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쇠퇴를 예상하며
얼마 전 커피업계에서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전개해서 ‘커피왕’으로 불리기도 했던 인물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는 우리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파리바게트로 대표되는 빵집, 김밥, 커피 전문점 브랜드들, 각종 식당들, 세탁소 등등 너무나 많은 영역에서 프랜차이즈가 성업 중인 것을 쉽게 본다. 놀부 보쌈이나 원할머니 보쌈 등 많은 브랜드가 외국계 자본에게 매각되었다. 그들은 사업을 최대한 극대화하여서 높은 가격에 되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랜드를 늘리고 가맹점을 늘인다. 선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다. 마치 더 많은 달걀 생산을 위해서 양계장을 공장화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철저한 경제성의 논리이다. 자본주의 논리이다. 그런데 과연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을 이용하는 소비자 심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파리바케트에서 파는 빵들은 아마도 품질과 가격의 밸런스를 가장 잘 맞춘 것일 것이다. 소비자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용을 추구한다. 프렌차이즈 브랜드들은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며 균일한 품질과 브랜드 경험을 보장한다.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 강점을 인정해도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너무 과하게 많은 것이 아닐까? 파리나 런던이나 로마에 가서 커피숍을 둘러 보면 우리처럼 프랜차이즈 브랜드 커피숍을 찾을 수 없다. 대게는 각각의 독립된 커피숍들이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바리스타와 사람들의 유대, 그리고 각각의 독특한 에스프레소 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이다. 가족들이 몇 개의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은 볼 수 있어도 대규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별로 없다.
요즘 주변의 라이프스타일, 소비 관련 행태를 지켜 보면 우리나라에도 좀 다른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동네 빵집, 마을 서점, 다양한 독립 카페들, 개성 넘치는 식당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효과만으로 따진다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비해 더 경쟁력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각각의 가게마다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주인과 손님들 간의 유대감을 갖게 된다. 이는 시장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지방에 사는 내 선배 한 분은 일부러 재래 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장사하는 할머니들과 흥정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에 비해서 더 싼 물것을 찾는게 아니다.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느끼는 생활을 원하는 것이다.
최저가의 상품을 찾으며 경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물론 많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많이 존재한다. 그들은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동물 복지를 추구하기도 하고 공동체 정신을 우선시하기도 한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강조했던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그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1999)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방목한
암탉이 낳은 달걀이 달걀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소비자들은
좁은 닭장 안에 갇힌 채 길러진 암탉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란 암탉을 선호한다. 옛날식 생산물(retro-products),즉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의 방식과 기술로
생산된 달걀은 비싸겠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15~20% 정도
비싼 가격을 지불한다. 달걀이 생산되는 이야기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동물윤리, 그리고 시골의 목가적인 낭만주의에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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