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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column @ yes31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사회에는 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은 사람들의 참여를 만들어내서 그런 문제들을 일정 부분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글.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지난 2017년 최고의 광고 캠페인으로 애드쿠아의 작품인 GS칼텍스 ‘마음이음 연결음’이 선정됐다. ‘마음이음 연결음’은 2017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영상광고 통합부문과 온라인광고 통합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금상 등 총 다섯 개 상을 수상했다. 이 캠페인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전화 상담원’들의 문제를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로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전화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무례해지기 쉽다. 게다가 소비자가 왕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전화 통화 중소비자의 갑질은 도를 지나치게 됐다. 이에 따른 전화 상담원들의 고충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됐는데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한 방법은 없어 보였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소비자가 전화를 걸어서 상담원에게 연결되는 중간에 녹음된 메시지를 틀어준다. 그 메시지는 상담원의 아빠, 남편, 자녀 등이 녹음한 것으로 ‘지금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가 상담해 드립니다.’와 같은 내용이다. 이 메시지를 들은 소비자들은, 클레임으로 전화를 했지만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며 통화할 수 있었다. 캠페인이 상담원들의 고충 일정 부분을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이다. 

이 캠페인의 주체인 GS칼텍스는 ‘I’m your energy’라는 슬로건으로 잘 알려진 정유회사다. 슬로건과 ‘마음이음 연결음’ 캠페인이 잘 이어지는 느낌이다. 뛰어난 아이디어,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은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2014년 7월에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짧은 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미국 ALS(근위축성측색경화증) 재단이 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을 대중에게 알리고 환자치료에 필요한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었다. 먼저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이 세 명의 동참자를 지목하면 지목된 사람은 24시간 이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미국 ALS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2년에서 5년 이내에 사망한다. 아직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2,467억 원이라는 큰 금액이 모였다. 치료법 연구와 환자 후원에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큰 힘을 모은 케이스다. 

1985년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등 세계적인 가수 40여 명이 함께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를 자선 싱글 앨범으로 발매했다. 약 600만 장이 전 세계로 팔려 나갔고 수익금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수단 등의 기근 지역에 보내졌다. We are the world는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노래로 남아있다.

세계적인 광고회사 DDB의 창업자이자 1950~1960년대 광고 크리에이티브 혁명의 주역인 빌 번버크는 “직업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는 우리 모두는 사회의 모양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사회를 타락시킬 수도 있고, 야만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보다 높은 수준의 사회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많은 크리에이터와 기획자는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캠페인을 실행할 수 있다. 사회에는 법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캠페인은 사람들의 참여를 만들어내서 그런 문제들을 일정 부분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필리핀의 크리에이터는 버려진 핸드폰을 이용해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먼 거리를 통학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했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어워드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버려지다시피 한 뉴욕 맨해튼의 고가철로를 공중공원 ‘하이라인’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의 결과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젊은 크리에이터 몇 명이 주목한 문제는 길거리에 버려지는 음료 컵이었다. 다 마시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음료 컵 때문에 거리가 지저분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남은 음료를 버리는 장치를 만들어서 홍대 일대 거리에 비치했다. ‘저에게 음료를 비우고 버리세요’라는 문장의 앞글자를 따서 ‘저음비버’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런 시도들이 우리 사회를 바꿔나간다.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아래 위층 간의 소음 문제, 노사 간의 문제, 일자리를 둘러싼 장년과 청년 간의 문제, 운전 매너 문제,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 문제, 낙태를 불법 상태로 둘 것인지에 대한 갈등, 가정 폭력 문제, 이주 노동자 인권 문제, 새터민의 사회 적응 등 돌아보면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크리에이티브한 시각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더 많아지는 새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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