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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IM Leader Interview

맥캘란, 그 깊은 맛의 비밀 김주호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

맥캘란, 그 깊은 맛의 비밀 김주호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

‘싱글몰트 위스키’는 한 번에 한 번만 증류할 수 있는 단식 증류기를 사용해 관리가 어렵고 얻어내는 양이 적지만, 그만큼 맛과 향이 풍부해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고급 제품으로 분류되는 위스키다. 이를 보면, 기업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도 위스키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관리가 어렵고 보상도 적지만 온전히 과정을 다 겪어낸 후에야만 풍부한 맛과 향이 우러나온다. 김주호 애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는 이처럼 풍부한 맛을 내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처럼 깊은 맛이 우러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정리. 월간 IM 편집국 im@websmedia.co.kr






● IM LEADERS는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가 ‘뉴스와 이야기가 있는 리더’를 만나 IM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김주호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이사
 

‘IM LEADERS’ 코너를 진행하며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를 다뤄왔지만, 주류 브랜드를 다루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에드링턴 코리아, 어떤 회사인가.
에드링턴은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주류 제조 및 판매 회사다. 오랜 전통을 가진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캘란 위스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고, 맥캘란 외에도 하이랜드 파크, 레미 마틴, 짐빔 등 다양한 주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글로벌 주류 기업이다. 


김주호 대표 자신을 소개한다면.
1995년 에드링턴 코리아(당시 맥시엄 코리아)에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했다. 당시 맥시엄 코리아는 에드링턴 그룹과 짐빔, 레미 마틴 등 많은 브랜드가 합작해 운영하고 있었다. 브랜드는 많고 사람은 없어서 약 4~5년간 혼자서 회사의 모든 마케팅 활동을 도맡아 했다. PR, 광고,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때 했던 일들이 지금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에드링턴의 대표 브랜드인 맥캘란 위스키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위스키 시장에도 다양한 경쟁자가 있을 텐데, 맥캘란 위스키를 ‘세계 최고의 위스키’라 불러도 될까(웃음).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품질이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신뢰도는 감히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일례로 맥캘란의 한정판 제품인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와 ‘M 디캔터 임페리얼’은 세계 최고가 위스키 기네스북 타이틀을 두 번이나 경신한 바 있다(각 약 5억, 7억 원). 더불어 2014년에는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꼽힌 스페인의 ‘엘 세예르 데 칸 로카’와 푸드 페어링 [편집자 주. 음료와 음식의 궁합을 맞추는 작업]을 통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맥캘란의 맛과 향, 색감에 대해 좋은 평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들어도 충분한 제품인 것 같다.


듣다 보니 ‘싱글 몰트 위스키’가 뭔지 궁금하다.
위스키는 다양한 기준으로 나눌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료에 따라서는 총 다섯 가지로 나뉜다. 보리 싹을 틔운 ‘맥아’로 만든 ‘몰트 위스키’, 보리나 옥수수 등 곡류를 섞어 만든 ‘그레인 위스키’, 몰트와 그레인을 혼합한 ‘블렌디드 위스키’, 전체 원료 중 옥수수가 80% 이상 포함돼 있고 한 번 사용한 참나무통을 재사용해 만든 ‘콘 위스키’, 51% 이상의 호밀을 원료로, 숙성할 때 내부를 태운 새 오크(Oak) 통을 사용하는 ‘라이 위스키’까지. 싱글 몰트 위스키란 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하나의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말한다. 생산량이 한정돼 있고 맛과 향도 그 증류소만의 기후나 방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마다, 브랜드마다 개성이 다르다. 가장 고급 이미지가 강한 위스키다.


맥캘란 위스키를 오랜 기간 지켜본 입장에서, 국내에서는 디마케팅★을 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보다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브랜드’로 조용히 퍼져 나가게 한 것 같은데. 맥캘란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디마케팅’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한국에 맥캘란이 수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맥캘란’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한 시기는 5~6년 정도다. 이는 매체나 언론을 통한 광고·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디마케팅이 맞다. 하지만 맥캘란 브랜드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꾸준히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소비자 접점을 통해 맥캘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했다. TV나 신문,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는 아니지만, ‘브랜드 엠베서더’를 활용해 맥캘란을 직접 접할 기회를 늘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구전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행해 왔다. 더불어 ‘위스키’라는 상품 카테고리 자체를 확대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산업 자체 규모가 커져야 위스키 브랜드가 다같이 상생하는 이상적인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디마케팅’이 아니다.


★ 디마케팅(Demarketing)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임으로써 적절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기법.


세계적으로 보면 조니 워커 ‘Keep walking’ 캠페인과 같은 성공한 위스키 광고 캠페인 사례가 다수 있다. 김주호 대표는 광고 캠페인으로 위스키 브랜드의 매출을 높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긴 호흡의 캠페인을 통한 브랜딩 전략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본다. 조니 워커와 함께 앱솔루트 보드카 역시 강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꾸준하게 광고 캠페인을 집행하며 그만의 멋진 브랜드를 구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류 브랜드가 이처럼 광고 캠페인을 통해 성장하기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우선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가 많고, 국내 소비자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 마케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바이럴을 일으키는 전략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맥캘란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

맥캘란은 일반적인 위스키 브랜드가 실행하는 단순 푸드 페어링 시음 행사와 구분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로자 도브 아로마 테이스팅(Roja Dove Aroma Tasting)’ 프로그램이다. 이는 맥캘란이 독자적으로 고안해 낸 시음 행사로, 사실 ‘시음’보다는 ‘시향’에 초점을 둔 행사다. 유럽의 향수 전문가 로자 도브(Roja Dove)가 개발한 아로마 키트를 통해 맥캘란위스키의 열두 가지 향을 그대로 재현해 여성들에게 위스키의 다양한 향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시음 행사를 진행할 때 ‘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작한 행사로, 향기에 민감한 여성 고객들에게 호응이 높아 최근에는 여성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집중해서 진행하고 있다. 향을 맡게 함으로써 고도주 위스키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여성 소비자들이 조금 더 위스키를 깊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 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때 맥캘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소비자 관점에서 술은 간단하다. 마시고, 이해하고, 기분이 좋고, 취하는 것. 그뿐이다. 소비자는 이렇게 간단한데 브랜드는 너무 어렵게 접근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병이나 패키지와 같이 포장에 신경 쓰는 브랜드가 많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맥캘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위스키’ 그 자체다. ‘위스키’라는 상품 자체에 집중하는 것만이 마케팅의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은 상품이다. 상품의 본질적인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디지털이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나.
물론 한다. 지금 소비자들이 머무는 곳이 소셜미디어 아닌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맥캘란이 이 같은 디지털•소셜미디어에 투자하는 이유는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생소한 주류 카테고리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다. 그간 한국에서 위스키는 ‘접대’나 ‘폭탄주’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유럽에서 위스키는 식사 전 가벼운 입가심이나 음식과의 궁합을 맞춰 즐기며 마시는 술이다. 일상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함에 있어 소셜미디어는 좋은 플랫폼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맥캘란만의 전략이 있을까. 맥캘란은 ‘인생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술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 다양한 콘셉트를 중심으로 영화, 미술, 음악, 음식 등 콘텐츠를 소통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맥캘란과 라이프스타일 요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주 사용층이 20~30대 소비자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젊은 소비자들을 유입하는 한편, 잠재 소비자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해당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지금 가장 활성화된 미디어는 페이스북이다.



그런가 하면 맥캘란은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예술 분야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해 왔다. 목적과 효과를 밝혀줄 수 있나.

제품과 예술이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브랜드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불어넣는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단순히 상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를 파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지한다. 특히 위스키 상품 카테고리에 있어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맥캘란이 진행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크리스탈 공예 명가인 ‘라리끄’와 함께 2년에 한 번씩 한정판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Master of photography’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역시 2년에 한 번 세계적인 사진가들과 함께 예술 작품을 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위스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기 위함이다.



자, 그럼 위스키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세계 위스키 시장 현황은 어떤가.

국가마다 다르지만, 위스키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고급화’다. 세계적으로 고급 위스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연관이 있다. 미국 시장이 최근 경기가 살아나며, 미국의 신흥 부호들이 위스키를 많이 찾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어떤가.
아시아 시장 역시 성장세에 있지만, 미국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고급화가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위스키를 주로 접대나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전체 시장 판매의 80% 이상이 프리미엄 제품이다. 그렇다 보니 ‘고급’에 대한 기준 자체가 높게 형성된다. 예를 들어 미국, 유럽에 가면 12년산 위스키는 ‘귀한 술’ 대접을 받는데, 한국에선 보급형 제품이다. 다만, 최근 한국은 접대 문화가 줄어들면서 위스키 시장이 과거에 비해 다소 축소됐다. 과거에는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과 같은 접대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주로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바(Bar)나 현대적인 분위기의 주점에서 유통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젊은 층 소비자를 위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영향력은 어떤가.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국의 고도주가 있고, 위스키보다 코냑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위스키 회사들의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뤄지고 있어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 정책을 펼치면서 고급술 시장이 많이 축소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곳도 몇 군데 있다고 들었다. 어떤 나라들이며 김주호 대표는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과 대만이 금지돼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주요 원인이 해외 업체들과의 세금 문제, 19세 이하 청소년 음주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회 문제의 영역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주류 시장에 대해 제대로 들어본 것 같다.



자, 그렇다면 그런 주류 시장에서 에드링턴이 내세우는 비전은 무엇인가.
그룹 본사에서 기본적으로 ‘Giving more’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연간 이익의 10%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위해 쓰도록 하고 있다. 본사가 아닌 지사에서도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다만, 이를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렇기에 따로 홍보 활동을 벌이지 않는다. 회사가 거둔 이익을 진정성 있게 세상과 나누려는 태도를 기쁘게 여기고 있다.



김주호 대표의 비전도 들려달라.
얼마 전 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나. 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지금 역할은 ‘선발투수’ 정도가 아닐까.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줄 때 최소한 패전 상태로 내주지는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완투까지는 바라지 않고, 경기를 선도하는 상태로 에드링턴 코리아의 다음 주자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리겠다. 지켜봐 달라.










맥캘란 브랜드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다. 
우리는 꾸준히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소비자 접점을 통해 맥캘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노력해 왔다.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맥캘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위스키’ 그 자체다. 
‘위스키’라는 상품 자체에 집중하는 것만이 마케팅의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은 상품이다. 
상품의 본질적인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내 지금 역할은 ‘선발투수’ 정도가 아닐까.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줄 때 최소한 패전 상태로 내주지는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완투까지는 바라지 않고, 경기를 선도하는 상태로 에드링턴 코리아의 다음 주자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달리겠다.


인터뷰 후 사진 한 컷. 왼쪽 부터 에드링턴 코리아 김태호 부장, 월간 IM 김지훈 기자, 한기훈, 김주호 대표, 이재은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