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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IM Leader Interview

김기효 크리에이터

디지털과 예술의 만남, 김기효 크리에이터

무형의 예술을 유형의 디지털로 기록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무용을 기록•보존하기 위해 연구하는 김기효 크리에이터를 만나 디지털과 예술 그리고 이 둘이 맞닿은 기록의 이야기를 나눠봤다.

글. 신건우 기자 gw@websmedia.co.kr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김주선



Q. 먼저 김기효 크리에이터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무형문화재 동작보존을 위한 360도 실시간 움직임 기록 방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기효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무용을 시작해서 대학원 때까지 무용을 전공했었다. 무대에서 계속 무용을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유학을 위해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중간에 영어 강사 일도 4년 정도 했다. 이후 뉴욕대 퍼포먼스 스터디즈 학과에 진학해 예술과 문화가 접목한 인문학을 공부했다.

Q. 퍼포먼스와 관련해 인문학을 배운다는 접근법이 색다르다. 자세히 알려달라.
대부분 한국인은 퍼포먼스라는 단어를 공연이라고 흔히 이해한다. 사실 퍼포먼스는 좀 더 넓은 개념이며, 인간의 행위를 의미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에서 파생되는 현상을 보고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의문을 가지고 연구를 하다 보면, 사회학, 민족학, 고고학, 역사 등이 포함된다. 학교에서 항상 이야기하던 요점도 인터디서플리네리(interdisciplinary)이다. 모든 학문의 과정이 필요하다면 연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Q. 예술을 디지털로 기록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뉴욕대 재학 시절, 공옥진 여사와 일본 예술가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논문을 썼다.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무용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예술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움직임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왜 두 사람의 움직임이 비슷할까라는 연구를 했다. 한국에 극장문화와 영화 등 서양 예술 문화가 일제 식민지 시대 때 일본을 통해 많이 들어왔었고, 바로 두 사람의 스토리 안에는 식민지와 1차 세계대전이 맞물려 있었다.
놀라웠던 건 뉴욕대 퍼포먼스 스터디즈 학과에 한국 출신이 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옥진 여사에 대한 논문이 두 편이나 있었다. 또 비교했던 일본 무용에 관해서는 엄청난 논문이 있었다. 그래서 뉴욕대에서도 관심이 많은 이 분야를 갖고 박사 지원을 했다. 단순히 비교하기보다 이 두 분의 춤을 홀로그램으로 무대에 연출해 보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무용계를 떠난 지 7년이나 된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로 무대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홀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시도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재료를 사고 영상을 편집했지만, 3D 입체 필름으로 렌더링을 하지 않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외국인 신분이라 지원을 받는 데 애로사항이 컸으며, 홀로그램과 신기술에 관한 관심이 미국보다 아시아권이 강한 상태였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때부터 예술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Q. 무용을 디지털 영상으로 기록하고 보존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무대 위에서만 추는 춤은 스토리가 정해져 있고, 크게 별다르지 않다. 공옥진 여사가 특별한 이유는 기존의 형식을 파괴한 새로운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원래 판소리와 춤은 한 무대에서 연희하며, 퍼포먼스하는 사람의 파트가 나뉘어 있다. 하지만 공옥진 역사는 판소리와 춤을 재해석해 이 두 가지를 혼자서 진행하는 1인 창무극을 만들었다. 하지만 1인 창무극은 그 시대에만 연행이 됐고, 현재 공옥진 여사의 창무극을 계승해 똑같이 하는 사람이 없다. 한 시대에만 풍자가 됐던 춤이다. 그 시대의 춤을 기록한다는 건 인문학적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조사하고, 연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이를 잘 보존할 방법으로 디지털 영상이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Q. 미국에서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지금 한국의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계속 연구한다고 들었다.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문화창조아카데미는 어떻게 지원하게 됐는가.
문화창조아카데미는 기술 부분에 대한 지식습득 및 지원 등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뉴욕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실제 퍼포먼스를 홀로그램으로 진행하고자 했지만, 콘텐츠 대비 기술 비용 부분이 너무 높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한국에서 어떻게 진행해 볼 수 있을까 하고 찾던 중 문화창조아카데미를 알게 됐고, 지속적인 연구가 가능할 거 같아 지원하게 됐다. 무용을 기록하는 가치적인 일이 문화창조아카데미의 목표와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Q.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문화창조아카데미를 소개해달라.
단순한 연구를 글로 남기는 형태가 아닌 문화, 예술, 기술을 접목해 프로젝트 기반의 실제 실험과 실습이 진행되는 아카데미다. 프로젝트 진행 시 타당성 여부를 확인받고 예산을 지원받는 형식이다. 아카데미에는 세 분의 감독님들이 있다. 감독님들마다 각각의 역할이 다르고 크리에이터마다 담당 감독님들께서 멘토 역할을 해준다. 프로젝트 방향제시 및 필요한 부분에 대해 알려주시거나 서로 함께 찾아가며 연구한다.
특히, 예술과 문화 분야를 넓게 보고 다양한 분야 및 직업군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있다. 서로 협업이 가능하다면 함께 하고, 아니라면 외부 전문가들에게 조언과 협조를 구한다. 이러한 결과물을 통해 스타트업으로 창업하기도 하고, 아니면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도 있다. 창업은 반드시 해야 하는 요건은 아니며, 크리에이터의 의사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아카데미에서 지원해준다.

Q.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소개해달라.
무형문화재 중 무용 종목을 입체적인 4D 영상으로 기록,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무형문화재의 무용 종목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한국전통무용’을 의미한다. 즉, 한국무용을 기록하고자 한다. 무형문화재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움직임을 추출하는 작업이라서 무형문화재 중 무용 종목의 기록 및 보존이 가장 큰 목표다. 또한, 인간의 움직임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법을 찾고, 방법을 응용해서 무용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응용하려고 한다.

Q.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테크놀리지는 무엇인가.
현재 4D 스캐닝이라는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과 협업 중이다. 이 기술은 VR, AR 및 홀로그램 등 여러 부분에 응용 가능한 기술이다. 쉽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 홀로포테이션(Microsoft Holoportation)와 근접한 기술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스타트업은 2017 문화기술 연구개발 과제를 기획하는 전문위원으로 오게 돼 알게 됐다. 무형문화재 중 무용 종목을 기록하는 부분에 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위원님의 4D 기술을 활용해서 가장 효과적이게 기록하려고 개발 중이다. 무용을 담아내는 부분이다 보니 제가 춤을 추며 쌓아온 지식을 공유하며 함께 기술을 개발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개발하는 기술로 촬영하면 데이터를 가지고 홀로그램, VR, AR 등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하다.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할 수 있는 4D 형태로 영상을 만들 계획이다. 무용이라는 분야와 기술의 만남 또는 융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김기효 크리에이터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사실상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융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용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왜 융합해야 하는지 가치적으로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분명 돈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돈보다 가치적인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를 잘 완성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인문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우선 무용에 관심을 갖고 기록하고 있지만, 수업 커리큘럼은 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고 싶다. <더 자세한 내용은 디아이 매거진 4월 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