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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thought

#237 독한 시대에서 순한 시대로

# 237 독한 시대에서 순한 시대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한 이면에는 독하게 살아온 부모들이 있었다. 독하게 일하고 독하게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많이 먹고 많이 일했다. 다른 나라의 비참한 현실은커녕 내 나라 안의 어려운 이웃도 외면하고 부를 쌓아왔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독함 이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였다. 독하게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세계적으로 단위당 농업생산성이 엄청나게 높아진 이면에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이나 비인도적인 공장형 축산같은 많은 독한 일들이 있다. 면화도 환경을 엄청나게 파괴해 가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공산품도 마찬가지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의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는 질 좋고 값싼 의류와 신발을 사게 되는 것이다. 소수가 더 벌기 위해서 다수는 더 고통 받는 독한 자본주의 시대였다.

이제 살만해져서 일까? 아니면 너무 독한 것에 질려서 일까? 전 세계적으로 다른 흐름이 형성되어간다. 좀 순한 시대를 만들어 가는 느낌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뛰는 버니 샌더스의 ‘Enough is enough.’라는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충분해. 이제 그만하고 외치는 것이다.



순한 시대의 흐름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된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유기농’, ‘친환경’, ‘동물복지등을 키워드로 한 흐름을 볼 수 있다. 좀 비싸지만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흐름이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화만을 재료로 구입해 쓰면서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추구해 간다. 물론 가격은 좀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공정무역으로 커피 농가에 좀 더 수익을 주는 커피 브랜드들도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술이 완전히 순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순한 소주가 대세이고 위스키까지 40도 미만의 순한 국산 위스키가 크게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김치도 점차 덜 매운 쪽으로 소비가 바뀌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도 그 동안 많이 독했던 것 같다. 막장드라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이 넘쳐났다. 그런데 그 반박용일까? ‘삼시세끼처럼 순한 프로그램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슬로우TV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여러나라에서 인기를 끈다. 유람선에 카메라를 달고 며칠간 스칸디나비아의 피요르드를 항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그저 풍경을 보여줄 뿐 아무 다른 요소가 없다.

순한소금, 순한설탕들이 주부의 선택을 받는다. 순한 시대, 착한 마케팅이 흐름이다. 순하고 착한 가치를 팔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