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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IM Leader Interview

유제상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실패를 격려하는 리더, 유제상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 전찬우 기자 jcw@ditoday.com
사진. 포토그래퍼 주디 joonie78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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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제상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Di:
안녕하세요, 월간 Di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동방기획( BBDO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처음 광고 일을 시작했던 것이 올해로 꼭 30년이 됐습니다. 16년 동안 몸담았던 웰콤이 기간 상으로는 가장 오래 근무한 회사이고, 이후 CREATIVEAIR(현 슬레이트앤에어)를 거쳐 현재는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서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Di:
이어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1993년도 대상 그룹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로 설립됐습니다. 2017년도 후반, ‘세상에 없던 새로운 콜라보를 선보이는 에이전시 얼라이언스’라는 콘셉트 아래 ‘팀 상암(Team Sangam)’이라는 신규 슬로건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애드테크를 도입하는 등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음파 기술 보유 스타트업인 사운들리와 업무혁약을 체결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솔루션을 개발하고, 최초로 타깃 셀렉팅 기술을 도입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미디어, 스타트업, 제작사 등 다양한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Di:
회사 홈페이지에 ‘새해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대표님의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실패하는 회사!, ‘길을 잃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길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등의 글귀였는데,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제가 처음 상암커뮤니케이션즈에 와서 느낀 회사 분위기는 다소 정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도록 내부에 변화를 주고 싶었죠. 여러 시도를 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내놓는 일을 두려워하고, 리뷰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런 두려움을 제대로 한번 깨보자는 의미에서 메시지를 던져봤습니다.


▲ 미원 ‘픽!미원’ 편(), ‘오쓸래미원’ 편() 출처. 유튜브 ‘대상주식회사’

Di:
한편 최근의 ‘미원’ 광고는 젊고 트렌디한 B급 감성으로, 과거의 광고들과는 다소 결이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원이라는 브랜드는 대상 그룹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한동안 MSG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오명을 안고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MSG가 건강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이성적으로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형태의 캠페인을 주로 진행했었죠. 그러다 3년전부터 캠페인의 방향을 ‘재미있고 즐거운 콘텐츠’로 바꿔 가수 김희철을 모델로 한 ‘픽!미원’, ‘오쓸래미원’ 등의 광고를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Di: 
특히 지난해 진행하신 ‘미필적 선의’ 캠페인 영상이 온라인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미필적 선의’ 캠페인이 나오기까지 비아그라의 도움이 컸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으시죠? 국제 환경단체 ‘Environmental Conservation’이 2001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년 동안 바다표범 포획량이 기존의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 1998년 미국 화이자(Pfizer)사에서 론칭한 비아그라 덕분에 과거 정력제로 거래되던 바다표범의 포획량이 줄었다는 분석이죠. 굉장히 재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했고, 미원 역시 세상에 필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마침 미원 제품 후면에는 미원 1g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필요한 소고기, 닭고기 양이 각각 명기되어 있었는데, 이를 100g으로 환산해 소 한 마리, 100마리로 확장시켰습니다. 다만 자칫 동물 보호 캠페인으로 오해하거나, 논리적 비약이라는 의문을 가질 가능성을 고려,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그렇게 됐네요.”라는 카피를 더해 ‘미필적 선의’ 캠페인의 의미를 완성했습니다.


▲ 미원 ‘나는 오늘 소 한마리를 살렸다’ 편  출처. 유튜브 ‘대상주식회사’


▲ 미원 ‘우리는 오늘 닭 100마리를 살렸다’ 편  출처. 유튜브 ‘대상주식회사’

Di: 
미필적 선의 캠페인은 노출 대비 실제 성과도 아주 좋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줄곧 하락세였던 조미료 시장에서 매출 반등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광고 노출 이후 이례적으로 언론사에서 먼저 관련 취재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저희가 제안해 소와 닭 캐릭터가 그려진 특별 패키지를 출시했었는데, 모 생활용품 업체에서는 이 패키지에 대해 판매 요청을 하기도 했죠. 또 어느 음식점 사장님이 그룹 마케팅 부서에 전화해 “그동안 MSG 쓴다고 서러움도 많이 받았는데, 이번 광고를 보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너무 고맙다.”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Di: 
광고에 대해 정의해주신다면?

수 해 전 ‘크리스핀 포터+보거스키(Crispin Porter + Bogusky)’사 홈페이지에 방문했다가 ‘클라이언트를 유명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라는 광고에 대한 정의를 봤습니다. ‘모든’에 방점이 찍힌 이 문구를 전 여전히 가장 마음에 들어 하고, 옳다고 생각합니다.

Di:
요즘 광고와 10년 전 광고, 그리고 90년대 광고를 비교해 주신다면

답변하기 쉬운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 달라지긴 했는데, ‘과연, 바람직하게 달라진 걸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으니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말하는 애자일 시대에 맞춰 즉흥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한데, 형식이 바뀌고 새로워진 만큼 크리에이티브적으로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 역시 더 깊어졌을까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Di:
해외 광고 캠페인 중 대표작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지난 2008년 크리스마스 시즌,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에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특별한 매장 하나가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포르투갈 적십자사에서 개설한 ‘희망의 가게(https://youtu.be/ZA5KPT7iVoI)’였죠.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역으로 사람들을 매장 안으로 유도해 자연스럽게 기존과 다른 형태의 기부를 하게끔 만든 이 매장의 소식은 TV, 라디오, , 포스터 등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기도 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입니다.


▲ 각종 메모 및 스크랩한 기사로 빼곡한 사무실 한쪽  벽면.
 
Di: 
올해는 어떤 캠페인을 해보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식품과 관련된 컬래버레이션 형태의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식품은 단지 식품으로서의 가치 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 주신 따뜻한 밥 한 공기가 때로는 위로가, 또 때로는 행복과 치유가 됩니다. 식품이나 관련 제품들이 그러한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고, 식품이 예술과 만난다면? 식품과 시가 결합된다면? 등등 재미있게 아이데이션 하고 있습니다.

Di: 
본인만의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독일인 소설가 헤르만 헤세와 일본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기 손으로 300평 남짓의 정원을 가꿨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시골 통나무집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밭일 1시간, 낮잠 2시간’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저 역시 그러한 슬로라이프를 사는 것이 꿈입니다. 섬진강 언저리에서 밭을 일구며 낮에는 땀 흘려 일하고 밤에는 글 쓰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Di:
끝으로 많은 광고계 후배들에게 좋은 책 한 권 추천해 주신다면?

카피라이터 후배들에게는 특히 시집을 많이 읽으라 추천합니다. 2009년 당시 오길비그룹의 부회장이던 로리 서덜랜드는 TED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구를 사용합니다. Poetry is when you make new things familiar and familiar things new. , 시는 새로운 것을 친숙하게, 그리고 친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며 이것은 곧 광고인들이 하는 일의 정의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사람들이 새로운 물건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더 잘 이해하고 그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를 접하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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