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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thought

#111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5년이면 죽음을 맞는다

#111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5년이면 죽음을 맞는다

광고 대행사의 몰락에 대해 이미 십 수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경고와 예측이 있었다. 오늘은 특히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본다.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DDB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회장인 John Zeigler가 지난 8 18일 자 호주 ‘Marketing’ 지에 포스팅 한 글의 핵심을 요약해 본다. 원문 전문을 보고 싶은 사람은 다음 링크를 클릭해 보시길.

http://www.marketingmag.com.au/blogs/marketing-reclaim-four-ps-creative-agencies-dead-54892/#.U_Qdm-wdo70.gmail

매년 에이전시들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주로 의미한다) 클라이언트로부터 10%의 인건비 삭감을 요구 받는다. 에이전시의 리더들로써는 매우 고통스런 비용 절감을 단행하게 되는데 결국은 사람 수를 줄이게 된다. 이익은 떨어지고, 한 사람 당 일은 늘어나고, 퍼포먼스는 저하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의 비용 절감 추세가 지속된다면 에이전시는 5년이면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클라이언트는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또는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는 비생산적인마케팅 투자의 하나로 Agency Fee를 지적하며 그 비용 삭감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간에 왜 이런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인가? 클라이언트의 구매 부서가 개입을 하면서 에이전시의 ‘Creativity’를 일반 상품처럼 만들어서 그렇다는 지적이 있다. 마치 사무용품을 구입하듯 크리에이티브를 구매한다는 생각이 이런 무지막지한 비용절감을 요구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에이전시의 공급 과잉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결국 끝없는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이전시들이 클라이언트의 임원, 특히 재무팀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를 확실히 인식시키고 견고한 가격 체계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 진실이 있다. 하지만 결국 커다란 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에이전시가 직면하고 있는 이슈의 근원은 클라이언트 조직 내에서 마케팅 기능의 우선 순위가 변하는데 있다. 사실, 마케팅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다 못하고 실패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

발명의 시대에서 통합의 시대로

30년 전, 기업에서는 마케팅이 계속 중요 어젠다로 위치가 높아지고 있었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소비자에게 계속 소개되는 발명의 시대였다. ‘혁신의 시대였다. 마케팅은 4P를 갖고 있었다. Price, promotion, place and product.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 당시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promotion’이 핵심이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 교육을 시켰다. 당시의 마케팅은 ‘promotion’이나 ‘communication’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광고 대행사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그러면서 전문가가 되어갔다. 그리고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분화되면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는 핵심 역할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클라이언트들은 다른 비즈니스 과제를 갖고 있다. 이제 진정한 ‘new’ 제품이나 서비스는 거의 없다. ‘발명의 시대에서 통합의 시대로 옮겨온 것이다. 오늘의 비즈니스 환경은 대단히 꽉 짜여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promotion’의 역할도 달라졌다. 많은 기업에서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다른 세개의 P들은 모두 다른 부서나 컨설턴트들이 차지해 버렸다.

저명한 마케팅 전문가인 필립 코틀러 박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The one-P marketer’의 부상을 경고해 왔다. 그는 마케터들이 자주 단기 매출 목표 달성에 압력을 받고 있으며 결국 그것이 그들의 주된 역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많은 기업에서 마케팅이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기업내 마케팅 부서는 영향력이 적어지고 핵심 비즈니스 동력과 단절이 된다. Adobe의 연구에 보면, 조사대상 CEO 80%가 마케터를 신뢰하지 않으며, 70%는 마케터들이 비즈니스 결과와는 연결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69%는 마케터들이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와 소셜 미디어 거품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다고 생각한다.

Creativity is a luxury-let’s focus on money

기업의 구매 부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마케팅은 2류 부서로 전락했다. 구매팀은 돈의 효율성에 초점을 둔다. ‘비즈니스 목표와 어떻게 관련되고 효과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구매팀은 관심이 없다. In too many cases, procurement has shifted the emphasis onto efficiencies (namely, minimising the amount of cash leaving the business) away from effectiveness (maximising the cash coming into the business).

미디어 에이전시는 이런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미디어 비용은 콘트롤이 용이하고, 모델화 하기 좋고, 결과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비티는 전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게 주는 Fee비생산적이라고 판단하고 그 결과 회사 내부에 광고 기능을 두는 in-house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광고주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8 42%의 브랜드가 인하우스 에이전시를 두고 있었는데 2013년에는 58%로 그 비중이 높아졌다. 비용 절감의 여파이다.

And what about us?

이제는 에이전시들이 ‘creativity’ 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Advertising creativity 를 벗어나서 ‘business creativity’ 가 되어야 한다. 광고회사는 스스로를 넓은 범위의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비티가 신제품 개발, 새로운 유통 기회 획득, 소비자와의 새로운 방식의 커넥션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존 지글러, DDB 아시아 퍼시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