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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s column @ yes31

Reach Out and Touch Someone

Reach Out and Touch Someone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한 이후 한동안 전화는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공적인 일에 사용하는 기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전화기의 보급이 확산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벨 전화회사는 전화 사용을 늘려서 회사 수입을 올리는 것을 연구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Reach Out and Touch Someone’이란 주제의 광고 캠페인이었습니다. 1920년대 AT&T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전화사업은 독점사업으로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다가 1982반 독점법이 제정되고 AT&T도 여러 개의 회사들로 분할 됩니다. 이후 AT&T는 장거리 전화 사업자 중 하나로 그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1979년 이후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반면에 일본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치며 거침없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경제력을 과시했던 시기입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좀 더 인간적이 됩니다. 멀리 떨어진 가족이나 친구를 그리워하고 오래 만나지 못한 스승이나 선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미국은 특히 자녀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가족을 떠나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등 독립하는 문화이다 보니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가족, 친지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AT&T는 이런 분위기를 읽고 1981‘Reach Out and Touch Someone’ 광고 캠페인을 다시 시작합니다. 먼 곳의 대학생 자녀가 고향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노인 부모님께 전화하는 장년의 아들이 보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따듯한 인간관계가 전화를 매개로 하여 보여지는 것이지요. 이 광고 캠페인은 80년대를 관통하며 집행되었고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Reach Out and Touch Someone’은 주요 마케팅 전문지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슬로건 50’에 꼭 선정되는 슬로건이 되었지요.

이 슬로건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유명한 팝송이 한 곡 있습니다. 1970년 다이아나 로스가 부른 ‘Reach Out & Touch’라는 곡입니다. 가사의 일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Reach out and touch

Somebody’s hand

Make this world a better place

If you can

팔을 뻗어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세요

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세요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고향에 부모님이 사시고 자녀들은 서울이나 대도시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이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더욱 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추운 겨울에 잘 지내실지, 방은 따듯한지, 몸 아픈 곳은 없으신지. 이런 상황 배경으로 만들어진 유명한 국내 광고가 있습니다. 1991년 첫 편이 방영된 경동보일러 광고입니다. 시골에서 한겨울에 연탄 가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고 나레이션으로는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가 흘러 나왔습니다. 이 광고는 당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었습니다. 한창 성장하고 모든 것이 좋아지는 듯 보이던 시절이었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는 별로 신경 쓰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 광고를 보고는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짓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는 장기 저성장 시대이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뉴 노멀(New Normal)시대입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서로서로 손을 내밀어서 잡아줘야 할 때입니다. 요즘은 게다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해서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주위를 돌아 보고 관심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봅시다. 만나서 밥을 한번 같이 먹으면 더 큰 힘이 되겠지요. 우리는 함께 살아야만 하는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이런 것이 공동체겠지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도시에서 공동체가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바로 앞 집과도 인사 없이 지내는 집들이 있습니다. 모두 다 사생활 보호의 장벽은 높이 쌓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삶을 살아갑니다. 소셜 네트워크 상으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실생활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이러니지요.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체 복원 운동이 활발합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자각하는 흐름이지요.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하는 공동체가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시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어울리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관계입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아 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가까운 청년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편입니다. 청년들이 어른인 제게 먼저 연락하는 것보다는 제가 먼저 연락해 주는 것이 그들에게 편할 것 같아서 입니다.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 한 잔을 하거나 하면서 근황을 들어줍니다. 어떤 때는 청년들이 사회생활 관련된 의논을 요청해 오기도 합니다. 대학생이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아빠가 되는 것을 지켜 보면 뿌듯한 마음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겨울 선교 가서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복음의 공동체로 이끄는 것입니다. 이번 겨울 우리 모두 함께 ‘Reach Out and Touch Someone’을 외치면 좋겠습니다.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설날이 됩니다. 어릴 적 설날에는 수 십 명의 일가 친척이 모여서 떡국을 먹고 어른들께 세배 드리고 세배 돈 받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촌 형제들과 어울려서 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이제는 많이 사라진 장면이지요. 이번 설날에는 어릴 적 가까웠던 사촌 형제들과 전화 통화라도 한 번씩 해볼까 합니다. 생각나는 중고등학교 동창들에게 먼저 문자라도 보낼까 합니다. 그리고 이제 50대 중반을 넘다 보니 가까운 친구들 중에도 직장을 그만두고 어려운 처지가 되는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 먼저 연락하고 만나서 설렁탕 한 그릇 같이 하고 믹스 커피 한잔 하는 속에 친구의 우정이 확인되겠지요. 어찌 되었건 이번 겨울에는 서로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정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더욱 견고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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