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독일에는 왜 유명한 광고회사가 없을까?
오랜 기간 글로벌 광고 회사들에서 일하면서 갖게 된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독일에는 왜 유명한 광고회사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독일은 자동차, 기계 등의 제조업으로는 너무나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또한 독일은 바하, 바그너 등 수많은 음악가를 배출했습니다. 괴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등 문학가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예술 영역에서도 뚜렷한 입지를 갖고 있는 독일인데 상업적인 크리에이티비티 영역에서는 그 존재가 미약해 보입니다. 영국은 광고산업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광고인, 광고회사가 무수히 많이 나왔습니다. ‘사치 앤 사치’, ‘데이빗 오길비’, ‘존 헤거티와 BBH’, ‘(좀 다른 케이스지만) 마틴 소렐 경과 WPP’, ‘디지털 에이전시 AKQA’ 등 등 이루 나열하기에도 어렵습니다. 프랑스도 Publicis그룹과 Havas그룹을 갖고있고 세계적인 광고인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독일은 상대적으로 유명한 인물,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얼마 전 독일계 글로벌 조사회사인 GfK 본사에서 온 Dr. Niko Wasche 라는 분을 만나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레오 버넷’에서 일하기도 했던 경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독일에는 왜 유명한 광고회사, 광고인이 별로 없는가?”라는 나의 질문을 받고 그는 웃으면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로 시작하더군요. 본인이 광고회사에 취직하자 할아버지 등 가족들이 ‘차라리 이탈리아에 가서 음악을 하지 그러냐’하며 못마땅해 했답니다. 독일 사람들은 엔지니어로 대표되는 실질적인 일을 중시한답니다. 광고처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은 그들에게 ‘가짜’인 것이지요. 광고쟁이는 허풍쟁이요, 불필요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바뀌고 있답니다. 인터넷 덕분이랍니다. 인터넷이라는 영역 자체가 상당히 엔지니어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상의 사이버 세계를 만들어가다 보니 독일 사람들도 광고에 관한 인식이 변해가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30년 전에는 광고회사에 들어갔다고 하면 별로 축하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제는 정말 많이 바뀌어서 여러 분야에서 광고인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광고인이 가장 인기 있는 나라가 어디일까요? 그건 아마 브라질일 것입니다. 그 곳에서는 거의 연예인 만큼이나 선망 받는 직업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광고라는 직업이 다시 그렇게 최고의 직업 중 하나로 복귀하기를 기대합니다.
독일 함부르크의 광고회사의 작품. Running Gag Project. 웃는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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