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저음비버’
광고, 홍보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는 인재들은 보통 기획에 뛰어나다.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가 잘 되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좋은 전략과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렇게 해서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가 크게 확장된 사례도 많이 경험하고 보아왔다. 한편 이런 인재들이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익 광고 차원의 노력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친하게 지내는 청년 중에 광고회사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는 이가 있는데 그는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친구 둘과 함께 공익적인 기획을 하고 실행을 하였다. 그들이 주의 깊게 본 것은 마시다가 남긴 음료수 잔들의 문제였다. 남긴 음료수 때문에 쓰레기 통이나 부근이 더 지저분해지는 일이 흔하게 발견되었다. 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 생각하고 남은 음료수를 버리는 장치를 고안해 냈다. 기존 도로 변 쓰레기통 옆에 링거 병 모양의 음료 버리는 통을 만들어서 거기에 남은 음료를 쏟아 버리면 연결된 호스를 따라서 하수구로 버려지게 한 것이다. 홍대 입구 등 전국 총 네 군데에 설치를 했다. 이들은 이 장치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 이름은 ‘저음비버’였다. 저음을 내는 비버 같은 느낌을 주는데 실제 상징 디자인도 이 동물 비버 모양으로 만들었다. ‘저음비버’는 ‘저에게 음료를 비우고 버리세요’라는 말의 앞 글자만 모은 것이다. 올 여름 홍대 앞에서 이 ‘저음비버’를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무더위에 시원한 음료를 들고 다니면서 마시지만 어떨 때는 양이 많아서 남기기가 쉽다. 그럴 때 부근에 간편히 버릴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남긴 채로 음료수 잔을 두고 갔던 것이다. 누군가의 문제 해결 노력이 한 지역을 좀 더 쾌적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좋은 케이스였다.
우리 주변을 잘 둘러 보면 참신한 기획으로 환경을 바꿀 분야가 참 많아 보인다. 지역사회, 학교, 회사 등 그 대상도 다양하다. 넘치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획들을 많이 해 보자.
201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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