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s column @ yes312017. 2. 12. 17:35

You either love it or hate it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로 마마이트(Marmite)가 있습니다. 맥주를 발효시키고 남은 이스트를 추출해서 스프레드로 만든 음식으로 대단히 짠 맛을 내는 음식입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요. 식빵에 발라 먹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이 맛이 하도 고약하여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있답니다. 우리의 삭힌 홍어같은 음식이 비슷한 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지만 그 고약한 냄새에 질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광고회사 DDB Worldwide의 런던 지사가 이 제품의 광고를 담당했었고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로 많은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도 이 제품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습니다. 이 제품의 브랜드 슬로건은 ‘You either love it or hate it’ 입니다. ‘미치도록 좋아하거나 미치도록 싫어하거나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공존하는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고 싫으면 먹지 말라고 하는 오만한 브랜드의 자존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습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구입해서 맛을 볼 수도 있지요.

많은 브랜드들이 자기의 강점을 보는 것 보다는 경쟁 브랜드의 강점을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닮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제품의 강점을 알아 주는 고객을 놔두고 맘에 안 들어 하는 고객들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기존의 고객도 떠나고 새로운 고객도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만들긴 불가능합니다. 기존에 좋아해 주는 고객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제품을, 우리 브랜드를 왜 좋아해 주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저는 평양냉면을 좋아하는데 특히 을밀대 라는 식당의 냉면을 좋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밍밍한 냉면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저나 애호가들은 사시사철 멀리서도 찾아옵니다. 그 맛이 중독적으로 그리운 것이지요. 만약 이 집 사장님이 맛없다고 지적하는 손님들의 의견에 집중하고 국물 맛을 고쳤더라면 지금 같은 열성 고객들은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마마이트나 을밀대 냉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맛, 강점을 지키면서 좋아해 주는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 브랜드가 장수하는 비결입니다. 더 많은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 이리저리 타협하다 보면 자기만의 맛을 잃게 되고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같은 원리가 작용합니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사회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모든 사람들을 획일화시켜 왔습니다. 사농공상의 신분 사회 잔재와 군대문화가 깊이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모든 부모님들은 자식을 의사, 교수, 고위공무원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자식의 강점과 적성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고 직업별로 귀천이 있었습니다. 노래를 잘 하는 아이가 가수를 지망하면 집안에서 딴따라 난다고 싫어했었지요. 운동선수를 지망하면 가난하게 산다고 말렸습니다. 이런 직업들은 이제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이 되었지요. 농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은 자식이 농사짓는 것을 말렸지요. 하지만 지금 농업은 새로운 가치를 지닌 멋진 직업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강점과 매력이 있습니다. 일찍 그것을 깨닫고 가꾸며 정진한다면 자기 입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전문가가 됩니다.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는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분야도 다르고 교육 배경도 다르지만 서로 쉽게 통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전문가들도 전문성이 깊어질수록 겸손해집니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교육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빠른 시일 내에 그걸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많아 보입니다. 정부는 청년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부작용도 많아 보입니다. 서양처럼 어린이들이 직접 장사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게 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상업활동을 직접 경험해 보면 자라면서 경제 관념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과학자, 군인, 예술가, 의사, 교사도 좋지만 상업분야도 중시하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상업을 중시해서 우리보다 일찍 근대화를 할 수 있었고 세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봅니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의 이분법적으로 우리의 고객을 정의하는 것도 뛰어나지만 더 나아가서 아예 자기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지 않고 숨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디마케팅이라고 하지요. 어떤 스테이크 레스토랑은 회원들 중심으로 운영하고 잘 찾을 수도 없게 만듭니다. 도착해서도 출입문이 어딘지 도무지 감 잡을 수 없습니다. 바깥 모습은 창고 같은데 안에 들어가면 최고급 레스토랑입니다. 이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자기가 이 레스토랑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큰 우월감을 느낍니다. 다른 케이스로 저는 구글네이버를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주로 구글을 이용하는데 그건 찾고자 하는 정보가 분명해서 입니다. 하지만 그냥 시간 죽이기에는 네이버가 편하지요. 다양한 정보 상품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물론 구글은 검색 엔진이고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포털이라는 차이가 있지요. 네이버가 자기도 검색 엔진이라고 구글을 흉내내서는 경쟁력이 없을 겁니다. 재래시장이나 벼룩시장이 고급 백화점과 함께 공존하는 것처럼 각각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자기 영역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저는 외국계 회사에서 간부로 일할 무렵 미국 유학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약점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부하 직원들의 교육 배경은 매우 화려했습니다. 언어도 모두 저보다 유창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 그들에게 추월 당할 것 같았습니다. 저도 미국에 가서 MBA를 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많은 생각 끝에 유학을 결심하고 외국인 보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그는 제게 MBA를 마치면 어떤 회사에 취직하고 싶으냐고 물었습니다. 결국 지금 회사나 비슷한 회사에 취직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제게 언어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는 요지의 말을 해 주었습니다. 일을 더 잘 해서 클라이언트의 믿음을 더욱 얻는다거나 직원들로부터 더 존경 받는 간부가 된다는 것 등이 있다는 것이지요. 학벌이나 언어 능력만이 우선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자주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고 그걸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부족한 부분은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강점인 부분을 강화시키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경우가 많습니다. 부족한 점도 있고 뚜렷한 강점도 있는 나를 강조해 보십시오. 더 뚜렷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2017.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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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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