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 광고회사를 위협하는 것들
얼마 전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인 WPP의 2016년 4분기 실적 관련 회견에서 CEO인 마틴 소렐 경이 ‘당신을 밤에 잠자다 깨게 만드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마틴 소렐 경의 답은 뜻 밖에도 ‘아마존’이었다. 그는 왜 아마존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는 것일까? 미국 Business Insider의 기사를 바탕으로 정리해 본다.
현재 아마존의 광고 수익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인다. eMarketer는 2017년 미국 내에서 아마존의 광고 수익을 10억 달러로 예측한다. 구글은 340억 달러, 페이스북은 150억 달러로 예측했다. 아마존의 광고 수익은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 대비해서 1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마틴 소렐은 평소 구글과 페이스북을 ‘frenermies’라고 불렀다. Friend와 Enermy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WPP의 계열사들을 통해서 많은 광고를 유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미들맨(광고회사)을 없애고 클라이언트와 직접 일 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아마존은 쇼핑에 관련된 가장 강력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마틴 소렐은 아마존이, 검색에 관한 한, 구글에게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판매가 직접 일어나는 아마존에다 검색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한 단계 거쳐서 상품 판매 사이트로 연결되는 구글 보다 유리할 것은 당연한 이치가 될 것이다. 소렐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3대 온라인 광고 자이언트들 중에서 구글을 ‘보다 더 우호적인 프레너미’라 묘사한다. 중간에 페이스북이 있고 아마존은 가장 적대적인 관계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마존의 성장과정이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철학, 현재 광고회사에 대한 태도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아마존은 앞으로 ‘미들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마틴 소렐은 또한 액센추어나 딜로이트 등 컨설팅 기업과의 경쟁도 주목했다. 비록 심각한 위협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최근 이들 컨설팅 기업들이 디지털이나 전문 분야의 독립 광고회사들을 계속 빠르게 인수해서 각종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사실 IBM 등 컨설팅 기업의 광고시장 진출은 이미 10여년 전에 시작되었고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WPP 옴니콤 등 글로벌 광고회사 그룹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광고회사들은 강적을 만나지 않은 행운을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마존이 아직 국내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고 컨설팅 기업의 광고시장 잠식도 미미하다. 정부의 정책적 보호 장치도 있고 (코바코 등) 재벌 계열 광고대행사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도 큰 공격을 당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젠 태풍을 예측할 때이다. 의미 없는 미들맨은 존재할 수 없다. 광고회사들은 존재의 이유, 존재 가치를 키워야 할 것이다.
201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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