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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column @ yes31

#3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존슨의 스킨케어 브랜드로 클린 앤 클리어가 있습니다. 저는 이 브랜드가 한국에 도입되던 90년대 중반부터 15년이 넘게 이 브랜드의 광고를 담당했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미국의 다국적 광고회사 DDB가 전 세계적으로 이 브랜드의 광고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10대 여학생을 주 타겟으로 하였고 항상 두 여학생을 등장시키는 광고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의상이나 소품의 색은 모두 파스텔 톤이었습니다. 또한 수 많은 연기자들이 어린 시절에 모델로 등장했던 광고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라는 브랜드 슬로건 일 것입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항상 부정, 부패 관련된 소식을 들으며 살아갑니다. 전 현직 고위 공무원들의 부정 부패 소식을 접하며 조선시대 후기 탐관오리와 별 다를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관행화 된 구조적인 부정 부패입니다. 최근 또다시 뉴스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 그런 예가 됩니다. 우리 사회의 각 부문에서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자녀 학군을 위한 위장 전입 등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잘못된 일들에서 우리는 주범으로 또는 방조자로 살아갑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도 수 많은 옳지 못한 것, 잘못된 것을 마주치게 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는 자영업, 사업을 하면서 살다 보면 때가 묻게 됩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젊은 시절에는 부딪히는 작은 이슈 마다 옳고 그름을 따지며 바로잡고 살지만 세월이 지나면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고 나와 직접 관련 없는 일들은 적당히 외면하며 살아 갑니다. 나와 관련이 있는 일도 그 벽이 너무 높고 두텁다 보니 지레 포기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하며 살게 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사회생활 20 30년 하다 보면 타인에게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자기 자신이 깨끗하지도 맑지도 않은 것을 발견합니다.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래 인생은 그런 거야!’ 라는 생각으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사는 것이 절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어야 합니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적어도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기준은 우리가 이미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식 수준만 지키며 살아도 우리 삶은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 됩니다.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고 구속 수감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상식 수준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첫 직장에 들어가서 적응하면서 입사 동기들이 힘을 합쳐서 잘못된 관행에 맞섰던 일이 기억납니다. 출근 카드 찍는 것, 사무용품 지급 관련된 총무 부서의 불필요한 승인 절차, 토요일 정장 근무 등 많은 이슈에 맞서서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많은 부분 개선이 되었지만 선배들로부터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조심해라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술 좋아하는 부서장을 만나면 거의 매일 저녁에 식사하며 술을 마십니다. 저는 거의 매번 끝까지 같이 앉아 있지 않고 먼저 갔습니다. 직장 생활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우려는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될 회사라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고 다짐했었지요. 다행히 큰 무리는 없었고 그 당시 멤버들을 지금도 반갑게 만나며 지냅니다.

 

임원이 되고 경영을 하면서 수 많은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한번은 저의 외국인 파트너가 네이키드 뉴스라는 신규 광고주를 유치하겠다고 했습니다. 네이키드 뉴스는 여성 뉴스 캐스터가 여러 뉴스를 이야기 하면서 옷을 하나씩 벗고 마지막에는 비키니 차림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방송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약속한 광고만큼을 우리가 작업한다면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우리의 연간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되는 건이었습니다. 게다가 경쟁도 없이 유치하는 건이라 효율로 보면 아주 좋은 케이스였지요. 하지만 저는 CEO로서 최종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기존의 우리 고객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지, 우리 가족에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니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외국인 파트너는 불만이 많았지요. 하지만 1년도 채 안되어서 네이키드 뉴스는 한국에서 몇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는 방송 시작도 못하고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당당한 결정이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이유로 제가 거절하는 프로젝트가 많이 있었습니다.

 

대학교에서 강의 중 한 학생이 질문을 했습니다. ‘광고회사는 주로 로비를 통해서 신규 광고주를 영입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참 당혹스런 질문이었습니다. 로비라는 것이 꼭 불법을 의미하진 않지만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 한 건에 광고회사 4-6개사가 참여합니다. 공정한 경쟁이라면 약 20% 정도 승률이 되겠지요. 그러나 그런 공정함을 기대할 만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혼탁한 환경에서도 실력이 있는 회사들로는 고객이 몰립니다. 실력이 있으면 로비가 필요 없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이라고 탓하기 전에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물론 잘못된 세상의 관행에 저항하고 분노하고 바꿔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업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돈 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탐욕이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행복을 돈으로 측정하는 세상입니다. 출세하고 행복해지려고 무리수를 둡니다. 행복을 추구했는데 불행한 인생이 됩니다. 행복해지려고 돈을 벌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가정이 깨지고, 자식이 망가지고, 건강을 잃는 것을 종종 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으로 선택을 해 보십시오. 어떤 궤변으로도 옳지 않은 것이 옳은 것으로 변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자녀에게 말하기 거북한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할 때 인생이 당당해 집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사는 인생이 잘 사는 인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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