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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IM Leader Interview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

홍보 업계 '나우올제'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이사

‘더 나은 내일’을 뜻하는 ‘나우올제’. 나우올제를 꿈꾸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로 실현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홍보 업계에선 더더욱. 하지만 이제 겨우 3년 된 홍보 회사를 운영하는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의 눈에는 나우올제에 대한 왠지 모를 확신이 서려있었다. 그의 눈을 보며 그가 그리는 나우올제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홍보 업계 나우올제, 류왕보 대표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자.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월간 IM 편집국 im@websmedia.co.kr





류왕보 베티카 주식회사 대표이사



류왕보 대표는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회사는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본인 소개와 함께 베티카를 소개해달라.
베티카는 이제 3년 정도 된 젊은 회사다. 공공 홍보, 정책 홍보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사업 경력은 짧지만 함께 회사를 끌어가는 임영진 공동대표와 나는 모두 마케팅, 홍보, 전략 분야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아왔다. 나는 기업 홍보팀 등을 거치며 주로 클라이언트 쪽에서 일해오다가, 베티카를 통해 처음으로 에이전시 경험을 쌓게 됐다.


프로젝트를 살펴보니 베티카는 주로 농업과 관련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사실 농업만 하는 건 아니다(웃음). 베티카의 첫 프로젝트가 농식품 관련 프로젝트였고, 해당 프로젝트의 결과가 상당히 좋았다. 결과가 좋으니 계속 농업 분야의 일이 생기더라. 임영진 공동대표가 농업 홍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덕분도 있고. 기본적으로 우리는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운 생태나 먹거리와 관련된 정책 활동을 주로 홍보하려는 계획인데, 그 중심에 농업이 있다고 생각한다. 꼭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 기관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듀폰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브랜드가 농업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홍보의 대상으로 봤을 때 농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활동을 넘어서, 삶, 쉼, 일이 공존하는, 인간의 삶이 담긴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콘텐츠가 녹아들 수 있고, 다양한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다. 홍보 회사로서 이러한 분야를 다룰 수 있어 굉장한 보람을 느끼는 중이다.


류왕보 대표가 과거 ‘농업은 6차 산업’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무슨 의미인가?

대부분 농업을 ‘생산’ 기반의 1차 산업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2차 산업인 ‘가공’, 3차 산업인 ‘서비스/유통/관광’의 개념을 모두 더해 하나의 복합 산업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농업은 단순히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군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성장동력이 되는 기반 산업이다. ‘6차’는 1~3까지 모두 곱한 값을 말한다. 더해도 6이 나오고 곱해도 6이 나오는데, 곱한 값으로 말하는 이유는 하나라도 빠지면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웃음).


농업을 알리기 위한 자체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베티카가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중 ‘나우올제’라는 캠페인이 있다. 순우리말로 ‘더 나은 내일’을 표현한 말이다. ‘나우올제’는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 교육을 실행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소통 채널이다. 요즘 ‘헬조선’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 않나.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그러한 말들이 나오는 건데, 농업이 그 미래에 대한 대안이자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한 캠페인이다.


농업에 대한 비전이 확실한 것 같다. 농업의 미래가 정말로 밝다고 보는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사람들은 ‘과학 영화’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는 ‘농업 영화’로 봤다. 인류에게 농업이 사라졌을 때, 농사를 지을 땅을 찾아서 온 지구를 헤매는 영화라고 생각되더라. 최신 영화인 <마션>에서도 주인공 맷 데이먼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재앙의 상황에 맨 처음 하는 일이 땅을 고르고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인류에게 농업은 그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이뤄질 수 있게 해주고 수많은 생명과 생태가 번성할 수 있는 숭고한 산업이다. 워렌 버핏과 함께 금융 업계 최고의 거물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MBA가 아니라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래학자들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인류의 시작과 끝이 농업이라고 이야기한다. 농업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그런가 하면 홍보대행사들은 정부 일을 주로 하면서도 부처를 가리지 않고 홍보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베티카는 농업 관련 프로젝트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인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서 우리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부처의 업무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환경부와 같이 국민의 삶과 접점이 많은 부처들의 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농업 이외에 진행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 대해 들려달라.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프로젝트는 모두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 사회적 기업 진흥원 종합 홍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과 연관된 매스미디어 홍보, 소셜미디어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사회적 기업도 사실 최근 많은 이슈가 있지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무언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 기업 사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가.

사회적 기업에서는 고용 이슈가 사실상 가장 크다.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 세대나 은퇴를 앞둔 장년 세대들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홍보대행사로서 이를 장려하고 퍼뜨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사회적 기업의 일들이 농업 분야처럼 그만의 특별한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까.

사회적 기업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말이 있다. 과거 고용 시장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취약 계층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들이 많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소셜벤처란 말도 많이 등장하는데, 사회적 기업의 활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이긴 하지만 그것이 경영주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공동선의를 실행하는 이익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는 사람들의 생활 속 아주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 수 있다. 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보청기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한다든지, 결혼을 앞두고 비용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 부부를 위해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든지.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들이 생각하는 자본의 논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도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이 많아지지 않았나. 우리는 다양한 산업군의 이런 시도들이 모여서 결국 해당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멋진 일이다. ‘공공홍보’가 이렇게 매력적인 분야였나 싶다. 이쯤 되니 공공홍보를 잘할 수 있는 비결도 궁금해진다. 류 대표가 생각하는 공공홍보 업계 종사자의 필수 덕목은?

이번 사회적 기업 홍보 활동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직원들이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기업 활동에 참여했었다는 것이다. 우리 직원들이 공공 이슈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것이지 않나. 결국 중요한 건 ‘관심’ 아닌가 싶다. 물론 관심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관심사나 일상이 공공홍보 업계의 다양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 프로젝트는 까다로울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있다. 정부 프로젝트의 특징은 무엇인가.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연중 특별한 시기에 입찰과 수주가 몰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은 특정 시기에 굉장히 바쁘다. 특히 4월에서 6월은 전쟁이다. 또한, 대부분 연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한 대행사가 중·장기적으로 캠페인을 끌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공공홍보의 특성상 크리에이티브를 과감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거나 파급력이 강한 캠페인을 선보이기가 힘들다. 물론 어려운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좋은 점은 경기나 물가 상황 등 시장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광고 업계와 달리 홍보 업계는 여성이 강세를 보이는 직군이다. 베티카도 여성 구성원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류 대표도 홍보 업계에선 여성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Yes’이기도 하고 ‘No’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홍보 자체가 커뮤니케이션 위주의 업무다 보니까 여성의 섬세함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공공홍보는 워낙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다 보니 남성들도 강점을 보일만한 이슈가 많다. 참고로 베티카는 커뮤니케이션과 글쓰기에 능한 남성 인재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웃음).







직원을 채용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함께 글쓰기 실력을 본다. 홍보 업계에서는 꼭 문장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자기 생각을 글 안에 조리있게 담아내는 글쓰기 실력이 중요하다. 베티카는 특별히 직원들이 자신의 평소 생각을 글로 정리해 올리는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운영한다기보다는 그냥 생각날 때 쓰는 것이다. 보통은 자기 생각 1회, 주중 트렌드 이슈에 관해 1회, 이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글을 남기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말이나 글로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능력이 그냥 갖춰지는 건 아니지 않나. 회사 차원에서 직원 교육을 위해 힘쓰는 부분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세상의 트렌드를 읽고 주도한다’는 교육 슬로건을 갖고 있다. 직원 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사내에서 강연이나 독서 모임 같은 교육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외부에서 진행하는 교육 활동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신청해서 듣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계속 ‘바깥세상과 어울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일이 결국 바깥세상과 소통하는 일 아닌가. 그렇지만 직원들이 업무에만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다. 그래서 최근 ‘V-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사내에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직원끼리 짝을 지어 오전 근무만 하고 바깥세상 탐험을 나가는 제도다. 어디든 나가서 바깥 세상의 소리와 공기를 보고 느끼고 오는 것이다. 때때로 평일 근무 중 갑자기 남산으로 소풍을 간다. 더불어 ‘리프레시’가 ‘또 다른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전사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항상 직원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홍보 업계의 구글’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웃음).


‘홍보 업계의 구글’을 꿈꾸는 회사다운 문화다. 베티카의 롤모델은 구글인가?

특별히 어떤 회사를 롤모델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만의 혁신을 만들어내는지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들을 보면, 사내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부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하는 방법까지 굉장한 철학이 숨어있다. 그 철학을 보고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보는 것이다.


류 대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홍보 업무나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다. 혹시 회사를 그만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지금까지 부정적인 의미로 회사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보일 때, 후배들에게 빨리 내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5년 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난 대답을 할 수가 없다(웃음).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찬물을 좀 끼얹자면, 홍보 업계 관행이나 생태계 자체가 그리 녹록한 구조는 아니지 않나. 특히 국내 대행사 구조에는 갑을 프레임 같은 것도 남아있고. 그만하고 싶지는 않아도,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과거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한 경험이 있는데, 외국에는 ‘갑’과 ‘을’이라는 표현 자체가 없더라. 한국에서는 늘 계약서에 갑을 관계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외부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갑을 관계로 고통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물론 업계에 있다 보니 올드 패러다임에 갇힌 무례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쪽으로 계속 변하고 있다. 갑을이 아닌 파트너 관계로 변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오늘 홍보 업계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베티카와 류 대표의 비전은 무엇인가.

과거 회사 비전에 대해 고민할 때, 경영자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비전인 매출이나 순익과 같은 수치적인 성과가 직원들이나 클라이언트에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회사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그리고 함께 노력해 완성할 수 있는 비전이 결국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나와 회사의 목표다. 특히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로 경쟁해야 하는 홍보 업계에서는 이 균형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 균형을 맞춰 나가면서 늘 가장 앞선 트렌드를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선구자적인 기업이 되고 싶고, 직원들이 사회와 가정 모두에서 성공을 보장받는 삶을 살게 하고 싶다. 


인류에게 농업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농업은 그저 먹을 것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이뤄질 수 있게 해주고, 수많은 생명과 생태가
번성할 수 있는 숭고한 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들이 생각하는 자본의 논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마케팅 분야에서도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원이 많아지지 않았나.
우리는 다양한 산업군의 이런 시도들이 모여서 결국 해당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과거 회사 비전에 대해 고민할 때, 경영자 입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비전인 매출이나 순익과 같은 수치적인 성과가 직원들이나 클라이언트에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회사 구성원들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그리고 함께 노력해 완성할 수 있는 비전이 결국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