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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brand column @ Monthly DI

이름이 마케팅의 절반이다

이름이 마케팅의 절반이다


글.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얼마 전 영국 정부는 ‘외로움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해서 체육 및 시민사회 장관(Minister for Sport and Civil Society)이 겸직하도록 했다. 75세 이상 영국인 중 절반이 혼자 생활하고 있고, 외로움으로 고통을 겪는 인구수가 900만 명에 이른다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취한 움직임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몇 해 전에 출산율 저하를 막고 일본 인구를 1억 명으로 유지한다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1억총활약 담당상’이란 이름의 장관직을 신설했다. 저출산 대응을 위한 특임 장관이다. 정부가 이런 특정 정책 목표를 위한 장관직을 신설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 문제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도 현재 청년 일자리 만들기를 중요한 우선 정책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 장관’을 신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에게 좀 더 분명하게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가 될 것이다.

이름은 기업 활동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더욱 중요성을 띠게 된다. 창업하는 회사를 생각해 보자. 좋은 사업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이 있다고 해도 마케팅 비용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회사 이름이 독특해서 기억하기 쉽다거나 브랜드 이름이 제품의 특장점을 말해 준다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좋은 이름을 가진 제품의 성공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옥토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회사에서 ‘요괴라면’이란 재미있는 이름의 라면을 출시했다. 요괴라면 국물떡볶이 맛, 요괴라면 크림크림 맛, 요괴라면 봉골레 맛 등이 있는데 기존 라면 대비 두 배 이상의 가격이다. 판매도 자기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한다. 그럼에도 출시 한 달 만에 7만 개가 팔렸다. 시선을 끌고 기억될 만한 이름이 큰 역할을 했다.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 카테고리에서는 특히 브랜드 이름이 중요하다. 수많은 경쟁제품, 유사제품 사이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그 이름이 제품의 핵심적인 특장점을 잘 말해줘야 한다. 

유니레버에서 만드는 스프레드(빵에 발라 먹는 유제품) 유의 마가린 브랜드로 ‘I Can’t Believe It’s Not Butter’가 있다. 버터의 풍미를 가진 식물성 마가린이란 사실을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파스퇴르에는 ‘쾌변두유’라는 제품이 있다. 제품의 기능을 강력히 말해주는 이름이기도 하다. 새우깡, 오징어땅콩, 초코송이, 꼬깔콘과 같은 과자 브랜드들은 그 이름이 마케팅의 절반을 해결해 주는 좋은 이름들이다.

한편 외래어가 난무하는 빵집 브랜드들 틈으로 성심당(聖心堂), 이성당(李盛堂) 등 오랜 전통의 지방 도시 브랜드도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엘지의 PC ‘그램’도 1kg 미만의 제품 무게를 강조하는 멋진 이름이다. 현대자동차의 SUV 차량 중 투산, 산타페, 코나 등은 모두 미국 도시의 이름이다. 영문자+숫자 조합의 이름보다 훨씬 더 친숙하고, 구체적인 이미지 연상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사람이 결혼하고 자녀를 갖게 되면 그 자녀의 이름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하는가?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독특한 이름을 가진 아이가 평범한 이름을 가진 아이에 비해 창의력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독특한 이름을 아이에게 지어주면 아이는 자신을 독특한 존재라고 여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이름을 짓는 것이나 브랜드 이름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다. 독특하고 사업내용을 잘 말해주는 이름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여주고 사업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한다. 

브랜드 이름이 마케팅의 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