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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brand column @ Monthly DI

고객이 쉽고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


고객이 쉽고 편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


스마트폰으로 여러 브랜드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아직도 모바일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PC 상의 웹사이트가 그대로 스마트폰의 화면에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를 포함한 장년층은 물론, 많은 사람이 대부분 그 화면에서 이탈해 버릴 것이다

고객이 ‘빨간 운동화’를 검색하면 ‘빨간 운동화’가 나오는 페이지로 랜딩이 되어야지 무조건 웹사이트의 첫 페이지로 랜딩이 된다면 ‘빨간 운동화’를 찾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고객은 불편함을 느낄 때 이탈한다

골프 예약을 위해서 웹사이트에 들어갔다. 나는 내가 원하는 날 예약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은데 무조건 회원가입을 해야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었다. 다른 골프장의 웹사이트는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날짜 별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어느 골프장으로 고객이 더 많이 가게 될 지가 여기서 결정된다. 쓸데없이 회원가입 과정을 필수로 만들다 보면 많은 고객을 놓치게 될 것이다.

내가 주로 쓰는 은행 계좌는 기업은행 계좌다. 오래 사용하기는 S 은행 계좌를 훨씬 더 오래 사용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계좌번호는 바로 내 스마트폰 번호다. 누군가 내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바로 얘기해 줄 수 있다. 고객이 가장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계좌번호로 사용한 기업은행 마케팅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동네 주유소 중에 유독 많은 차가 몰리는 주유소가 있다. 젊은 직원들이 친절하고 신속하게 주유 서비스를 해준다. 세차도 내부까지 빨리 해준다. 다섯 명이 세차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 셀프 주유소가 있지만(물론 거기가 조금 더 싸겠지만), 앞서 말한 주유소에 압도적으로 손님이 많다. 사람들이 무조건 경제성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생긴다. 그리고 사람이 직접 해 주는 서비스가 점점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 질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아마존은 뛰어난 알고리즘으로 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을 정말 잘 추천해 준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이제 큐레이션 기법을 통해 고객에게 책을 추천한다. 코너별 매니저들이 직접 큐레이터가 되어서 각 책의 위치를 정한다. 또 어떤 서점은 고객들의 추천 평을 끼워 넣기도 한다. 고객의 선택을 도와주고 편안함을 준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서점의 단골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신문사의 웹사이트로 들어가서 기사를 볼 때, 기사 읽는 것을 방해하는 지저분한 광고들 때문에 읽기를 포기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 요란한 광고들이 가장 중요한 독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독자의 읽기를 광고로 방해하면 독자는 이탈한다. 독자 없는 신문에는 광고도 안 들어 온다

글자 크기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충분히 큰 글자로 여유 있게 페이지를 구성해서 가독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장년, 노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특히 배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

기업의 웹사이트나 약관, 사용설명서 등을 보면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전문 용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몇몇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쉬운 이해를 위해 쉬운 용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많이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정부의 행정 용어나 법률용어 등이 시급히 바뀌기를 기대해 본다

‘고객이 쉽고 편하게’ 하도록 연구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혁신과 연결되고 새로운 사업 모델과 이어진다. 뛰어난 학자의 강의는 쉽다. 전문성이 뛰어난 강사의 강의는 이해가 쉽다. 글도 마찬가지다. 모든 마케터들이 고객을 위한 쉽고 편한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연구하고 실행해 보기를 기대한다.

(2018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