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가장 받고 싶은 영예는 무엇일까? 칸 라이언즈나 클리오 등 굴지의 국제광고제에서 최고의 상을 받는 것일까? 여러 시니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물어보니 자기의 작품이 슈퍼볼 경기에 온에어되는 것이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슈퍼볼의 인기가 압도적이듯 거기에 광고를 내보내는 일은 클라이언트나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다.
어제 미국에서 제55회 슈퍼볼 경기가 열렸다. 이번에도 마케팅분야에서는 과연 어떤 브랜드가 어떤 광고를 내보내는지, 어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의 작품인지, 평가는 어떤지 등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큰 시야로 보자면 이번 슈퍼볼에 나타난 광고와 관련된 사항은 엄청난 변화를 말해주는 것들이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우선 놀랍게도 이번에 슈퍼볼에 광고를 집행한 기업의 절반이 수퍼볼에 처음 광고하는 기업이다. 전통적으로 슈퍼볼의 단골 멤버이던 버드와이저 맥주, 코카콜라, 펩시콜라 등이 이번에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고 현대기아차, 메르세데스 벤츠 등 많은 자동차 브랜드도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는 우버이츠, 도어대시 등 음식주문배달 기업과 귀리우유 브랜드 오틀리, 자동차 액세서리 제조업체 웨더테크 등 새 얼굴들이 자사 광고를 선보였다. 이정도의 급격한 광고주 변화는 처음이다.
또한 이번에 집행된 광고들 중 7편이나 자체 제작에 의한 광고들이었다. 그 중에는 프리토레이, 로지테크, 스케처스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브랜드가 있다. 전통적으로 유명한 광고회사에다 의뢰하던 슈퍼볼 광고를 자체 제작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능력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인력을 보강하서 인하우스 체제로 간다는 (또는 갈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광고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신생 광고회사들의 선전도 업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카고의 소규모 크리에이티브 부티크인 ‘하이다이브’는 2016년 설립된 회사인데 이번에 로켓 모기지의 60초 광고 두 편과 Jeep의 광고 등 세편의 광고를 내보내는 큰 영광을 누렸다. 특히 로켓 모기지 광고 두 편은 USA Today의 Super Bowl Ad Meter에서 가장 높은 점수 1등과 2등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하나의 신생 광고회사인 Special Group은 2020년 설립된 독립 광고회사인데 이번에 ‘우버이츠’ 광고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기존 광고회사의 퇴조 흐름 속에 가장 돋보인 광고회사는 ‘와이든 앤 케네디’(W+K)다. 안호이저 부시의 광고들, 터보택스, 맥도날드의 프리 게임 광고 등 총 다섯 편을 제작했다. 많은 전통적인 광고회사 이름이 이번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러 면에서 코로나 이후의 산업 개편과 광고산업의 대변동의 시그널을 보여주는 제55회 슈퍼볼 광고 대전이었다.
(2021. 2. 10. 매드타임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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