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멀어져 가는 잡지, 새롭게 오는 잡지
우리나라에서 여성 잡지는 한 때 참 잘 나가던 매체였다. 나는 특히 광고회사의 AE로써 많은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며 잡지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내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가 롯데백화점, 와코루, 성도섬유, 진도 등 여성을 타겟으로 한 비즈니스가 많다 보니 20년 이상을 여성지를 곁에 두고 살았던 것 같다. 잘 나가던 시절 여성지의 선두 주자였던 여성중앙의 광고 매출은 최고 10억을 돌파하기도 했었다. 12월호 가계부 발행 때의 매출이긴 하지만 엄청난 광고 수입을 자랑하던 시절이었다. 700페이지를 넘어서 8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로 마치 백과사전 드는 듯한 무게를 느끼곤 했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여성중앙이 장기 휴간에 들어간다고 한다. 1970년 1월 창간했던 여성중앙은 2018년 1월호를 발간하고 휴간에 들어간다. 잡지 발행을 중단하는 것이다. 레이디경향도 2016년 4월에 휴간에 들어갔다. 레이디 경향은 1982년 창간해서 한 달에 두 번 발행하는 체제였고 최고 발행부수는 13만부를 넘어섰던 인기 잡지였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잡지들이 퇴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그 잡지를 꼭 사 봐야 할 사람들도 많이 없어졌고 그러다 보니 그 잡지에 꼭 광고를 싣고 싶은 브랜드도 없어졌다. 많은 여성들이 원하는 정보는 거기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에 넘치도록 많이 있다. 그렇다고 그 잡지를 내 책상에 놔 두면 좀 폼이 날 것 같지도 않다. 이래저래 살 이유가 없어진다. 결국 광고를 수익 기반으로 살던 잡지의 시대는 끝이 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광고 수입이 없어질 것을 예상하고 생존 모델을 만들어서 새로운 시대에도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체로 남아있다. 2011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계간지로 시작한 ‘kinfork’는 slow lifestyle magazine을 표방하며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로 출판하고 있다.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창간된 ‘monocle’은 10년만에 단행본, 신문, 인터넷 라디오, 카페, 편집 숍 등 대단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11월 광고 없는 잡지 ‘매거진B’ 가 창간되어서 멋지게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와는 다른 접근, 다른 비즈니스 모델의 매거진 브랜드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변화의 핵심을 정리해 보면 잡지의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한다. 구독자 숫자를 늘이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같은 감성을 가진 구독자를 만들어 가야 한다. 콘텐츠를 유료화 하고 광고 수입에 의존하지 말라. 하나의 미디어를 뛰어 넘는 브랜드로 성장해라.
2017. 12. 27.
2017. 1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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