은 생명과 생태가 번성할 수 있는 숭고한 산업이다. 워렌 버핏과 함께 금융 업계 최고의 거물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MBA가 아니라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래학자들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인류의 시작과 끝이 농업이라고 이야기한다. 농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그런가 하면 홍보대행사들은 정부 일을 주로 하면서도 부처를 가리지 않고 홍보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베티카는 농업 관련 프로젝트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인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서 우리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부처의 업무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환경부와 같이 국민의 삶과 접점이 많은 부처들의 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농업 이외에 진행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들려달라.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프로젝트는 모두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 사회적 기업 진흥원 종합 홍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과 연관된 매스미디어 홍보, 소셜미디어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사회적 기업도 사실 최근 많은 이슈가 있지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무언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에서는 고용 이슈가 사실상 가장 크다.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 세대나 은퇴를 앞둔 장년 세대들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홍보대행사로서 이를 장려하고 퍼뜨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사회적 기업의 일들이 농업 분야처럼 그만의 특별한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까.

사회적 기업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말이 있다. 과거 고용 시장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취약 계층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들이 많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소셜벤처란 말도 많이 등장하는데, 사회적 기업의 활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긴 하지만 그것이 경영주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공동선의를 실행하는 이익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는 사람들의 생활 속 아주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 수 있다. 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보청기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한다든지, 결혼을 앞두고 비용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부부를 위해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든지.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들이 생각하는 자본의 논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도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이 많아지지 않았나. 우리는 다양한 산업군의 이런 시도들이 모여서 결국 해당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멋진 일이다. ‘공공홍보’가 이렇게 매력적인 분야였나 싶다. 이쯤 되니 공공홍보를 잘할 수 있는 비결도 궁금해진다. 류 대표가 생각하는 공공홍보 업계 종사자의 필수 덕목은?

이번 사회적 기업 홍보 활동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기업 활동에 참여했었다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이 공공 이슈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것이지 않나. 결국 중요한 건 ‘관심’ 아닌가 싶다. 물론 관심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관심사나 일상이 공공홍보 업계의 다양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 프로젝트는 까다로울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다. 정부 프로젝트의 특징은 무엇인가.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연중 특별한 시기에 입찰과 수주가 몰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은 특정 시기에 굉장히 바쁘다. 특히 4월에서 6월은 전쟁이다. 또한, 대부분 연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한 대행사가 중·장기적으로 캠페인을 끌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공공홍보의 특성상 크리에이티브를 과감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거나 파급력이 강한 캠페인을 선보이기가 힘들다. 물론 어려운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좋은 점은 경기나 물가 상황 등 시장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광고 업계와 달리 홍보 업계는 여성이 강세를 보이는 직군이다. 베티카도 여성 구성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류 대표도 홍보 업계에선 여성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Yes’이기도 하고 ‘No’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홍보 자체가 커뮤니케이션 위주의 업무다 보니까 여성의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공공홍보는 워낙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다 보니 남성들도 강점을 보일만한 이슈가 많다. 참고로 베티카는 커뮤니케이션과 글쓰기에 능한 남성 인재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웃음).







직원을 채용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함께 글쓰기 실력을 본다. 홍보 업계에서는 꼭 문장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자기 생각을 글 안에 조리있게 담아내는 글쓰기 실력이 중요하다. 베티카는 특별히 직원들이 자신의 평소 생각을 글로 정리해 올리는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운영한다기보다는 그냥 생각날 때 쓰는 것이다. 보통은 자기 생각 1회, 주중 트렌드 이슈에 관해 1회, 이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글을 남기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말이나 글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능력이 그냥 갖춰지는 건 아니지 않나. 회사 차원에서 직원 교육을 위해 힘쓰는 부분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세상의 트렌드를 읽고 주도한다’는 교육 슬로건을 갖고 있다. 직원 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사내에서 강연이나 독서 모임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외부에서 진행하는 교육 활동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신청해서 듣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계속 ‘바깥세상과 어울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일이 결국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일 아닌가. 그렇지만 직원들이 업무에만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최근 ‘V-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사내에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직원끼리 짝을 지어 오전 근무만 하고 바깥세상 탐험을 나가는 제도다. 어디든 나가서 바깥 세상의 소리와 공기를 보고 느끼고 오는 것이다. 때때로 평일 근무 중 갑자기 남산으로 소풍을 간다. 더불어 ‘리프레시’가 ‘또 다른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전사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항상 직원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홍보 업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웃음).


‘홍보 업계의 구글’을 꿈꾸는 회사다운 문화다. 베티카의 롤모델은 구글인가?

특별히 어떤 회사를 롤모델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만의 혁신을 만들어내는지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들을 보면, 사내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부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하는 방법까지 굉장한 철학이 숨어있다. 그 철학을 보고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보는 것이다.


류 대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홍보 업무나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다. 혹시 회사를 그만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지금까지 부정적인 의미로 회사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보일 때, 후배들에게 빨리 내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5년 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난 대답을 할 수가 없다(웃음).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찬물을 좀 끼얹자면, 홍보 업계 관행이나 생태계 자체가 그리 녹록한 구조는 아니지 않나. 특히 국내 대행사 구조에는 갑을 프레임 같은 것도 남아있고. 그만하고 싶지는 않아도,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과거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한 경험이 있는데, 외국에는 ‘갑’과 ‘을’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더라. 한국에서는 늘 계약서에 갑을 관계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외부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갑을 관계로 고통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업계에 있다 보니 올드 패러다임에 갇힌 무례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쪽으로 계속 변하고 있다. 갑을이 아닌 파트너 관계로 변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오늘 홍보 업계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베티카와 류 대표의 비전은 무엇인가.

과거 회사 비전에 대해 고민할 때, 경영자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비전인 매출이나 순익과 같은 수치적인 성과가 직원들이나 클라이언트에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회사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그리고 함께 노력해 완성할 수 있는 비전이 결국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나와 회사의 목표다. 특히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로 경쟁해야 하는 홍보 업계에서는 이 균형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 균형을 맞춰 나가면서 늘 가장 앞선 트렌드를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선구자적인 기업이 되고 싶고, 직원들이 사회와 가정 모두에서 성공을 보장받는 삶을 살게 하고 싶다. 


인류에게 농업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농업은 그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이뤄질 수 있게 해주고, 수많은 생명과 생태가
번성할 수 있는 숭고한 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들이 생각하는 자본의 논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도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이 많아지지 않았나.
우리는 다양한 산업군의 이런 시도들이 모여서 결국 해당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 회사 비전에 대해 고민할 때, 경영자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비전인 매출이나 순익과 같은 수치적인 성과가 직원들이나 클라이언트에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회사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그리고 함께 노력해 완성할 수 있는 비전이 결국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Posted by KH Han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