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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IM Leader Interview

신성섭 (주)이구필름 이사

29초 영화제를 탄생시키다, 신성섭 ㈜이구필름 이사


그의 명함에 두 가지 직책이 새겨져 있다.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영상콘텐츠전략본부 본부장, 그리고 ㈜이구필름 이사. 즉흥 여행을 좋아하고 바이크 일주를 꿈꾸는 그를 그저 감성파라 볼 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회사 창립 50주년 특별 이벤트로 3개월 만에 무려 50Kg 감량에 성공한, 철저한 행동파이기도 하다. 대화를 나누고 나니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고민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라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이번 호 인사이트 리더, 신성섭 ㈜이구필름 이사를 만났다. 

글. 전찬우 기자 jcw@websmedia.co.kr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주디




먼저 디아이매거진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를 해달라.
 
‘영화감독을 꿈꾸는 회사원’이라는 한 줄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이하 한경) 영상콘텐츠전략본부에서 영상 총괄을 담당하고 있고, 동시에 이구필름의 이사로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한경에 입사한지 어느덧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회사의 영상 총괄로서 매체의 플랫폼이 종이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는 과정 전반에 대응하고 있다. 

이어서 이구필름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언제 만들어졌고,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작년 12월에 이구필름이 만들어졌다. 한경에서 진행해온 ‘29초 영화제’가 국내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구필름은 여기서 더 확장된 국제 영화제 형태의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페이스북 29초 국제영화제'와 중국과 일본 지역의 영화제다. 기존 29초 영화제의 글로벌 버전이라 생각하면 쉬울 것 같은데, 앞으로 이구필름이 이것들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29초 영화제를 만든 주역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처음 29초 영화제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학부 때 영화 전공을 하고 졸업한 뒤 1년여 정도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을 했다. 그 무렵 한경에 다니고 있던 친구에게 빌려줬던 책을 받으러 왔다가 우연히 그 친구 보스와 차를 한 잔 하게 됐는데, 내가 마음에 드셨었는지 입사 제안을 해주셔서 출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3년만 일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3년이 지나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아버지께서 ‘회사에 뭐라도 하나 남기고 오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어차피 퇴사할거니 뭐라도 시도해 보자’라는 생각에 기획했던 것이 29초 영화제였고, 식사자리에서 내뱉었던 ‘이런 거 한 번 해보시죠’라는 나의 한 마디가 첫 시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29초 영화제의 아이디어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출발하게 된 건가?

신문사인 만큼 신문을 많이 읽는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10종 정도 두루 보는 것 같다. 여러 신문에서 중복해서 다루는 기사가 중요한 기사인데,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모든 신문들이 스마트폰 보급률에 대해 주목했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만들 순 없지만, 그 안에 담기는 영상 콘텐츠를 다루면 좋겠다 싶었고, 찰나에 학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보여주셨던 칸 광고제의 영상들이 생각났다. 당시만해도 통신이 지금과 같은 5G, 4G가 아닌었던 만큼 길이는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영상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30초를 광고 영역의 맥스로 보고그보다 1초 짧은 영화를 만들어 차별성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29초 영화제가 벌써 8년째를 맞이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제 1회 29초 영화제가 2011년 12월에 개최됐다. 이전에 영화제를 겪은 경험이 없다 보니 봄부터 약 3개월 동안 여러 영화제 관계자분들을 만났다. 미쟝센 단편 영화제 사무국장님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님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일반적인 단편 영화제의 경우, 약 200여 편 들어오면 잘했다 평가 받는데 영화제를 처음 시작했던 그 해에만 2200여 작품이 접수됐다. 말 그대로 초대박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필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첫 회부터 퀄리티가 좋았다. 

여전히 다양한 곳들에서 29초 영화제와 함께 하기위해 러브콜 한다고 알고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적으로 29초 영화제에 접수되는 영상들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분들이 기억할 만한 작품중에 박카스를 주제로 동아제약과 함께 진행했던 것들이 아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상작이 실제 TV CF로 방영돼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이끌어 냈고,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대상에 선정되는 등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 덕에 29초 영화제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브랜드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29초 영화제에 많은 상업 브랜드들이 참여하다보니 영화제이면서 동시에 광고제의 성격도 가미됐다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뮤직비디오를 예로 들어보자면, 이미지 중심의 영상이 있는가 하면 스토리 중심이 영상도 있지 않은가. 29초 영화는 광고적인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스토리를 내포한 영화적 요소도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 일각에서는 ‘29초면 광고지 무슨 영화냐’며 무시하는 관계자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러닝 타임 90분짜리 영화가 소설이라면, 29초 영화는 시에 비유할 수 있다. 한 권의 소설을 읽어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한 줄의 시를 읽어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9초 영화가 그런 성격이라면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에게도 29초 영화제는 상당히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다가올 것 같다. 

광고제 이후 작품 활용도를 고려했을 때, 좋은 작품들은 다양한 채널에서 사용 될 수 있다. 그해서  충분히 효율적인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략 한 편의 TV CF를 제작하는 비용이라면, 단독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다. 공모의 개념으로 따졌을 때 평균적으로 한 회당 평균 1000여편이 접수되는데, 그 중 10%는 TV CF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하이 퀄리티다. 즉, 일차원적으로 비용만 따져 봐도 훨씬 효율적이라는 거다. 같은 비용으로 100편의 뛰어난 영상을 확보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그저 작품으로 평가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상을 본 소비자들을 거쳐 SNS를 통해 바이럴되어 확산되는 만큼 그 파급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광고의 기본 목적 달성은 물론 그 외적인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해외에도 29초 영화제와 유사포맷을 가진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생각해보니 한 때 이슈가 됐던 미국 웹사이트 중에 '5secondsfilm.com'이라는 곳이 있다. 다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계속 5초 영화를 만들어 올리는 곳이었다. 한때는 광고도 많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5초는 짧았고, 사람들이 집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29초였다고 생각한다(웃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29초 영화제를 해오며 수많은 작품을 접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먼저 김경래 감독 작품 <김치>가 떠오른다. 내용은 검정 테이프를 붙인 거울 앞에서 한 노인이 일회용 카메라로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것으로, 그의 대사는 단 한마디, “김치”. 치즈(Cheese)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한 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것이다. 단시간 안에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건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으로, 당시 상도 많이 받았고 배우들도 크게 주목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29초 영화제를 진행하며 자체 홍보는 어떤 채널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부적으로 팀 모토가 ‘권력은 대중한테 있다’이다. 29초 영화제의 힘은 참여해주시는 회원분들에게서 나온다 생각하고, 그래서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등 회원 서비스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 올 하반기 부터는 출품 횟수 등으로 회원 등급을 구분하고 29초 영화제에 많이 참여하시는 분들께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려한다. 가령 시상식에 먼저 입장한다든지, 한경 파트너 업체들과 협력해 회원분께 무상으로 장비를 빌려드리는 방식 등으로 말이다. 그 밖에 기사, 버스 광고 등 자체 홍보채널 활용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29초 영화제를 운영해 오며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누군가 29초 영화제가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등용문 역할을 잘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매우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부가 따로 있어 심사와 수상을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 상을 받고 ‘신방과 갈 거에요, 영화과 갈 거에요"라고  했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2년 뒤에 연락 와서 덕분에 원하는 과에 진학하게 됐다고, 고맙다며 인사를한다거나, 먹을 것을 사 들고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너무 수준이 낮다, 청소년 부를 없애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친구들이 결국 몇 년 뒤에는 메이저 그룹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부 작품들이 시간이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일반부와 거의 비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누구보다 많은 영상을 접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좋은 영상을 구분 짓는 신 상무만의 기준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다.
 
앞서 잠시 말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영화제를 할 때마다 팀원들에게 권력은 대중에 있고, 대중이 인정을 해야 진정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중 문화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는데, 영화제에서 시상을 하면 작품 길이가 짧은 만큼 수상자의 소감을 듣고 상영을 한다. 
우리나라는 기립박수 문화가 굉장히 인색한 편인데,, 3000명이 넘게 참석했던 제 2회 영화제 때 <죽어도 좋아>라는 작품 상영 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었다. ‘이것이 바로 대중 문화, 그리고 영상이 갖는 힘이구나’라고 다시금 절실히 느꼈었다. 좋은 영상이란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이다. 대중들의 입에서 계속 회자되고, 서로 공유되는. 

화제를 바꿔, 초반에 말한 이구필름의 프로젝트는 언제 만나볼 수 있는가? 

오픈 시기 순서로 보자면 페이스북 국제 영화제가 첫 번째가 된다.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이미 한 차례 내부 테스트 버전으로 페이지를 잠깐 오픈했었는데, 이게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퍼졌다. 조회수와 서버 접속량이 굉장히 많았다고 하는데, 그 때 페이스북 측에서 페이지 테스트는 블라인드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처음 이구필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이 오갔을 것 같다.  이구필름의 장기 계획이나 비전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우선 앞서 소개했던 세 가지의 국제 영화제를 굳건히 자리잡게 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다. 그리고 한경의 올해 목표가 모든 한경 콘텐츠를 영상화하자는 것인데, 이것들을 서비스 할 수 있는 29초 TV를 론칭할 계획이다. 그리고 장기 계획 중에 뉴스 제보 플랫폼이 있다. 29초 영화제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처럼 사용자가 콘텐츠를 올리고 소비하는 플랫폼 구조이지 않은가. 같은 맥락에서 뉴스도 더 이상 기자들만의 영역으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모바일로 등록하고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특별히 뉴스 제보 플랫폼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현재 모든 보도채널 등에서 뉴스영상을 제보 받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 뉴스에 제보영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화질 좋은 영상을 찍고, 쉽게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전용 앱을 구축해서 평소에는 일상 촬영과 편집을 하는 용도로 사용하다 이슈가 생겼을 때는 이 앱을 통해 현장을 촬영하고 바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들어온 이슈는 기자들이 모니터링하고 회의를 통해 어떤 것을 집중 취재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장시간 투자하고 단단하게 구축해야 하는 플랫폼인 만큼 이미 오랜 기간 준비해왔고, 현재 일정 수준까지구체적으로 진행 돼 있는 상태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해 달라. 

‘공부를 더 해볼까’라는 생각도 있는데, 서두에서 말했듯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영화인만큼 지금도 기획해 놓은 시나리오(가칭 ‘처세의 신’)를 꾸준히 쓰고 있다. 감독이 되어 이 시나리오를 상업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다. 영화를 전공한 만큼 많은 동기들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있는데, 우리동기들끼리는 스스로를 영화준비위원회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만나면 매일 시나리오 얘기다. 

영화 전공자로서, 특히 좋아하는 영화 장르나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르는 가리지 않고 포괄적으로 좋아한다. 대학 때는 호러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품을 꼽자면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와 같은, 전형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영화들인데, 스무 번은 넘게 봤던 것 같다. 인생작이라고 손꼽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닐까 싶다. 동생이 있는데다 특히 군대 휴가 나와서 봤던 터라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무섭게 깎은 머리에 정복을 입고 휴가 나온 군인이 영화관에서 펑펑 울었었다.  

영상 분야에 뜻을 둔 청년, 학생들에게 도움될 이야기를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하겠다.  

대개 무언가를 ‘해야지, 해야지’ 생각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영화과에 간 것은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면서였다. 지금 보면 소름 끼칠 정도로 형편 없는 영상이지만  고등학생 때 동국대에서 상을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EBS에 출연하고, 신문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뭐라도 하라는 게, 도전하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다. 꼭 잘 갖춰졌을 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단은 저질러 보는 게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찍을게 없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데, 뭐라도 일단 시도하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아무리 공을 들여 만족스러운 영상을 만들어도 결과는 안 좋을 수 있고, 반대로 대충 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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