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h's IM Leader Interview

DDB Korea 고광수 대표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에 관하여 고광수 DDB 코리아 대표이사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성장, 즉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는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영원한 키워드다. 광고계의 역사적 거장 ‘빌 번벅’이 세운 DDB의 한국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고광수 DDB 코리아 대표는 이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정의가 가장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에게서 이 키워드의 정의를 들어봤다.

글. 김지훈 편집장 kimji@websmedia.co.kr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이재은 jaeunlee@me.com








과거 DDB의 일원이었던 사람으로서 오늘 인터뷰이가 참 반갑다. 물론 글로벌 광고대행사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차원에서 의미도 있을 것 같다. 디아이매거진 독자들에게 본인과 회사 소개를 부탁드린다.

2003년 DDB 코리아에 입사한 후, 2012년부터 대표이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고광수라고 한다. DDB 월드와이드는 1949년 네드 도일(Ned Doyle), 막스웰 데인(Maxwell Dane), 빌 번벅(Bill Bernbach)이 세운 글로벌 광고대행사로, 현재 뉴욕 본사를 중심으로 90여 개국 200여 개 사무실을 두고 있는 회사다. 세 창업자의 이름인 Doyle, Dane, Bernbach을 따 ‘DDB’로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전략, 제작, 매체, 디지털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 서비스 에이전시이며, 큰 덩치에도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선 크리에이티브 측면이 강한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칸, 클리오, 스파이크 등 다양한 국제 광고제에서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캠페인 아시아퍼시픽 주관으로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상을 4년 연속(2012~2015) 수상하기도 했다. 너무 자랑만 늘어놓는 것 같은데, 사실이다(웃음).


업계에선 워낙 잘 알려진 회사기에 늘어놓을 자랑이 많을 것으로 예상은 했다(웃음). 지금껏 그렇게 높은 성장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아무래도 비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리 비전은 ‘비즈니스, 결론은 창의력(Results, Driven through Business Creativity)’이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업(業)에 대한 비전일 수도 있을 텐데, 결국 우리 일의 핵심은 ‘예술’이 아닌 ‘비즈니스’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일반적인 ‘크리에이티브’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브’를 생각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 및 제공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사내 모든 구성원이 본인의 영역에 맞는 창의성을 발휘, 클라이언트 비즈니스와 매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평균 7.5년의 장기 클라이언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비전을 바탕으로, 올해도 다양한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달라.

먼저 꼽고 싶은 캠페인은 2016 칸 라이언즈에서 Cyber 부문 금상을 받은 ‘Check It Before It’s Removed’라는 유방암 예방 바이럴 캠페인이다. 이는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유방암 조기 진단 및 예방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실행된 캠페인으로, 소셜 미디어 상에 여성의 가슴이 노출된 사진을 올리면 삭제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창의적으로 뒤틀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여성들이 ‘CHECK IT BEFORE IT’S REMOVED’라는 슬로건과 함께 가슴 사진을 올리면, 각 포스트는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동시에 삭제된다. 해당 포스트는 내용을 본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소셜 및 여타 미디어를 통해 바이럴됐다. 결국 소셜 미디어 운영사들도 포스트 삭제를 멈췄고, 이후 ‘핑크 리본’에 대한 인지도와 유방암 조기 진단에 대한 인식률도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뭐, 그 외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를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DDB 시드니의 캠페인 ‘#comeonin’, adam&eve DDB UK가 집행한 백화점 하비 니콜스 좀도둑 방지 캠페인 ‘Shoplifters’ 등이 각각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했다. 글로벌에서 여전히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자평한다.




국내 비즈니스는 어떤가.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인데, DDB 코리아의 올해 비즈니스는 어땠는지 밝혀주면 좋겠다.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한 한 해였다. KT&G의 담배 부문, 세븐럭카지노, 포르쉐, 리드코프, 나이스 신용평가정보원 등 20여 개 신규 광고주를 영입했으며, 레고 어린이날 CM 프로젝트가 한국광고PR실학회에서 시상하는 2016 올해의 광고상 ‘양성평등’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주요 캠페인은 뭐가 있나.

이케아의 ‘헤이 집밥’ 캠페인도 현재 순항 중에 있으며, 제스프리의 ‘원더풀송’ 캠페인을 통해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제스프리 캠페인은 한국의 CM을 홍콩에 역수출하는 등 기분 좋은 성과를 많이 이룩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


듣다 보니 광고주 현황도 궁금해진다. 글로벌 광고대행사의 경우, 신규 국내 광고주를 얼마나 영입했는지가 성과의 주요 척도가 될 텐데, 국내와 글로벌 광고주의 비중은 어떤가.

글로벌 광고주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국내 개발 광고주 비중이 훨씬 크다. 이케아, 레고, 제스프리와 같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사들도 직접 PT를 통해 영입한 광고주들이며, 이 외에도 KT&G, 일렉트로룩스, NH투자증권 등이 있다. 글로벌에서 대표적인 광고주는 헨켈이 있다. 이처럼 우리 회사는 DDB 월드와이드의 문화와 비전을 유지하면서 로컬 시장에 맞게 변화를 함께하고 있는 에이전시라고 자부한다. 우리끼리는 ‘글로벌하면서도 로컬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웃음). 


자, 그럼 시장 얘기를 해보자. 사실 매년 그렇지만, 올해는 특히 세계 시장 정세에 다양한 변화가 있지 않았나. 글로벌 광고대행사들이 느끼는 세계 경기, 현재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현재 미국만이 유일하게 성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현상 유지, 일본은 부진하고 있으며 한국은 답답한 수준이다. 특히 광고 시장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자면, 유일하게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미국은 전 세계 광고 시장의 34.4%를 차지하며 작년에 비해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인터뷰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전으로, 본 인터뷰에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경제 효과 및 여파는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DDB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 시장에서 최근 디지털 부문이 크게 확대되면서 DDB 싱가포르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상태다. 


현재 미국 시장 상황은 어떤가.

옴니콤이 발행한 어닝 리포트를 보면, 올해 미국 광고 시장 규모는 1,920억 달러(한화 약 225조4,080억 원)로 예년에 비해 5.1% 증가했다. 그 중 TV광고는 2.5% 증가한 706억 달러(82조8,844억 원), 온라인 광고는 15% 증가한 688억 달러(80조7,712억 원)로 성장률 면에서 온라인이 TV보다 6배 정도 빠르다. 2017년 이후부터는 온라인이 TV를 추월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보고 있다. 뭐, 전 세계적인 추세가 아닐까 싶다.


그럼 한국 시장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기본적으로 추세는 비슷하다. TV를 비롯한 4대 매체 비중은 줄고 온라인과 디지털은 늘어나고. 다만, 업계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시장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경기와 경제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광고 회사들이 많더라. 광고주 사이드도 마찬가지고. 다같이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올해 주목해서 봐야 할 키워드는 있었을 것 같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 지켜봐야 할, 혹은 지켜봤어야 할 트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디지털 컨버전, 브랜디드 콘텐츠, 퍼포먼스, 데이터 등 수많은 키워드가 있지만, 사실 광고나 캠페인 단의 이야기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요소가 접점에서 만나는 것이 마케팅이고 캠페인이 아닐까. 그만큼 한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고 본다.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많은 요소가 잘 융합되어야 한다는 본질은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4대 매체 등 우리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덜 주목하는 매체들도 여전히 굉장히 중요하고 유용한 성공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DDB 측면에서는 계속해서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를 주요 비전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앞서 말한 ‘정의할 수 없는 시장’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 그럼 인재 충원 방식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DDB에 입사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을 텐데, 현재 채용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가.

기본적으로 공채는 현재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공개 채용보다는 자체적으로 대학생 광고제를 매년 시행하며, 광고제 수상자를 대상으로 인턴쉽을 거쳐 검증된 재원들을 채용하고자 하고 있다. 물론 인턴쉽을 마친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 기회도 부여된다. 하지만 업계 특성상 당장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경력사원들도 매우 중요하다. 경력 직원은 추천 제도를 통해 채용하고 있다. 사실 채 과정이 아주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부적으로 광고제를 광고업계의 등용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으로 키우고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진정성 있게 계속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DDB와 같은 글로벌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장점은 무엇일까.

DDB코리아에서는 글로벌과 로컬 광고대행사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하며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멀티내셔널 클라이언트와 로컬 클라이언트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덤이다. 더군다나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특별히 요란스러운 문화나 복지를 더하기보다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와 제대로 된 보상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DDB에서는 매년 월드와이드 차원으로 ‘해피니스(Happiness)’, 즉 만족도 체크를 하는데, 월드와이드에서 2년 연속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퍼시픽에서는 1위다. 너무 자랑만 늘어놓나(웃음).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척도 중 중요한 한 요소가 교육 아닐까 싶은데, 현재 교육 체계는 어떻게 이뤄져 있나.

글로벌 회사인 만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월드와이드에서 제공하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Catalyst 온라인 프로그램인 ‘Grovo’가 있는데, 이를 모든 직원에게 제공한다. 또한, Catalyst 연수 프로그램에서 각 레벨에 따라 매년 우수 직원을 선발해 참가시킨다. 더불어 DDB 코리아 차원에서도 사내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신병철 박사의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 중이며, 최근 주목받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등 실력 있는 외부 기업인들의 사내 강연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자, 어느새 마지막 질문을 할 시간이다. 앞서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를 강조하셨는데, 앞으로의 DDB 코리아와 고 대표 개인의 비전을 함께 밝혀달라.

앞서도 밝혔듯,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비티’는 ‘광고’라는 업에 대한 우리만의 정의다.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성장은 광고, 아니 커뮤니케이션 산업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비전을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광고 업계의 젊은 피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


아, 그럼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 가지 조언하자면, 광고에 있어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쉽게 흡수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는 도움이 된다. 특히 책, 영화, 공연 등 문화 생활은 다양하게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DDB 내부에서도 계속해서 콘텐츠를 더해가고 문화적으로 우수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끊임 없이 관행에 도전하고 이를 바꿔가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업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이가 결국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아직 일을 시작하지 않은 젊은 친구들이나, 같이 업계에서 고생하고 있는 다른 젊은이들도 모두 업계 내의 파트너다. 다함께 행복한 업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모두가 의지를 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