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빌 번벅 이야기 5 폴크스바겐(2)
“그들은 우리더러 유태인 도시에서 나치의 차를 팔아달라고 했죠.” DDB가 폴크스바겐을 영입할 때쯤 DDB에 합류한 아트 디렉터 조지 로이스의 말이다. 2차 세계대전의 기억이 희미해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였다. 그리고 폴크스바겐은 나찌 독일의 이미지가 짙게 베어 있는 자동차였다. 그런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가장 대표적인 유태인의 도시인 뉴욕에서 팔아달라는 요청인 것이었다. (물론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이다) 게다가 당시의 미국은 ‘큰 것이 좋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진 나라였다. 그리고 자동차는 그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었다.
빌 번벅은 폴크스바겐 차를 있는 그대로 보았다. 정직하고, 단순하며, 믿을 수 있고, 다른 미국차들하고는 다른 차로 본 것이다. 그리고 빌 번벅은 광고 역시 그런 방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팎으로 자동차 광고의 대세에 따르라는 압력이 대단했으나 빌 번벅의 저항은 더 대단했다. 빌 번벅은 계속 다음과 같이 말했다. “The product. The product. Stay with the product.”
DDB의 폴크스바겐 비틀 광고 캠페인 중 가장 유명한 두 편의 광고가 있다. 하나는 ‘Think Small’ 편이고 다른 하나는 ‘Lemon’ 편이다. 카피라이터인 줄리언 쾨니히가 헤드라인으로 Think small 을 뽑아냈을 때 아트 디렉터인 헬무트 크론은 큰 감흥을 느끼진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비틀을 광고의 좌상단에 작게 처리해서 배치했는데 이 광고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았었다. 대형승용차가 휘젓고 다니는 나라에서 ‘작게 생각하라’고 소비자를 고무시킨 것은 대단한 역발상이었다.
Lemon 이란 헤드라인의 또 다른 비틀 광고는 매우 도발적이다. 레몬은 속어로 불량품을 뜻한다. 멋진 폴크스바겐 비틀 자동차 비주얼 위에 ‘불량품’이라고 헤드라인을 처리한 것이다. 카피라이터 줄리언 쾨니히는 바디카피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 이 폴크스바겐은 품질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자동차 앞좌석 글러브 박스 위 크롬 스트립에 손상이 있어 교체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론은 이렇게 정리했다. ‘레몬은 저희가 가져가고 자두(Plum 가장 좋은 부분을 의미하는 속어)만 여러분에게 드릴 것입니다.’
이 폴크스바겐 이야기는 완전히 고전이 되었다. 원대한 꿈을 가졌으나 돈은 별로 없고, 그러나 자신의 훌륭한 제품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DDB의 문을 두드린 그런 광고주의 이야기다. 그리고 DDB의 이 폴크스바겐 캠페인은 자동차 광고 역사상 참 특이한 광고이고, tone, 스타일, 위트, 불손한 태도는 역사상 그 어떤 광고 보다 수없이 모방되고, 오해도 받고, 찬사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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